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망론’이 흔들리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대선출마 선언을 앞두고 정치적 시련을 겪고 있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지역별 대의원 투표에서, 문 고문과 가까운 친노 진영의 좌장 이해찬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이해찬 당권-박지원 원내대표-문재인 대권후보’ 시나리오를 통해 ‘호남 민심’을 얻으려 했지만 이 후보가 광주·전남 대의원 투표에서 3위에 그치면서, 문 고문의 대선행보에 불안감을 던져주고 있다. 문 고문의 지지율 하락도 고민거리다. 지난 2월말까지만 해도 문 고문의 지지율은 20%대를 넘었고,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양자대결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보였었다. 그러나 최근 문 고문의 지지율은 10%로 떨어졌고, 박 전 위원장과의 양자대결에서도 10%이상 벌어졌다.
지지율, 하락추세에 박근혜와 격차 크게 벌어져
“당 대표 경선 이해찬 초반 고전도 부정적 영향”
호남 민심잡기도 쉽지 않아…다른 후보와 각축전
민주당 안팎의 ‘친노’계 공격도 잠재울 필요 있어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은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퇴와 함께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 상임고문의 대선출마 결심은 지난 5월 24일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홈페이지에 ‘노무현 재단 이사장직을 내려놓으며-끝은 시작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도 엿볼 수 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 퇴임
문 고문은 글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 3주기. 저는 봉하의 아주 낮은 무덤 앞에 서서 그와 다시 마주했습니다”라며 “이제는 당신을 보내드린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남은 자들의 한숨이나 분노 때문에 그가 잠 못 들고 뒤척이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약속했습니다. 더 이상 5월이 눈물의 달이 아니라, 뜻을 모으고 의지를 다지는 희망의 달이 되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라며 “이어가겠습니다. 그가 남겨준 민주주의라는 신념, 통합이라는 지향, 원칙과 상식이라는 가치, 이 모두가 그가 우리에게 남긴 숙제이고 당부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밝혔다.
문 고문은 또 “노무현을 내려놓으며 노무현 재단 이사장직도 함께 내려놓습니다”라며 “이제 저는 정치인 문재인으로 다시 시작합니다. 그리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정치인 문재인은 정치인 노무현을 넘어서겠다고 말씀드립니다. 노무현을 넘어서는 것이, 우리가 노무현을 이기는 것이 그의 마지막 부탁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노무현재단 이사장 퇴임사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 고문이 대선 출마 의사를 굳히고 적절한 시기를 선택해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의 대선 출마 선언 시기에 대해 말들이 무성하지만,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는 6월 9일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0%대 지지율
그러나 그의 대선가도는 평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선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문 고문은 20%대의 지지율을 보였고,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양자대결에서도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펼치기도 했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지난 2월 셋째주 주간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고문은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제치고 2위를 기록했다. 당시 문 고문의 지지율은 21.5%였고, 안 원장은 19.9%였다. 여기에 박 전 위원장과 문 고문의 양자대결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위원장이 44.9%의 지지율을, 문 이사장은 44.4%를 기록해, 두 후보간 격차는 0.5%p차이였다.
이런 문 고문의 지지율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원내 1당을 기대했던 민주당이 4·11총선에서 새누리당에 패배했고, 문 고문이 적극 지원했던 ‘낙동강 벨트’도 신통치 않은 성적을 낸 것이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최근 여론조사에도 잘 나타나고 있다. 리얼미터의 5월 셋째주 주간 정례조사 결과, 대선후보 다자구도에서 문 고문은 13.4%를 기록, 박 전 위원장(41.9%)과 안 원장(20.7%)에 이어 3위에 머물러 있다. 박 전 위원장과의 양자대결에서도 문 고문은 37.5%로 박 전 위원장의 52.0%에 뒤졌다. 두 후보간 격차도 14.5%p로 크게 벌어졌다.
여기에 총선 패배에 대한 문 고문의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 일각에서는 “총선에서 문 고문 본인은 당선됐다는 긍정적면이 있지만, 야권이 낙동강벨트 지역에서 적어도 3~4석은 될 줄 알았는데 사실상 문 고문이 혼자 된 것은 그의 한계”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박-문 연대’, 역풍
특히 최근 열리고 있는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지역별 대의원 투표’도 문 고문에게 좋지 않게 돌아가는 형국이다. 지난 5월 20일 울산 경선으로 막이 오른 당권 레이스에서 초반에 ‘이변’이 속출했다.
당초 문 고문과 가까운 친노 진영 좌장인 이해찬 후보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울산 경선’에서는 4위로 밀렸다. 그나마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친노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 경선에서 이 후보가 1위에 오르면서, 체면을 유지했다.
문제는 ‘호남 대의원의 민심’이었다. 문 고문과 이 후보는 ‘친노 대 비노, 호남 대 비호남’ 등 당내 대립구도를 타파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호남의 맹주격인 박지원 원내대표를 연대 파트너로 끌어안았다.
그리고 ‘이해찬-박지원-문재인’ 삼각 연대가 꾸려지게 됐다. ‘당권-이해찬(충청), 원내대표-박지원(호남), 대권주자-문재인(영남)’이라는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가 가동된 셈이었다.
이에 이번 당권레이스에서도 연대 파트너인 박 원내대표의 지원을 받아 호남에서 승리하면 ‘이해찬 대세론’을 굳힐 수 있을 것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측은 광주·전남 경선 결과에 따라 전체 판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의원 표심을 잡기에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호남 민심’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당 대표 경선을 위한 광주·전남 대의원 투표에서 이 후보가 3위에 그치면서, 이 후보의 당권 레이스는 물론 문 고문의 대선가도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 고문 등 친노계의 지원을 받은 이 후보가 호남에서 3위를 한 것은 호남지역 민심이 문 고문 지지에 대해 아직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또 ‘이해찬-박지원-문재인 연대’와 문 고문이 제안한 안 원장과 공동정부론 등에 대한 대의원들의 반감이 작용하면서 ‘역풍’이 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호남 민심이 아직은 특정 대권주자에 대한 쏠림 현상이 없는 상태”라며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한 문 고문과 손학규, 정동영, 김두관 등 당내 유력 대권주자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문 고문은 지난 총선 ‘낙동강 벨트’에서 바람을 일으키지 못한데다 호남권의 민심도 확실히 잡지 못하면서 대권주자로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문, 복잡한 심경 토로
이와 함께 문 고문은 당내 일각의 ‘친노 회의론’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 당 안팎에서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친노계’가 나서지 말아야 한다”, “친노계의 집권 가능성은 회의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친노’에 대해 비판 여론에 대해 문 고문은 복잡한 심경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문 고문은 지난 5월 23일 트위터에 “친노라는 말이 풍기는 적의(敵意) 때문에 한잔,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두고 낯선 세상 들어가는 두려움에 한잔, 저에게 거는 기대의 무거움에 한잔, 그런 일들을 먼저 겪으며 외로웠을 그를 생각하며 한잔”라고 글을 썼다.
대선출마 선언을 하기도 전에 당 안팎으로 정치적 시련을 겪고 있는 문 고문. 그가 어떤 정치적 해법을 내놓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