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여성 가구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지원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들 독신여성들은 주거가 불안정하고, 성폭력 등 범죄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또 몸이 아프거나 위급 할 때 도와줄 사람 없고, 노후걱정의 어려움을 표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에 독신여성들이 원하는 여성정책을 만들기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다.
혼자 생활 위해선 ‘안정적 일자리 및 주거환경’
흡연·음주 비율 높고 건강관리 소홀, 지원 필요

현재 서울의 여성 1인 가구 수는 전체 357만7397가구 중 45만 가구로서, 전체 가구의 12.6%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독신 여성들 중에는 고학력 미혼자 많고 안정적 일자리와 주거환경 중요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전체가구 12.6%
여성가족재단과 함께 서울시가 거주 25세~49세 사이의 여성 1인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혼(92.4%)이 다수를 차지했고, 이어 이혼 6.7%, 사별 0.9% 등의 순이었다. 미혼이 혼자 사는 이유는 ‘적합한 배우자를 못 만나서’(60%)에 이어 ‘결혼할 생각이 없어서’도 27%로 조사됐다. 또한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비율은 40%에 그쳤다.
학력은 대학교 졸업이 70.7%로 가장 많았고 대학원 졸업 이상이 15.5%, 고등학교 졸업 이하가 13.8%로 상당히 학력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혼자 생활하면서 어려운 점으로는 ‘주거불안정’을 81%로 가장 많이 들었고, ‘성폭력 등 범죄에 대한 불안감(77%)’ ‘몸이 아프거나 위급 시 도와줄 사람 없음(75%)’ ‘노후걱정(74%)’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주거형태는 연립주택이 35.8%로 가장 높았으며 단독주택 20.9%, 일반 아파트 19.1%, 오피스텔 15.8% 등의 순이었다. 주거 점유형태는 전세(44.4%)와 월세(43.7%)가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특히 1인 가구 여성들은 흡연(22.7%)과 음주(69.6%) 비율이 비교적 높았고, 검진비용 등의 이유로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음주 빈도는 한 달에 5~8회가 27.7%, 3~4회가 27.2%, 9회 이상이 24.3% 순이었다. 여성 질환 병원검진 비율은 54%에 그쳤는데, 그 이유는 비용이 비싸서(22%), 결혼하지 않아 검진 받기가 어색해서(18%) 순으로 나타났다.
건강상태 나쁘다 31.8%
자신의 건강상태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1.8%가 ‘나쁘다’고 응답했는데 이들 중 절반 정도는 “건강이 나쁘다고 판단되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무엇보다도 25~29세 여성들은 설문조사그룹 중 가장 연령대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33.7%가 본인의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답했다. 이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소득 수준이 낮고 고용환경이 불안전하기 때문에, 자신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체크할 경제적 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88%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중 사무직은 59%, 전문직 15%, 서비스직 등 26% 비율로 조사됐으며 임시?일용직은 13%였다.
여기에 월평균 근로소득을 보면 150~250만원 이하가 38.4%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고, 250~350만 원 이하가 21.5%로 뒤를 이었으며, 150만 원 이하가 16%, 무직 12.5%, 350만 원 이상이 11.6%로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가장 바라는 정책으로 ‘지역 중심의 안전 체계’와 ‘건강 및 의료지원체계’ 마련을 꼽았다. 안전 분야의 경우 ‘방범활동 강화’, ‘골목길 CCTV 설치확대’, ‘개인주택 보안장치 지원’ 등을 구체적으로 바라는 정책항목으로 꼽았다.
건강분야에서는 ‘국민건강보험을 통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선정했고, 이 외에도 ‘보건소를 통한 다양한 실비 의료지원 혜택’, ‘운동 공간 및 시설 제공’, ‘보건소의 일상적인 건강 상담 상시화 체계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싱글여성들은 ‘구직활동 기간에 한시적 생계비 지원’, ‘임대주택·아파트 우선부여’, ‘실비 직업훈련 교육’ 등을 서울시에 바라는 지원책으로 제안했다.
한편, 서울시는 여성 1인가구를 위해 주거·안전·건강 등 크게 3가지 분야로 나눠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여성전용 안심 임대주택’ 추진
주거지원과 관련해서 청년 여성근로자를 위한 임대아파트를 2곳 운영중이다. 서울 소재 사업장에 근무하는 만 26세 이하(대학원 졸업자 제외) 미혼여성 근로자면 입주가 가능하다. 현재 총 1302명이 입소해 생활하고 있다.
또 올해에는 노후된 공공청사를 재건축해 여성 1인가구를 위한 ‘여성 전용 안심 임대주택’ 건립을 추진 중이며, 대학 주변에는 여대생 전용 임대주택 설립도 추진되고 있다.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도시 전체에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를 도입해 운영 중인데, 신촌, 강남, 역삼 등 여성 1인 가구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안전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주택가 골목길 조명을 2배 더 밝게 해 안전한 귀가길 조성에 힘쓴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다.
건강관리 지원과 관련해서는 시립보라매병원에 산부인과, 갑상선센터 등 총 10개 진료과목이 총망라되어있는 ‘여성 전문 진료센터’가 운영 중이며, 25개 자치구 정신보건센터 내에는 여성 우울증을 검진하고 상담해주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일하는 여성 위한 저녁 및 주말 프로그램 제공, 자치구 보건소에서 싱글여성 특화 건강검진 및 의료지원 확대를 추진중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설문조사 결과와 온라인 시민토론회 자리에서 나온 시민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혼자 생활하는 싱글여성들의 행복한 서울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