잘못된 종교 신념과 사이비 종교로 인한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 전남 보성의 한 교회에서 어린 3남매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조사 결과 3남매의 부모인 목사와 그의 아내가 감기에 걸린 어린 자녀들을 마귀로 부터 치료한다는 명목 하에 2주간 굶기고 학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타인이 아닌 자녀의 부모가 사이비 종교에 빠져 비정상적인 치료법으로 가족살해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사람들은 경악했다. 그리고 한 달 후 이와 비슷한 사건이 전북 부안에서 발생했다. 일명 ‘부안 엄마 두 딸 살해사건’이다. ‘기계교’를 맹신했던 엄마는 사랑하는 두 딸을 직접 손으로 살해한 것. 도대체 왜 이같은 사건이 빈번히 일어난 것일까. 부모는 왜 자녀를 직접 죽였어야 했을까?.
지난 2월 전남 보성에서 교회 목사 부부가 자녀 3남매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3남매의 고모부가, 자녀들의 시신 앞에서 기도를 드리는 목사 부부를 목격하며 ‘목사부부의 삼남매 살인사건’이 세상에 드러났다.
맹목적 믿음의 결과는
경찰은 즉시 목사부부를 검거했으며, 현장 검증을 통해 사이비종교와 이에 대한 맹목적 믿음의 결과가 삼남매의 죽음이 되었다는 걸 알고 경악했다.
경찰 조사결과, 삼남매가 심한 감기로 고생하자 박모 목사 부부는 지인이었던 장모씨(46·여)로부터 “아이들에게 채찍질을 하고 굶기면 마귀로부터 해방되어 병이 치료가 될 것이다”란 말을 듣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 부부는 성경 구절에 따라 자녀들에게 가혹행위를 했으며 일주일이 넘도록 음식섭취를 못하게 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특히 지인인 장씨는 불치병에 걸린 자신의 딸에게 목사부부의 세 자녀가 “우리 아빠한테 기도할 바에 그냥 죽어버려라”는 폭언을 듣고, 이 같은 일을 계획했다는 것이다.
결국 3남매는 목사 부부의 손에서 차례대로 사망했고, 목사 부부는 끝까지 잘못된 신앙을 믿고 시체를 열흘 넘게 방치했다. 조사 결과 장씨는 박씨 부부에게 이 같은 방법을 알려주고 현금 천만원을 받았으며 3남매 사망 후에 추가로 12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살해를 부추긴 장씨에게 사기혐의와 상해치사교사혐의로 구속했으며 삼남매의 부모도 구속했다.
‘기계교’가 뭐길래
삼남매 살인사건이후 불과 한 달도 안 된 지난 3월, 전북부안의 한 모텔에서 큰딸(10)과 작은딸(6)을 살해한 두 딸의 엄마인 K(38·여)가 경찰에 붙잡혔다. 또 K씨에게 살해방법을 가르쳐준 Y(32·여)도 살인방조 및 사기, 아동복지법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자신의 아들보다 더 똑똑한 K의 큰딸을 시기한 Y는 자신이 허구로 만들어낸 ‘기계교’에 K를 가입하도록 유도하고, 기계교의 지시를 가장하고 K로부터 7,000여만원의 금품을 갈취했다.
Y씨는 “기계교의 지시대로 잘 따르면 자신처럼 멋지게 살 수 있으며 모든 일이 잘 풀린다”란 달콤한 말로 유인했다. 그리고 눈엣 가시던 K의 딸들을 괴롭힐 목적으로 K에게 자녀살해 방법을 알려줬다는 것이다.
이 역시 ‘기계교’의 지시라 굳게 믿은 K는 결국 부안 한 모텔에서 큰딸을 욕조에서 익사시키고 작은딸 역시 Y가 알려준 방법대로 베게로 질식시켰다.
경찰 조사 결과, K씨의 두 딸이 죽기 전 Y는 자신의 내연남 J을 시켜, K씨의 두 딸이 학교시험에 응시하지 못하게 하고 뜨거운 라면을 15분 만에 먹이는 등 학대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전주역 여자화장실에 매일 같이 12시간가량 선 채로 머무르게 하며, 지시들을 따르지 않는 경우 두 딸을 매일 대나무 매로 약 50대 가량 무차별적으로 때리는 등 아동학대를 서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가족의 참극
경찰 관계자는 “두 사건 모두 잘못된 신앙으로 인해 자식을 살해하는 끔직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사이비종교로 인해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사회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사이비 종교로 인하여 가족관계와 친지관계가 깨지는 사례는 그간 많이 발생했다. 실제로 지난 3월 아내가 사이비 종교에 빠져 남편과 딸들에게 신앙을 강요하자, 이를 못 참고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두 딸은 기자회견을 통하여 자신의 아버지의 선처를 요구했다.
부산 장신대학교 탁지일 신학과 교수는 “사이비종교로 일어난 존속 살해를 사회적 시각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할 수 있지만 가해자 입장은 가족을 위해 가족을 포기한다는 판단 하에 살인이 일어난다”며 “일반 범죄자는 범죄 후 죄책감을 갖지만 사이비종교에 의한 범죄는 종교적인 합리화가 있어 자신의 행동에 확신을 갖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사이비 종교에 쉽게 빠지는 이유에 대해 탁 교수는 “현실적인 불안정과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을수록 사이비 종교에 빠져 들며, 빠지는 순간 세뇌 당한다. 또 반복적 교육과 통제로 인해 종교에 집중하게 되고,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게 되며 상대적으로 종교지도자를 신격화 한다”고 말했다.
또한 탁 교수는 “사이비 종교에 대한 상황은 시대가 변해도 결코 중단되지 않지만 종교내부에서의 통제와 국가가 법률적 통제를 함으로써 이를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정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