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황식 국무총리는 18일 광주에서 열린 제32주년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ㆍ18의 의기와 얼을 되살려 더 성숙한 민주주의를 열어가겠다는 각오를 다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어서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은 시대의 혼란 속에서 우리나라 현대사의 물꼬를 민주화의 방향으로 틀어 돌린 하나의 큰 전환점"이라면서 "우리가 누리는 민주화는 5ㆍ18 민주화 운동이 바탕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난 20여 년 동안 5·18기념사가 국무총리 명의로 공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불참했지만 기념사는 대통령 이름으로 발표됐었다. 하지만 올해 기념사는 대통령이 불참한 가운데 기념사까지 국무총리 명의로 발표돼 이 대통령과 정치권 간 상당한 힘겨루기와 함께 광주지역의 민심까지 들끓고 있다.
이 대통령은 2005년 서울시장으로 참석, 묘역 내 유영봉안소에서 파안대소를 터뜨리고, 2007년에는 묘지상석을 발로 밟는 등 ‘문제행동’을 했다가 논란이 일자 다음 해부터 임기 마지막해인 올해까지 계속 참석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대통령의 행동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인식에 의구심과 함께 불신이 점점 커지고 있어 향후 정치적 전개과정에 주목이 되고 있다.
국가보훈처가 이 대통령이 5·18기념식에 불참한다고 발표한 이후 정치권은 물론 5·18 관련 단체들도 대통령이 “민주영령의 숭고한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민주통합당 광주지역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지난 16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 대통령이 지난 2009년, 2010년, 2011년에 이어 올해에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불참한다”며 “이는 민주화에 대한 대통령의 천박하고 오만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이들은 “5·18 민중항쟁은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에 한 획을 그은 위대하고 성스러운 운동으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민주화 운동의 큰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꿔 제32주기 5·18민중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5·18의 가치를 공유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5·18단체와 행사위 등은 5·18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고, 5·18 희생자가 국가 유공자로 예우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참석치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았고,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한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 등도 5·18민주묘지를 방문하는 등 5월 광주에서 적극적인 '호남구애'에 나서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18일 기념식에 참석했다.
민주통합당 대선주자 유력 후보군도 5월 광주에서 큰 꿈을 그리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 정세균·정동영 상임고문은 17일부터 광주를 찾아 5월 영령추모와 강연, 지역시민사회단체 등과의 만남을 통해 정치적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당내 ‘친노’진영 대선주자인 김두관 경남도지사와 문재인 노무현재단이사장도 최근 광주를 잇따라 방문해 10년전 광주에서 불었던 '노풍'의 재연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5·18기념식이 열린 18일에는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 일부 정부인사와 5·18민주유공자, 유족, 사회 각계 대표, 학생, 일반국민 등 2천500여 명이 참석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