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1중앙회 2지주회사(금융, 경제)’ 체제로 새 출범한지 약 3개월이 됐다. 그러나 잇단 잡음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쇠고기 원산지 허위 표시 의혹에 휩싸이는 가하면 관치논란이 제기되며 노사 간 갈등이 고조되는 등 농협의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최원병 회장의 경영능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11월 갖은 논란으로 어렵사리 연임에 성공한 최 회장.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경영능력 논란에 최 회장은 또다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농협목우촌, 쇠고기 원산지 허위표시 의혹에 당혹
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 예정 등 노사 갈등 고조
전산장애, 부실 PF 대출 등은 아직도 골칫거리
최원병 회장의 수억원 연봉 등도 논란에 휩싸여
소비자연대는 지난 5월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농협의 자회사 농협목우촌이 원산지를 속여 판매한 것이 밝혀져 농협목우촌 김용철 대표이사를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원산지 속였다”?
소비자연대에 따르면, 농협목우촌은 농협목우촌이 운영하는 식당(서울 방배점, 경기 서수원구운점, 경기 오산운암점)에서 마장동 등의 외부업체 쇠고기를 농협목우촌의 쇠고기로 속여 판매하는 것을 알고도 은폐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소비자연대는 최원병 회장에게도 “농협의 수장으로서 원산지 표시 위반행위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고, 공개 사과하라”고 촉구한 상태다.
이에 농협목우촌은 “경기 오산운암점은 지난 4월 외부구매가 적발돼 경고 조치 후 시정했고, 경기 서수원구운점은 적발된 적이 없다”고 말한 뒤 “서울 방배점의 경우 두 차례에 걸쳐 돼지고기 외부사입이 적발돼 경고장과 가맹계약해지예고장을 보냈다. 이는 가맹계약 해지 사유지 원산지 위반 행위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농협목우촌 관계자는 “일전에 소비자연대와 체인점 문제로 마찰이 있었던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억울한 측면이 많다. 증거자료도 다 있고, 위반사항은 이미 해결했다”며 “계속 주시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소비자연대로부터 고발장이 접수되지 않았다”고 설명한 뒤 억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일부 가맹점에서 ‘원산지 허위 표시’를 했다는 의혹이 있는 만큼 사실여부를 떠나 농협의 이미지는 실추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의 원산지 허위 표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정범구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5년간 농협이 외국산 농축산물을 국내산으로 속여 팔다가 적발된 건수가 143건에 달한다”며 “농협중앙회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원산지 허위 표시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노사불신 고조
이뿐 만이 아니다. 새로운 체제로 출범 전부터 삐걱거렸던 농협노사 간의 갈등은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국농업협동조합노동조합은 농협중앙회 새 출범을 앞두고 보도 자료를 통해 지난해 3월 개정된 농업협동조합법에 대한 기본 입장을 발표했다. “협동조합의 간판을 떼 내고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주식회사의 간판을 달려고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게 골자다.
지난해에는 신경분리 시기를 놓고 대립하기도 했는데, 노조는 무리해서 5년이나 앞당기지 말고 계획대로 2017년에 사업구조 개편을 해 농협의 부실화를 막자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농협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였고, 농협은 경찰 병력을 투입해 이를 막으며 대립각을 세웠다.
최근 노조는 농협이 정부와 체결하기로 한 ‘경영개선이행약정서(MOU)’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였다. 더욱이 농협이 MOU 체결을 공공연히 말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조는 지난 18일 서울 시청광장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었고, 불만은 극대화됐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노조와 합의 없이 경영개선이행약정서(MOU) 체결을 추진하지 않겠다”며 노조 달래기에 들어갔지만 노조는 MOU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마찰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국농협노동조합 관계자는 “지금 농협과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해있는 상태”라며 “서 장관이 지목한 노조는 농협중앙회지부로 노조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으로 실제로는 별 효과가 없다고 보고 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형식적인 수정이 아닌 MOU 전면폐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19대 국회에서 전면적으로 농협에 대해 다룰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로 넘어가면 농협에서도 골치 아파지니까 최 회장을 필두로 빨리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며 “노조에서는 5월 31일 쟁의행의 찬반투표가 있고, 쟁의행의 돌입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그 중에서도 최 회장에 대한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내왔다. 지난 22일 전국농협노동조합은 “중앙일보의 미래저축은행회장, 청와대 행정관, S병원 등이 얽힌 커넥션 의혹 관련기사에 따르면, 농협중앙회가 120억원에 달하는 채권을 27억원에 팔아치웠다”며 “농민조합원의 자산을 헐값에 팔아 농협에 손실을 입힌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은 그 이유에 대해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고 일갈했다.
앞서 노조는 최 회장을 겨냥해 “임기 4년 동안 농업회생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없다”, “거두절미하고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 평가할 것도 없다”며 날을 세운 바 있다. 이처럼 노조가 최 회장을 향해 끊임없이 비난을 쏟아내자 불똥은 최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튀었다.
경영능력 의구심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연임에 성공하며 농협수장의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선거 전후로 농협 안팎에선 최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의 경영능력에 대한 비판시각이 본격화된 때는 지난해 4월 발생한 전산망 사고다. 당시 농협에서는 인터넷뱅킹과 자동화기기를 포함한 금융서비스가 모두 중지돼 일대혼란을 야기했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최 회장의 미흡한 사고수습 태도였다. 최 회장은 “비상임직이라 전산업무를 잘 모르고 책임 질 것도 없다”고 말하며 눈총을 받았다. 전산망 사태에 대해 사죄하는 자리에서도 전국조합장모임에 참석해야 한다며 급히 자리를 뜨려고 한 점도 비난여론 형성에 일조했다.
올해 농협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교육세를 불합리하게 부당 수취한 사실이 금융감독원 조사결과 드러나 원성을 듣기도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교육세를 가중평균 금리로 적용해 세금납부 후 남은 돈을 은행의 수입에 넣었다. 이중 농협은 고객에게 환급해야 되는 부당 수취금액이 8억원으로 가장 많아 눈총을 받았다. 농협은 이후 금감원에 지시에 따라 차액환급 이행계획서를 당국에 제출, 고객들에게 환급할 계획임을 밝혔지만 이미 이미지는 실추됐다는 지적이다.
또한 금감원은 지난 14일 “농협에 대해 고강도 종합검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히며 농협을 압박했다. 그간 전산장애, 부실 PF 대출 등이 문제화돼온지라 이들을 중점적으로 검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PF 대출의 경우 연체율이나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타 시중은행보다 높다는 점에 입각해 더욱 집중 점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국회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농협의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9월 기준 6.42%로 시중은행 평균(5.21%)보다 높았고, 고정이하 여신비율도 22.08%로 시중은행 평균(18%)은 물론 저축은행 평균(15.38%)보다도 큰 차이를 보였다.
금감원 조사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금감원 조사는 6월 초부터 5주간 진행되는데 표적이 아니라 원래 정해진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농협 안팎에서는 최 회장의 무리한 신용사업 추진으로 빚어진 결과라는 비판이 거셌다. 노조 측은 “부동산 PF 대출을 확대시켜오더니 부실에 따른 손실을 지역농협에 전가시키겠다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런 문제들이 잇달아 터지면서 최 회장에 대한 경영능력 논란은 계속됐고, 최 회장의 연봉이 12억원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특권은 누리면서 책임은 회피한다”는 따가운 시각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당시 농협은 최 회장의 연봉이 7억원을 약간 넘을 뿐이라며 해명했지만, 이 또한 국책은행장 연봉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라는 점에서 비난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최 회장의 책임론이 제기되는데 대해 “비상임이라서 법률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굳이 따지자면 도의적인 책임일 것”이라며 “정부차원에서 회장 힘이 크다고 사업별 책임제를 만들고 이제 와서 최 회장의 경영능력을 따지는 것은 어패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연봉도 실질적으로는 3억원으로, 7억원은 판공비를 연봉에 포함시켜서 나온 수치로 경조사를 본인 돈으로 쓰시는 걸로 안다”며 “지난해 전산장애 트라우마가 워낙 커서 일련의 문제들이 더욱 불거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미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