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난 4월 22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과거 운동권이었다. 7년간 공장노동자로 살기도 했다. 민주화 열정과 소외 계층을 위한 헌신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며 “나이가 들어 자유시장의 가치와 튼튼한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이해하게 됐다. 이러한 좌우에 대한 이해력과 포용력은 우리의 이념 대립으로 비롯된 지역, 세대, 계층 갈등을 통합할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하며 본격적인 대권레이스에 나섰다.
“대세론으론 안돼”
정몽준 전 대표도 4월 29일 18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기업을 경영하고, 외교 현장에서 뛰어보고,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었던 경험을 살려, 저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우린 바뀌어야 한다.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며 “산업화, 민주화에 이어 국민통합이란 또 하나의 기적을 이루고, 위대한 국민과 함께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오는 8월로 예상되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까지 숨가쁜 8개월간의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현재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세론을 구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 전 대표, 김 지사, 이재오 전 특임장관, 정운찬 전 총리 등이 자천타천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김 지사와 정 전 대표가 대권도전 의지를 천명한 가운데, 이재오 의원 역시 오는 5월15일 개최될 예정인 전당대회를 전후해 대선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이들 비박(非朴)계 대권 잠룡들은 연대 움직임을 통해 박근혜 대세론에 강력히 맞대응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이 의원과 회동을 가졌고, 이 의원은 김 지사와 수차례 접촉한 것으로 전해지며 이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대권경선 가도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을 잡아라
이들 비박계 대권주자들의 경우 4·11 총선 이후 영향력이 하향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새누리당이 예상을 뛰어넘어 과반의석을 넘기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세론은 더욱 강고해졌고, 반면 이들은 공천과 선거과정에서 측근들이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낙선 등으로 세가 약화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박계 대권잠룡들은 단기필마로는 박근혜대세론의 철옹성을 돌파하기가 어렵다는 공통 분모속에서 연대를 모색하며 대세론에 맞서려는 구도를 보이고 있다. 공동대응전략을 통해 이번 총선 과정에서 나타난 수도권의 박 위원장 한계를 집중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최근 부각된 김형태, 문대성 당선자의 탈당을 계기로 재점화된 부실공천 논란을 집중 거론하고, 수도권에서의 저조한 총선 성적과 젊은층 표심 공략에 실패한 박 위원장의 한계 등을 여론화하며 이를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하며 “이번 총선에서 박 위원장의 리더십 등으로 과반을 차지했지만 대통령 선거에선 이대로 가면 진다”며 “수도권과 젊은층에 호소력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박 전 대표가 만들어 놓은 대의원 80%, 여론조사 20% 방식은 ‘조직표’에 불과하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국민의 뜻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김 지사는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예상 밖 과반을 달성하며 선전했으나 수도권에서 많은 의석을 잃은만큼 ‘박근혜 대세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펴며 자신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대표는 출마선언과 함께 하며 본격적인 세확산에 나서고 있다. 일부 측근 의원의 낙선이 있지만 수도권 경쟁력을 극대화시킨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 대선 예비후보 등록으로 보폭을 넓히며 각종 모임 등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2일 광주 방문을 시작으로 고향인 부산과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 중공업이 위치한 울산 등 영남권에서도 민생 탐방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정 전 대표는 “대선에서는 항상 새로운 경선 방법을 시도한 정당이 승리했다”고 말하며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국민의 참여와 관심이 있어야 국민의 지지로 연결된다:면서 ”세상의 빠른 변화에 상대편은 적응하고 있는데 우린 그냥 가겠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 박 위원장도 10년 전 ‘상대 당이 국민참여경선을 하는데 우리는 안 하냐’며 탈당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비박 진영 잠룡들과의 연대에 대해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되면 대한민국의 기본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사람들과 협력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정 전 대표는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아산정책연구원이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국제대학장 등 각국 외교 전문가들을 초청해 주최한 국제 행사에서 만찬 연설하며 안보ㆍ외교 이슈를 선점하며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리더십 교체와 동북아시아 안보’ 등을 주제로 한 이날 행사에서 “한국 정치는 과거의 덫에 발목이 잡혀 있다”며 “우파든 좌파든 IT세대로 상징되는 새로운 한국을 대변하지 못하는 한국 정당은 대표성을 잃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재오 의원도 당내 입지 확대를 모색하는 등 분주한 분위기이다. 민생탐방 등의 활동과 함께 총선이 끝난 후 트위터 등을 통해 ‘김형태ㆍ문대성 파문’ 등에 확실한 목소리를 내며 박 위원장과 대결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는 전당대회를 전후해 대선후보 경선 참여를 선언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나오게 하는 대목이다.
장외주자인 정운찬 전 총리는 총선 출마도 안했고, 비박연대에도 참여치 않았지만 동반성장위원장직 사퇴로 정치적 운신폭은 오히려 넓어졌고, 정치권에서는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이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비박 진영의 입당 뒤 연대 제의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 전 총리는 “나에겐 세도 조직도 없지만 나라를 위해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며 대선 출마 의지를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태호(김해 을)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대권 출마와 관련 “생각은 있다”면서도 “아직 배우고 있는 중이고, 지금 김해 을 지역이 간단하지 않다. 공약과 민원 등 올해에는 지역에서 할 일이 많다”고 밝혀 여운을 남겼다.
“대세론은 유지된다”
특히 이들 비박계 잠룡들은 대부분 대선 경선룰과 관련, 당원과 대의원, 여론조사 등으로 배분해 치르는 방안이 아니라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로 바꾸는 방안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고, 이에 대한 향후 추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 대권 주자들의 연대를 막아내야 하는 박 위원장의 경우, ‘수도권’의 표심을 잡아내며 대선 승리를 확고히 하는 등 이들에 대한 집중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 위원장은 5·15 전대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되는대로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경선캠프를 구성하고, 현장방문하며 민생 챙기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며 4ㆍ11총선 선대위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전ㆍ현직 의원들과 참모그룹이 대선준비에 분주히 움직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친박계의 이정현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100석도 어렵고 수도권은 거의 전멸이라는 위기상황을 3개월 반 만에 이런 정도의 성과를 얻어낸 것은 박 위원장이 국민에게 간절하게 진실성 있게 호소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비박 주자의 대권 도전 행보가 박근혜 대세론을 꺾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19대 총선을 통해 당권을 확고히 했을 뿐만 아니라 등을 돌린 민심을 다시 새누리당으로 향하게 했고, 그 중심에 박 위원장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새누리당이 친박계로 거의 일원화돼 당내에서는 웬만한 문제에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비박연대가 이뤄진다고 해도 파괴력이 없다”고 단언하는 이유이다.
김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