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를 인수할 후보군의 윤곽이 드러났다. 롯데그룹, GS리테일, 광둥메이디, MBK파트너스, SK네트웍스 등 5곳으로 치열한 ‘싸움’이 예고된다. 웅진코웨이 입장에서는 국내기업 3곳과 해외기업 1곳, 국내사모펀드 1곳으로 구성된 후보군이 만족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웅진코웨이의 매각 예상가격과 새로운 주인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웅진코웨이를 내놔야만 했던 웅진의 속사정도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롯데-GS-SK 등 3파전 속 중국 업체도
6월말 매각 예상…1조3000억 웃돌 듯
지난 15일 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과 매각 주관사 골드만삭스는 지난 9일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20여 곳 중 5개 기업을 숏리스트(적격예비후보)에 선정했다. 롯데그룹, GS리테일, 광둥메이디, MBK파트너스에 이어 SK네트웍스까지 참여하면서 5곳으로 압축됐다.
인수 후보군은
웅진코웨이 인수를 통해 롯데그룹은 카드 및 가전사업 등과의 시너지를, GS리테일은 편의점과 홈쇼핑 사업 등과의 시너지를 각각 기대하고 있다. 현재 두 그룹 다 자금력이 충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웅진코웨이 인수에 임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중국의 가전업체인 광둥메이디는 2조원이 넘는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웅진코웨이 인수를 위한 자금여력이 충분하다는 평이다. 또한 현재 급성장 중인 중국 정수기 시장을 감안할 때, 광둥메이디에게는 웅진코웨이가 중국 정수기 시장을 이끌어나갈 매력적인 요인으로 여겨질 것이라 예상된다. 2006년에는 국내 정수기 업체인 청호나이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정수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도 광둥메이디가 웅진코웨이 인수에 유력한 후보군으로 떠오른 이유 중 하나다.
SK그룹 계열사인 SK네트웍스는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막판 합류했다. 전자랜드에 이어 하이마트와 웅진코웨이 인수전에도 참여키로 결정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SK네트웍스의 행보를 두고 유통부문 사업 강화를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축적된 유통역량을 신유통사업으로 전이시켜 나가야 한다”며 “올해 스케일 패스트 전략을 통해 디바이스 유통업계의 혁명을 일으키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SK네트웍스는 또한 자회사 LCNC를 통해 휴대용 디지털제품 전문매장인 컨시어지 1호점을 개장한 뒤 현재까지 점포수를 50개 이상으로 늘린 상태다.
이처럼 인수 후보군의 윤곽이 잡히면서 웅진코웨이 인수를 놓고 이들의 치열한 싸움이 예고된다. 특히 롯데그룹과 GS리테일, SK네트웍스의 삼파전이 될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웅진코웨이 입장으로서는 싸움이 치열해질수록 유리하다. 현재 웅진코웨이의 매각결정 가격은 1조3000억∼1조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며, 웅진은 2조원대까지 바라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웅진은 “지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서 6월 말까지는 마무리 될 것 같다”며 “예상금액은 따로 없지만, 섣불리 판단하기는 조심스럽다. 우리 입장에서는 매각가격이 높이 올라가면 좋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매각대상은
물론, 예상금액은 이보다 낮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본사는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계열사의 실적을 반영한 재무제표를 분기마다 발표해야 된다. 따라서 30.9%에 그치는 지분은 재무재표에 연결 실적으로 잡을 수 없으며 인수 후보군에게는 이 점이 가격인하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웅진코웨이의 매각대상 지분은 웅진홀딩스 지분 28.37%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특수관계인 지분 2.53%를 합쳐 총 30.9%(2,383만주)로 8,543억원(18일 기준)에 달한다. 웅진홀딩스는 지난 2월7일 자회사인 웅진코웨이의 지분매각 추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캐시카우(cashcow)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겠다는 웅진의 결정에 놀라움을 표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간 웅진코웨이는 15%대의 영업이익률을 보이면서 자본 및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보였다. 실제로 매각결정이 난 이후에도 성장세를 지속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1분기(1월1일부터 3월31일)에는 매출액 4424억원, 영업이익 644억원, 당기순이익 412억원을 달성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0.6%, 영업이익은 14.0%, 순이익은 6.4%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였다.
당시 웅진이 웅진코웨이 지분매각 결정을 한 이유는 ‘그룹 역량집중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웅진이 태양광사업에 진출하고, 극동건설과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필요한 자금의 대부분을 외부차입에 의존, 초래된 결과란 지적이다. 웅진은 웅진코웨이 지분매각을 통해 얻는 자금으로 현 재무위험을 타파하고 난 뒤, 태양광 에너지 사업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왜 웅진코웨이를?
한편, 일각에서는 웅진이 극동건설이 아닌 웅진코웨이를 내놓은 이유가 윤석금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건설 부문의 실패를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윤 회장이 공을 들인 건설 부문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웅진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자 나온 의혹이다.
이에 웅진은 “그런 건 아니다. 워낙 건설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 태양광 사업이 워낙 초기 투자자금이 많이 들어가서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고 얻은 금액으로 적시에 (태양광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그런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10년 전에도 웅진은 코리아나 화장품이 가장 큰 계열사였는데도 팔고 웅진코웨이를 키웠다. 이로 인해 잘 되는 사업을 팔은 뒤 경기가 어려운 쪽에 투자를 해 살리겠다는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극동건설이 수입이 나지 않아 태양광 사업인 웅진폴리실리콘과의 시너지를 통해 키우는 방법을 모색한 것 아니냐는 항간의 의혹에 대해서는 “현재 극동건설은 해외수주도 꾸준히 들어오는 등 좋아지는 상태고, 구체적으로 그런 계획을 가지고 한 건 아니다”며 일축했다.
박미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