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능력있는 후계자는 누구야?”
효성 “능력있는 후계자는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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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구도 ‘아리송’

효성그룹 후계구도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있다. 3형제가 ㈜효성의 지분을 비슷하게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 모두 맡은 사업부문에서 성과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장남 조현준 사장이 건설부문과 IT부문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삼남 조현상 부사장은 산업자재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면서 조 부사장의 주가가 급등했다. 더욱이 조석래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능력이 있는 자식에게 물려주겠다”고 누누이 밝힌 만큼, 경영실적은 효성의 후계자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에 재계 안팎에서는 효성이 재계 불문율이었던 ‘장자승계’를 깨트릴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석래 “능력 있는 자식에게 물려주겠다” 밝혀
비슷한 지분 구조·경영실적 ‘후계구도’ 안갯속
장남 조현준, IT 사업부문 실적악화로 위기 맞아
삼남 조현상 떠오르고 차남 조현문 등기임원 사퇴

조석래 회장은 지난 5월 17일 한일경제인회의에서 후계구도를 묻는 기자에게 “능력이 있는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사실상 장자승계 원칙에 배치되는 말로, 조 회장이 아직까지는 후계구도 정립에 대한 여지를 남겼음을 알 수 있다.

‘포스트 조석래’에 관심

그러나 재계 안팎에서는 조 회장의 건강문제를 들며 “효성의 후계구도가 빠른 시일 내 확립돼야 하지 않느냐”는 시선을 보낸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조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한미재계회의 위원장직, 전경련 회장직에서 각각 사임한 바 있다. 나이 또한 올해 만 77세이기 때문에 건강에 대한 주위의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후계구도까지 불확실하자 ‘포스트 조석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현재 효성 3형제의 ㈜효성에 대한 지분율은 7% 내외로 비슷하다. 4월 중순부터 장남 조현준 사장이 3차례에 걸쳐 지분을 추가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동생들과 지분차이는 거의 나지 않는다. 조 사장은 이 기간 동안 7만778주를 추가 매입, 지분율이 7.21%로 올라갔다. 삼남 조현상 부사장도 4월 18일 7천657주를 추가 매입해 지분율이 7.79%가 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효성의 지분은 조 회장(10.32%) 다음으로 조현상 부사장(7.79%), 조현준 사장(7.21%), 조현문 부사장(7.18%) 순이다. 최근 조 사장은 지분이 7.01%에서 7.21%로 올라서면서, 조현문 부사장보다는 0.03%p 높고, 조현상 부사장보다는 0.58%p 낮은 구도를 형성했다. 일각에서는 조 사장의 잇단 지분매입이 후계구도 정립의 신호탄이라고 바라봤지만, 3형제의 지분이 여전히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확정짓기 힘들다.

그동안 3형제의 경영능력이 업계에서 두루 인정 받아왔다는 것 또한 후계구도 예측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3형제는 그간 각자 맡은 사업부문에서 인정을 받아왔는데, 조현준 사장은 무역·섬유PG장, 조현문 부사장은 중공업PG장, 조현상 부사장은 산업자재PG장으로서 매출을 큰 폭으로 증가시키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이 중 유력한 후계자인 조 사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조 사장은 2007년 효성에서 섬유부문을 맡은 뒤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시키는 수확을 얻었고, 현재는 세계시장에 스판덱스·폴리에스터·나일론 등을 성공적으로 수출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스판덱스 부문에서는 세계 1위를 차지, 효성의 가치를 높이는데 일조했다.

무역부문의 성과도 인정받고 있다. 효성은 지난해 열린 ‘제 48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50억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앞서 2010년에는 40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는데 1년 만에 ‘수출규모 20%상승’이라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이는 수치상으로도 나타나는데 섬유부문의 매출액은 △2009년 9037억원(총매출의 13%) △2010년 1조7608억원(17.4%) △2011년 1조9061억원(16.8%), 무역부문의 매출액은 △2009년 2조1948억원(31.2%) △2010년 2조7195억원(26.8%) △2011년 3조533억원(26.9%)을 각각 기록했다.

조현준, 실적악화에 ‘흔들’

이처럼 조 사장은 자신의 주력사업인 섬유·무역부문에서는 승승장구했지만, 이 외의 사업부문에서는 시련을 겪었다. 등기임원으로 참여하며 손을 댄 효성건설과 진흥기업에서 실패를 맛본 것이다. 특히 진흥기업은 효성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건설업 불황을 극복하지 못해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지금은 조 사장이 등기임원이 아니지만 경영진으로 이름을 올렸던 당시 경영악화가 계속돼 두고두고 조 사장의 이력에 흠집을 낼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IT사업부문도 오히려 조 사장을 옥죄고 있는 판국이다. 조 사장은 5개의 IT계열사를 묶어 ‘갤럭시아 그룹’을 만든 뒤 진두지휘하고 있다. ‘갤럭시아 그룹’의 중심에는 전자결제, 모바일서비스, 소셜커머스 등에 주력하는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조 사장 지분율 31.75%)가 있다.

이 외에도 갤럭시아 그룹에는 △LED 산업의 주요 소재를 제조 판매하는 갤럭시아포토닉스(㈜효성 81.03%, 조 사장 9.85%) △휴대폰용 키패드를 제조 판매하는 갤럭시아디바이스(갤럭시아컴즈 100%) △IT 부품소재를 개발 판매하는 갤럭시아디스플레이(갤럭시아컴즈 34%) △반도체 광원을 제조 판매하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조 사장 60.49%)가 포함된다.

그룹화로 IT부문의 전문성을 확보한 뒤 사업을 확장하려는 시도는 당시 “좋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갤럭시아 그룹의 실적이 모두 부진하다는 점에서 조 사장에 대한 평가는 달라졌다. 2011년 12월 31일 기준 갤럭시아컴즈의 매출액은 214억원에서 194억원으로 떨어졌고, 영업손실은 374억원으로 전년 대비 263% 증가하는 등 재무사정이 악화됐다.

갤럭시아포토닉스는 매출액 120억원, 영업손실 170억원이었고, 갤럭시아디바이스는 매출액 474억원, 영업손실 108억원이었으며, 갤럭시아디스플레이는 매출액 355억원, 영업손실 98억원으로 적자를 이어간 가운데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만 매출액 615억원, 영업이익 79억원으로 이익을 냈다.

조 사장이 적극적으로 구축한 효성의 IT왕국 갤럭시아가 힘을 못 쓰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전반적으로는 실적개선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일단은 갤럭시아 그룹이 조 사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도록 만들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또한 효성이 진흥기업과 갤럭시아포토닉스 등 부실 계열사에 대해 막대한 지원을 하며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두 계열사 모두 조 사장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조 사장은 곤혹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난 15일 ㈜효성 1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효성 측이 “4월 갤럭시아포토닉스에 대한 증자를 하면서 추가 증자가 없을 것이란 약속을 했다”고 못을 박으면서 당장 갤럭시아포토닉스의 경영개선도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조현상, 떠오르는 별?

이런 가운데 삼남 조현상 부사장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 조 부사장이 맡고 있는 산업자재부문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6637억원으로 효성의 6개 사업부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그 비율도 총매출액에서 21.6%를 차지하는 만큼 효성에서 산업자재부문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산업자재부문은 2009년 1조396억원(총매출의 14.8%), 2010년 1조7088억원(16.8%), 2011년 1조9827억원(17.5%)로 매출이 점차 늘어나며 효성에서 위치를 공고하게 다지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조 부사장의 M&A 성과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 6월 효성이 미국 굿이어 타이어코드 공장 2곳을 5000만달러에 인수해 세계 1위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어 8월에는 세계 1위 에어백 업체인 글로벌세이프티텍스타일스(GST)와의 M&A에 앞장서 유럽시장 진출은 물론 업계 최초로 수직계열화까지 일궈냈다.

M&A 시장에서 빈번히 쓰라린 경험을 한 효성이었기에 이러한 조 부사장의 성과는 더욱 가치 있게 평가됐다. 실제로 올해 1월 조 부사장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는데, 당시 효성 측은 “타이어코드를 세계 1위로 올려놓고, GST를 인수하는 등 산업자재 분야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를 마련한 성과가 반영됐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그의 경영자질은 세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조 부사장을 2007년 ‘차세대 글로벌리더’로 선정한 데 이어 2010년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차세대 글로벌리더 G20 이니셔티브’로 선정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조 부사장이 향후 후계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까지 경영능력을 인정받는 만큼 글로벌 효성을 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이다.

조석래 낙점이 관건

한편, 차남 조현문 부사장에 대해서는 “사실상 후계구도에서 밀려났다”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조현문 부사장은 더클래스효성의 등기이사직,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의 감사직,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 감사직, 효성트랜스월드 등기이사직, 노틸러스효성 등기이사직, 효성투자개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대해 효성 관계자는 “조석래 회장이 매일 출근해 경영을 하고 있다”며 “따라서 지금 후계구도에 대해서 얘기가 나오고 있는 건 잘못됐다는 게 공식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등기임원이 그룹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일괄사퇴는 의문스럽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더욱이 조현문 부사장이 사임한 계열사들은 ㈜효성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효성 내 입지가 좁아졌다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효성은 끊임없이 후계구도에 대해 얘기가 나오고 있으나 매번 추측만 무성하다. 결국, ㈜효성의 지분 10.32%를 보유한 조석래 회장이 3형제 중 누구를 후계자로 낙점하는지에 달려있다는 결론이다.

박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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