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비박(비박근혜) 대권 주자들의 ‘사당화(私黨化)’ 논란이 높아지고 있다. 또 친박(친박근혜)계 측근 인사들이 박 위원장을 대신해 비박(비박근혜) 대권 주자들에 대해 공세수위를 높이며 대응하는 등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원내대표, 친박계 이한구 당선…비박계 공세강화
“새 지도부, 대선 후보 경선 공정 관리해야…”지적
비박 잠룡 “사당화 우려 완전국민경선제 실시해야”
거기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이자 대구 출신의 이한구(대구 수성갑) 의원이 당선되면서 원내사령탑에 이어 당 지도부가 친박계 일색으로 구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당 안팎에서 사당화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전당대회를 통해서도 친박계의 대거 입성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박, 전당대회 연대 가능성
특히 전당대회를 통해 꾸려지는 새 지도부가 올 12월에 열리는 대선을 관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을 중심으로 한 '비박계'가 ‘박근혜 사당화(私黨化)’를 막기 위해 전당대회에서 특정후보 지지를 연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출마한 9명의 당권 주자들 가운데 7명이 친박계로 분류되고 있다. 이 가운데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황우여 원내대표가 당 지도부 입성이 유력시되고 있고, 친박계 핵심인 이혜훈 의원이 여성후보 몫의 최고위원으로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비박 주자들은 박 위원장에게 대선 후보 선출 시 완전국민경선제를 실시하자고 요구하며 연일 당의 사당화를 비판해왔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는 연일 박 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5월1일 대통령선거 예비후보로 등록 이후 지역 민생탐방 일정에 나선 정 전 대표는 한 언론간담회를 통해 “4·11총선을 거치며 박 위원장의 당내 리더십은 더 확고해졌지만, 결과적으로 당은 사실상 1인 체제가 됐다”면서 “당의 자생력과 생명력은 상실됐고, 민주주의 역시 실종됐다”고 말했다.
또 새누리당의 차기 당 대표 등 지도부 경선과 관련, “박 위원장과 가까운 사람들이 당 대표 등 주요 직책을 다 차지하면 당·대권을 분리한다는 당헌에도 분명히 위배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박 위원장이 당내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가운데, 그 측근 인사들이 당권을 쥐게 될 경우 박 위원장의 ‘사당화(私黨化)’가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정몽준 “답답한 심정”
정 전 대표는 또 박 위원장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총선엔 상당히 기여했지만 미래를 위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생긴다”며 “당내 경선도 중요하지만 본선에서의 경쟁력도 중요하다. 수도권엔 전국 8도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20~40대와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대선후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과제인 국민통합은 산업화를 위해 일한 사람들과 민주화를 위해 일한 사람들이 힘을 합치는 것인데, 박 위원장은 산업화의 유산으로부터 혜택을 본 것 같지만 민주주의에 관해선 분명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며 특히 "10월 유신에 관해서도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본인의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박 위원장의 '대북관'에 대해서도 "북한을 보는 시각이 너무 피상적이며 무책임해 보인다"며 "박 위원장은 '우리나라도 군사독재를 거쳐 산업화, 민주화를 이룩했듯이 북한도 우리가 잘 유도하면 못 하라는 법이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과연 오늘의 북한을 정확하게 본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정 전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구박, 신박, 신신박, 복박, 비박…. 어느 신문에서 새누리당의 현주소를 설명하며 사용한 표현들. 박근혜 위원장과의 관계에 따라 이렇게 분류된다는데 어지럽네요"라고 적었다. 또 "국민들이 이런 새누리당을 어떻게 볼지 걱정. 점점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답답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비박 잠룡 “사당화 우려” 한목소리
대선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경기도지사 역시 "박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이지만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며 "원래는 최고위원만 해도 1년 6개월 전부터 대선은 물론 모든 선출직에 나올 수 없다. 그런데 비대위원장은 최고위원 100명보다 더 영향력이 있는데 박 위원장이 이 권한을 갖고 비대위원장을 하고 공천도 했다. 이게 상식적으로 맞느냐"고 말했다.
김 지사는 "물론 당이 비상상황이었기 때문에 비대위원장을 (당권·대권 분리) 예외 규정으로 한 것은 안다. 박 위원장이 비대위를 맡으면서 한 업적도 인정한다"면서도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가 실종상태다. 1인 사당화(私黨化)가 됐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은 대통령이 제왕적 권한을 갖고 있다. 그야말로 민주사회에 걸맞지 않은 권한을 갖고 있다"며 "다음 대통령이 권력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하는데 지금은 누가 또 제왕이 될까봐 우려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박 위원장에 대한 공세를 지속했다.
'친이(친 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전 특임장관도 한 언론인터뷰에서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 "소위 박정희 대통령 시절 다져 왔던 기반이 30% 존재하는 그 기반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국회에서 가진 대선후보 출마 기자회견에서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3단계 행정구조를 중앙정부-자치치 2단계 구조로 개편 △국회의원수 200명 축소 등 '국가대혁신 5대 방안'을 제시했다.
대권도전을 선언한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도 한 방송에 출연, 박 위원장에게 "한과 증오의 되갚음으로 악순환되는 고리를 끊는데 정치권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박 위원장이 동참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킹 메이커 역할을 하는 게 가장 정치적으로 필요한 때라고 밝힌 것보다 한걸음 더 나간 것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킹메이커 해야”
이와 함께 정 전 대표 측의 정양석 의원은 이상돈 비대위원 등 친박측 인사들의 움직임과 관련, “경쟁 상대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라며 “박 위원장이 직접 나서든지 아니면 말리든지 해야 하며 국민들이 보기에 오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오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이재오 전 특임장관측도 이와 흡사한 기류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상돈 비대위원은 “당내 분란의 책임이 비박측에 있다”면서 “먼저 박근혜 위원장을 헐뜯은 것에 한마디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비대위원은 “지지율이 1%, 2%, 심지어는 그것도 안 되는 분들이 저마다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경선에 나가겠다고 하면 잘못하면 경선 자체를 희화화시키지 않겠는가”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 위원장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도 비박 진영의 `완전국민경선제' 요구에 대해 “지지율 1%대(비박 후보들)와 지지율 40%대(박 위원장)를 완전국민경선제로 하자는 것은, 한두 달 뒤 치러질 경선에서 요행을 바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선출마 선언, 언제쯤
반면, 정 전 대표 측근인 안효대 의원은 “당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계파 갈등이 큰 원인 중 하나”라며 “총선에서 승리했다고 친박계 일색으로 사당화한 것을 합리화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김 지사의 측근인 김동성 의원도 이상돈 비대위원에게 “자중자애하라”며 “이 비대위원이 당의 소중한 자산인 후보들을 조롱하고 폄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박 위원장은 침묵모드로 대응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자중할 것은 물론 박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수습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자신에 의해 불거진 논란에 일일이 대응할 경우 향후 대권가도에 실질적으로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위원장은 5·15전대로 당지도부가 갖춰지면 5월말쯤 대선출마를 선언하고 당내 경선 준비를 시작할 것을 전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선 조기과열을 우려하는 박 위원장의 의중을 고려 6월말쯤 출마 선언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김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