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공부하고 합시다!
결혼… 공부하고 합시다!
  • 전명희
  • 승인 2005.05.31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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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9월3일 결혼을 약속한 원종성(28)·김진영(27) 커플. 연애한 지 6년째 접어들어 올해는 결혼을 하기로 했지만 막상 결혼 날짜를 잡고 보니 한편으론 막막하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인 요즘, 결혼을 하기로 결정한 만큼 잘 살고 싶은 욕심은 들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서로 힘든 게 뭔지 조금이라도 알고 결혼하면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기더라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원씨 아버지의 권유로 이들이 택한 것은 ‘예비부부 프로그램’.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바쁘지만 일단 중요한 것부터 하기로 마음을 모아 서울 성신여대 가족건강복지센터를 찾았다. ‘예비부부학교’에선 어떤 것들을 배울까? 지난 27일 성신여대 가족건강복지센터 강의실엔 늦은 시간에도 예비부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20여명의 참석자들이 빼곡히 자리를 채웠다. 특히 예비부부의 관심을 끄는 수업은 ‘부부관계 및 성역할 이해’. 여자와 남자가 어떻게 다른지 이해를 해야 결혼생활뿐 아니라 부부간의 의사소통 역시 원활하게 이뤄진다. 중앙대 가족복지학과 박정윤 교수는 ‘평등’을 강조한다. 쉬울 것 같으면서도 지키기 어려운 것이 평등이란 관계다. 박 교수는 “서로 다른 방향을 보는 평등이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실현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남자들이 보기엔 ‘좋아진 세상’이지만 여자들에겐 ‘평등해져서 남자와 동등해졌다’고 느끼기엔 여전히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이 차이의 폭을 좁혀가는 것이 결혼생활에서 해야 할 부분이다. 박 교수는 “성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무조건 자기방식대로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면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결혼 만족도가 남성에 비해 여성이 턱없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결혼생활을 하면서 역할과 권력 부분에 있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기 때문이죠. 의사결정권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부분, 예를 들어 집이나 자동차를 살 때 남편이 최종결정권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자녀들 문제에 들어가서도 대학입시와 배우자 문제 등 좀 더 중요한 부분에서는 마지막 결정을 남편이 내리죠. 가사분담 역시 맞벌이를 하더라도 남편은 도와주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결혼을 하면 여자들에겐 이중부담이 생깁니다.” 맞벌이를 계획하고 있는 예비부부들에게 박 교수가 “결혼하면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집안일과 배우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집안일을 다섯가지씩 써보라”고 권하자 이내 강의실 안이 소란스러워진다. 다섯가지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고 실질적인 문제에 부딪히자 “내가 다 하네!” “겨우 이거야!” 등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성역할에 대한 기대, 인지, 수행 부분에 관해 서로에 대한 차이가 클 경우 갈등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바라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 교수는 갈등의 해결책으로 ‘부부와의 대화’를 꼽는다. 단 대화를 하는 방향도 남자와 여자가 다를 수 있다. 남자는 대화의 내용을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한정해 정하지만 여자는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자신과 상관없어도 대화내용으로 삼는다. 또 남자는 이성·객관적인 것에 치중한다면 여자는 감성·주관적인 것에 무게를 둔다. “어떤 답을 얻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을 읽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가치는 충분히 있어요. 이것만 알고 있다면 부부관계의 문제 중 반은 해결된 셈이죠.” 끝으로 박 교수는 행복한 부부의 지침 다섯가지를 제안한다. “부부갈등은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 사소한 것들이 쌓여 나중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기도 하죠. 그 전에 예방하는 게 중요합니다. 꼭 기억해두세요.” ▲집안 일에 있어 성으로부터 자유로워져라. 성별이 아니라 관심 적성 능력에 따라 집안 일을 분담하라 ▲권력과 의사결정에 있어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라 ▲역할과 관련해 당신의 기대와 느낌, 원하는 변화에 대해 배우자와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라 ▲부부가 한 팀으로 함께 일하는 것이 최상임을 기억하라 ▲변화에 대해 개방적이 되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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