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실적악화 <막후>
삼성증권, 실적악화 <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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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구조조정으로 허리띠 졸라매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지난해 영업실적이 좋지 않다. 그 중에서도 삼성증권은 지난해 대비 43.5% 감소한 실적으로 업계 1위에서 5위로 추락, 자존심이 구겨진 상태다. 삼성증권은 리테일사업본부에 대한 조직개편 단행을 통해 이러한 어려움을 타파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삼성 내 ‘구원투수’로 명성이 자자한 김석 사장이 취임할 때부터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즉, 조직의 재정립에 대한 필요성이 감지됐다는 것이다.

실적악화ㆍ구조조정 소문 등 삼성증권 위기설 대두
삼성증권 측 “구조조정 아닌 조직개편일 뿐” 주장
“외형적 확대보단 수익성 강화에 초점 맞추기 돌입”
“IB부문 플랜 새롭게 구축해 재도약할 것” 관측도…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2011 회계연도 증권회사 영업실적’을 공개했다. 외국계를 포함해 국내에서 영업하는 증권사들의 2011년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9.2% 감소한 총 2조2655억원이었다.

실적악화 ‘눈길’

지난해 증권사 영업실적은 ▲한국투자증권(2200억원) ▲대우증권(1727억원) ▲우리투자증권(1680억원) ▲현대증권(1465억원) ▲삼성증권(1347억원)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이들 중 눈에 띄는 실적악화를 보인 곳은 삼성증권이었다. 영업실적이 전년대비 43.5% 감소했기 때문.

평소 업계 1위 자리를 다투던 삼성증권인터라 한번에 5위까지 추락한 사실에 놀라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증시불안 등으로 실적악화는 예상했지만 삼성증권의 영업실적이 이 정도로 급감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홍콩법인의 홍콩물 중개 영업중단 평가손실 800억원이 반영되서 그랬을 뿐”이라며 “현금 흐름상으로는 문제가 없었고, 다른 부문의 특별한 손실도 없었다. 지난해 증시하락으로 증권사 전체가 힘들었는데, 금융상품 판매 감소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5월 안으로 리테일사업본부의 조직개편에 나설 예정이다. 리테일사업본부는 이를 위해 올 초부터 글로벌 경영 컨설팅업체 AT커니의 경영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이 구조조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앞서 삼성증권은 법인영업과 IB사업본부의 경영컨설팅을 받았는데, 홍콩법인의 대규모 인력구조조정과 브로커리지, 리서치, IPO 업무 중단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처럼 이번 연도에도 지난해의 막대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비용절감 필요성이 거듭 강조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홍콩법인에 이어 또다시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해 허리띠를 졸라 맬 수 있다는 것이다. 임금이 높은 임원수를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구조조정이 단행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리테일사업본부에 대한 컨설팅은 마무리된 뒤 보고서 작성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삼성증권 관계자는 “조직개편일 뿐, 구조조정은 사실무근”이라며 “자세한 사항은 컨설팅 보고서가 나온 뒤에 알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일축했다.

예고된 수순?

일각에서는 “올게 왔다”는 반응도 나온다. 박준형 전 삼성증권 사장(현 삼성자산운용 사장)과 김석 전 삼성자산운용 사장(현 삼성증권 사장)간 자리교체를 두고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삼성자산운용이 삼성증권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인터라 박 사장이 자리를 옮기는 게 사실상 좌천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보도자료를 내고 “박준현 사장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로의 성장을 구축하도록, 김석 사장은 해외시장의 가시적 성과를 일구도록 했다”며 인사 이유를 밝혔지만, 증권가에서는 홍콩법인의 실패로 박 사장이 자리를 옮긴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면서도 왜 김 사장과의 자리교환이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은 계속됐다. 김 사장은 삼성증권을 떠난 지 1년 만에 복귀했다. 김 사장이 그 동안 삼성그룹의 ‘구원투수’로 활약한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그를 이렇게까지 급하게 불러들인 이유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바로 삼성증권이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얘기다. 리테일 부문 구조조정 얘기까지 흘러나오면서 삼성증권의 현 상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김 사장은 홍콩법인의 직원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을 단행, 고액 연봉자로 인한 부담을 줄여 비용절감에 나섰다. 또 두 차례에 걸쳐 컨설팅을 받고, 각 사업본부가 갖고 있던 상품개발 업무를 한데 모으는 등 전반적인 조직개편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조직 전반을 흔드는 김 사장의 행보에 삼성증권의 위기설이 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증권 관계자는 “사실 리테일 쪽은 잘하고 있다. 이번 컨설팅은 경영전반에 대해 받았는데 리테일 규모가 크니까 같이 받았을 뿐”이라며 “컨설팅을 상황이 좋지 않을 때만 받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새로운 수입원은

한편, 유럽 재정위기로 증시가 폭락하면서 국내 증권사들도 많은 타격을 입었다. 국내 금융사들이 브로커리지 수익에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주식위탁매매와 자산관리, IB부문 수수료 수익증가라는 수익다각화로 영업실적 1위를 차지, 수익다각화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자문형 랩의 도입으로 리테일 부문 강자로 자리매김했기에 삼성증권에게는 자문형 랩어카운트의 부진도 달갑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정부의 ‘수수료 인하’ 압박 및 경기침체로 안전투자 경향이 높아진 상황도 삼성증권이 새로운 수입원을 모색하기 위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도록 만들 것으로 여겨진다.

김 사장이 현재 강조하고 있는 분야는 개인형퇴직연급(IRP)으로 지난 10일 ‘제9회 삼성 글로벌 인베스터스 컨퍼런스 2012’에서 “은퇴영업과 자산관리영업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석 사장, IB강화

또 홍콩법인의 실패로 구겨진 자존심 회복을 위해 IB부문의 플랜을 새롭게 구축, 재도약을 위해 달릴 것으로 보인다. 당시 홍콩법인은 막대한 투자에도 적자를 기록해 ‘1위 삼성’이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김 사장은 “인수합병(M&A)뿐만 아니라 기업공개(IPO), 채권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해 업계를 선도하겠다”며 IB부문 강자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

더욱이 김 사장이 삼성그룹 내 구조조정팀 상무, 영업본부 부사장, 삼성자산운용 사장이라는 요직을 거쳤다는 점, 글로벌 IB전문가로 명성이 드높다는 점에서 IB부문 최강자를 향하는 삼성증권의 공세는 거셀 전망이다.

박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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