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게이트' 그냥 덮나?
'오일게이트' 그냥 덮나?
  • 김부삼
  • 승인 2005.05.2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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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 못 밝히고 깃털만... '면죄부'논란
검찰 "이광재 사법처리 어렵다 ... 이기명 혐의가 없다" 철도공사(옛 철도청)의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사업' 투자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과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인 이기명씨 등 ‘권력 실세’에 대한 검찰조사가 끝나고 사건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감에 따라 "검찰이 이들에게는 면죄부를 준 채 책임을 떠넘기는 ‘깃털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7일 외압의 몸통으로 지목돼온 두 사람에 대한 조사를 마치면서 이들을 사법 처리하지 않기로 하고 다음주에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로써 40여일을 끌어온 오일게이트 수사는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을 사건의 ‘몸통’으로, 신광순 전 철도공사 사장과 왕영용 전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 전대월 하이앤드 대표, 박상조 전 철도재단 본부장을 ‘공범’으로 지목하는 선에서 사실상 마무리될 전망이다. 그동안 구속된 사람은 5명으로, 이날 검찰이 김 전 차관을 기소하면서 5명 모두에 대해 기소가 완료됐다. 신씨와 왕씨는 각각 지난 26일과 18일,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전씨는 지난 14일 일단 부동산개발업체인 하이앤드 부도와 관련, 부정수표단속법과 상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핵심 연결고리인 허문석(인터폴 적색수배중)씨에 대한 수사는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이 의원과 이씨는 허씨와 철도공사 관계자들이 만나도록 주선했을 뿐 사업에 직접 관련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의원을 더 소환할 계획이 없으며 사법처리 가능성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의혹의 ‘몸통’을 자르기 위해 서둘러 사건을 덮으려 한다”는 비난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민간업자 두 사람이 나서 철도청장과 철도공사 사장, 공사 사업개발본부장 등이 ‘발벗고’ 사업에 뛰어들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검찰 해명과는 달리 이 의원이 지난해 11월 허씨와 왕씨를 만나 석유공사 관계자를 연결시켜 준 사실이 밝혀졌다. 허씨 등은 당시 이 의원에게 석유비축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들과 허씨 등의 만남도 권력 실세인 이 의원의 영향력이 없었으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 의원은 이보다 앞서 전씨를 여섯차례 만난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전씨를 만난 적이 없다고 잡아떼던 그의 언행을 보더라도 사건의 진실이 명백히 가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이 밖에도 이 의원은 처음에 “전씨가 사기극의 주범”이라고 주장했으나 이제는 이미 출국해 버린 허씨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등 잦은 말 바꾸기를 통해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확산시키고 있는 듯한 형국이다. 이씨 역시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일 때 허씨와 수차례 전화통화를 했고 허씨가 인도네시아로 도피하기 직전에도 통화한 사실이 밝혀졌다. 또 그가 이 의원 사무실과 자신의 사무실에서 전씨를 만나 사업에 대해 의논했다는 전씨측 진술도 나오는 등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검찰은 “허씨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들이 개입했다는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다”면서 두 실세의 해명을 들어주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의원에 대해서는 “부적절한 만남을 주선했다고 해서 직권남용이나 배임 공범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고 이씨에 대해서는 “의혹해소 차원에서 소환조사 했을 뿐 별다른 혐의점이 없다"는 얘기다. 한편 러시아 유전 개발 의혹과 행담도 개발 의혹을 놓고 한나라당이 6월 국회의 최대 쟁점으로 삼을 태세다. 한나라당은 27일 검찰이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과 이기명씨에 대해 사법처리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을 두고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나타냈다. 임태희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검찰이 결국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과 신광순 전 철도공사 사장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려는 것 같은데 검찰 스스로도 낯이 간지럽지 않겠느냐"며 "6월 국회에서 오일 게이트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 4당은 지난 4월 13일 특검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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