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남편의 폭력앞에서 자신마저 놓아버려
남편의 폭력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가정불화가 평범한 엄마이자 주부를 연쇄방화범으로 만들어버렸다.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한 30대 주부가 차라리 감옥에 가겠다며 연쇄방화를 한 뒤 경찰에 자수해 파문을 던졌던 그녀는 현재 정신적인 감정까지 받고 있는 상태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1일 오전 2시10분께 경기 고양시 백석동의 한 슈퍼마켓에 불을 지르는 등 4월 중순부터 지난 23일까지 백석동 일대를 돌며 문구점, 비닐하우스, 공중전화부스 등에 불을 4차례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지난 19일 가출해 청량리의 여관을 전전하며 생활해 왔으며 22일 새벽 종로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내가 불을 질렀다"고 자수의사를 밝혔고 경찰과 만나기로 한 날인 23일 새벽에도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김씨는 경찰에서 "7년 전 결혼한 남편이 수시로 주먹을 휘둘러 차라리 경찰에 붙잡혀 유치장에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해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한편 27일 오전에는 김씨의 남편이 자진출두해 자신의 입장을 밝혀 주목을 끌기도 했다. 김씨가 주장했던 잦은 폭력과 그로 인한 가정불화는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며 흥분하며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또한 자신의 입장을 뒷받침하겠다며 주민들의 탄원서를 제출한 김씨의 남편은 무조건 김씨의 입장에만 서서 동정적 자세로 일관하는 언론들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은 주부 김씨의 여죄를 추궁했지만 기존의 범행 이외에는 다른 범죄는 찾아내지 못했지만 계속해서 추적 중이라고 덧붙혔다.
현재 김씨는 심한 정신적인 공황상태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종로경찰서 조사과 형사계 박윤동 팀장은 밝혔다. 또한 ‘부부사이는 아무도 모르는다는 말도 있지만 남편의 잦은 폭력은 인정되는 바’라고 덧붙혔다.
다음은 종로경찰서 조사과 형사계 박윤동 팀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이제껏 밝혀진 방화사건 이외에 또다른 여죄가 있나
여죄가 밝혀진 것은 없고 이제껏 밝혀진 방화범죄가 전부다. 하지만 계속적으로 우리 경찰에서는 추적 중이다. 없기를 바란다.
- 남편의 폭력이 직접적인 범죄의 동기라고 밝혔는데 사실인가? 사실이면 남편의 폭력은 어느정도였는가?
사실이다. 현재로서는 범죄의 직접적인 동기로 남편의 잦은 폭력을 꼽을 수 있다. 김씨가 진술한 바에 의하면 일주일에 적어도 서너 번은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 결과 김씨는 방화를 저질러 집을 벗어나고 싶었고 더불어 남편의 폭력도 고발하고 했던 것 같다. 실제로 주부 김씨는 남편의 처벌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
- 김씨가 정신적인 이상이 있다고 주장하는 데 사실인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상태이다. 현재 정신감정이 진행 중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지켜볼 일이다.
- 김씨가 지역주민들의 탄원서도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사실 부부싸움은 집안에 직접 들어가 목격하지 않으면 잘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은가? 그렇지만 서로 간의 싸움에서 목소리는 밖으로도 쉽게 흘러나와 들릴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남편의 폭력행사보다는 여자의 목소리를 자주 접한 주민들의 입장이 담겨져 있는 탄원서로 보여진다. 따라서 남편의 탄원서는 별로 신빙성도 없고 이번 사건에서 그다지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여지지만 여죄 여부를 밝히기 위한 추적, 탐문 조사과정에서 반드시 염두에 둘 것이라고 밝혀두고 싶다.
- 남편이 자진출두해서 진술했다고 하는데 진술내용은 무엇인가
단순히 자신의 폭력사실을 부인한 내용이었다. 김씨의 진술과정에서 자신이 거론되는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과 자신도 구속될 수 도 있다는 생각을 미리 한 것 같다. 그러한 과정에서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의 조언도 들은 것 같다. 물리적 폭력 행사는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김씨에 대한 심한 언어폭력과 학대는 인정된다고 본다.
- 김씨의 형기는 어느 정도로 예상되나?
검찰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타 방화범과는 비교해 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김씨의 정신적 이상이 제기되는 상황이 반영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 남편의 구속여부에 대해 김씨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현재 김씨는 남편의 처벌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태이다. 밥먹듯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씨로서는 그렇지 않을까?
- 김씨의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나?
남편과 시아버지 그리고 8살, 6살의 딸들이 있다. 현재 시아버지는 폐암으로 입원 중이고 6살 난 딸아이는 친정어머니가 양육하고 있는 상태이다.
인터뷰를 마친 박윤동 팀장은 경찰의 입장을 떠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그리고 한 남편으로서 이번 사건은 안타깝고 씁쓸하기 그지없다고 착찹한 기분을 기자에게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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