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56)이 고객돈 200억원을 인출해 중국으로 밀항하려다가 해경에 검거되면서 저축은행 회장들의 '도덕적 해이'가 '부실경영'보다 더 큰 문제로 떠올랐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50)도 멀쩡한 계열사를 파산시켜 배당금으로 30억원을 챙기고 본인 명의의 시가 40억원대 고가 아파트를 부인 명의로 돌리는 등 비도덕성의 '막장'을 보여줬다.
◇중국으로 빼돌리려던 고객돈 200억원은 어디로?
김 회장은 지난 3일 오후 8시 30분께 경기도 화성시 궁평항 선착장에서 밀항 알선책 3명 등 4명과 함께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 해경에 체포됐다.
해경에 따르면 당시 그는 5만원권 현금 1200만원과 여권만을 소지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그가 인출했다는 200억원의 행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3일 서울 강남의 우리은행 한 지점에서 수시입출금식 법인통장에 예치된 현금135억원과 수표 68억원 등 총 203억원을 인출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5일 해경으로부터 김 회장의 신병을 넘겨받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김 회장은 수표 68억원을 이미 여러 사람의 명의로 여러 금융회사에 나눠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금 135억원의 행방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당국에서는 김 회장이 3자 명의로 빼돌리거나 해외로 송금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아울러 김 회장은 미래저축은행으로 부터 1500억원을 불법적으로 대출을 받아 충남에 총 27홀 규모의 골프장 겸 리조트를 만들어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에 따르면 이 리조트는 시가가 2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래저축은행은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다이아몬드 광산개발업체인 CNK의 주식 235만여 주를 2009년 확보해 2대 주주가 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원래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갖고 있는 경우 이 사실을 공시해야 하지만, 미래저축은행은 이를 어겨 경고 조치를 받았으며, 당시 금융권에서는 "김찬경 미래저축 회장과 오덕균 CNK 대표 사이에 친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이 밖에도 미래저축은행은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에게 그림을 팔아 구설에 올랐던 서미갤러리(대표 홍송원)에는 그림 등을 담보로 98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서미갤러리는 2010년 이뤄진 솔로몬저축은행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20억원어치의 주식을 받아가기도 했다.
한편 김 회장은 지난 1983년 언론을 떠들석하게 했던 "가짜 서울대 법대 복학생' 사건의 장본인이다. 당시 그는 4년간 서울대 법대 복학생 행세를 해왔고, 심지어 1982년에는 서울대 법대 학과장 주례로 결혼까지 치룬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의 아들은 지난해 6월 벤츠 승용차를 몰고 음주 상태에서 승용차 7대를 잇따라 들이받는 사고를 내기도 했다.
◇멀쩡한 계열사 파산시켜 '자기 뱃속' 채운 회장
금융계의 '칭기즈칸'으로 불렸던 임 회장은 금융당국에서 저축은행 '살생부' 발표가 진행될 기미가 보이자 지난 3월 계열사인 솔로몬캐피탈을 파산시켜 파산배당금 30억원을 챙겼다.
솔로몬저축은행 측은 이에 대해 "당시 솔로몬저축은행의 영업정지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대출모집인들이 거래를 기피하기 시작했다"며 "이에 따라 솔로몬캐피탈의 적자가 지속돼 폐업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그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시가 40억원에 이르는 본인 명의 아파트를 부인에게 양도해 본인 재산을 축소하려고 했다.
임 회장 측은 "아파트는 원래 부인과 공동 명의로 구입한 것"이라며 "솔로몬캐피탈 증자 과정에서 부인에게 20억원을 빌렸는데, 이 금액이 아파트 시가의 절반에 해당해 지분을 부인에게 양도한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파산 직전의 중소저축은행을 인수해 10년만에 업계 1위의 저축은행을 만들어낸 임 회장은 전남 무안 출신으로 김대중(DJ) 정부의 실세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그의 성공 비결이 지난 1987년 당시 평화민주당 외곽조직인 '민주연합청년회'의 기획국장으로 활동한 적이 있어 김대중 정부 실세들의 자금관리를 담당하면서 정치권 인사들과 인맥을 쌓아온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임 회장은 업계에서 공격적인 경영 방식을 보여주며 '칭지즈칸'으로 통했다. 그는 '한맥기업'이라는 광고대행사를 통해 100억원대의 재산을 모아 1999년 솔로몬신용정보를 설립했다.
그는 이후 2002년 골드저축은행을 인수해 솔로몬저축은행을 세웠고, 2005년 부산솔로몬, 2006년 호남솔로몬, 2007년 경기솔로몬저축은행을 인수하고, 2008년 솔로몬투자증권까지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솔로몬저축은행은 그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통해 서도 외형을 키워왔다. 부동산 시행사에 PF로 돈을 빌려주면 연 10%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시중은행을 능가하는 고금리를 보장하며 예금자들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PF 대출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말 현재 솔로몬저축은행의 PF 대출 3270억 원 중 정상으로 분류된 것은 고작 810억 원에 불과했다. 제때 이자를 받지 못한 PF 대출은 36%에 이르렀다.
◇PF 대출의 '덫'에 걸리고, 부실사실 숨기려고만 하고
윤현수 한국저축은행 회장은 'M&A'의 귀재로 불려온 인물이다.
그는 1996년 코미트M&A라는 회사를 차려 독립한 뒤 2000년 진흥상호신용금고(현 한국저축은행)를 인수해 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경기ㆍ진흥ㆍ영남저축은행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03년 한 정보기술(IT)업체의 대출을 알선해준 혐의로 구속됐다가 풀려난 뒤 '은둔형 오너'의 길을 걸었다.
한국저축은행 역시 PF 대출을 통해 외형을 키워왔지만, 지난해 1825억원의 PF 대출 가운데 531억원만 정상 채권으로 분류됐다.
김인순 한주저축은행 대표는 회사 지분 41.91%를 가진 대주주이자 지난 2002년부터 회사를 경영해왔다.
한주저축은행은 충남 연기군에 본점을 뒀으며, 지난해 2월 기준 자산규모 1920억원, 업계 73위 수준의 소형 저축은행이다.
한주저축은행은 IMF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1998년부터 지속적으로 영업손실이 발생했고, 지난해 말 현재 총자산이 1502억 원에 불과하지만 부채는 자산보다 616억 원이나 많았다.
BIS 비율은 ―37.32%로 나타나 금융당국으로 부터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정받았다.
또한 한주저축은행은 지난 2010년 6월 말 자기자본이 41억 원이라고 했지만 금감원 검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470억 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대표는 주로 이 같은 회사 수익성의 문제를 '스킨십 경영'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한주저축은행은 현재 대주주 2~3명도 수백억원을 불법 대출하고,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