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여부를 놓고 충돌이 예상되고 있는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갈등이 어떤 형태로 절충점이 나올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내부 신경전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당 지도부 인선이 사실상 친박계로 개편되며 완전국민경선은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당대표와 사무총장, 원내대표에 이어 마지막 인선인 지명직 최고위원도 친박계 인사가 장악했기 때문이다.
새누리, 완전국민경선제 둘러싸고 계파간 공방
비박 ‘경선준비위’ 주장…친박 ‘경선관리위’출범
친박 “경선 룰 안 바꿔”…비박 “보이콧 할 수도”
대선 후보간 힘겨루기 시작…절충점 나올 지 관심
이런 상황에서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등 비박 대선주자들이 완전국민참여경선 도입을 재차 주장하고 있으나, 친박 위주인 당 지도부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경선룰' 놓고 설전
최근 황우여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에 이정현 전 의원과 김진선 전 강원지사를 지명해 원내지도부를 포함한 9명의 최고위원회 참석자 중 비박계는 심재철 최고위원만이 유일한 상황이다.
심 최고위원은 “시대정신에 오픈 프라이머리가 맞는 만큼 당에서 본격적으로 얘기를 시작해 주셨으면 한다”며 주장을 펴고 있으나 이혜훈 등 친박 최고위원들은 일제히 “본선에서 힘을 모아야 하는데 분열의 씨앗을 만들 룰 전쟁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당내에서 공감대를 모아야 할 민감한 사안이다”라며 명확한 선을 그었다.
물론 비박계는 “특정인의 마음을 잡으려는 ‘충성경쟁’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라며 “총선승리의 달콤함에 취하고 허망한 대세론에 안주해 국민에게 전혀 감흥을 주지 못하는 체육관경선을 치른다면 새누리당은 결국 정권 재창출에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양측의 팽팽한 입장 때문에 선거인단 확대라는 절충안이 모색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친박계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절대 불가’를 외치지만 세부적인 경선 규칙은 일부 수정안을 받아들일 여지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타협안 나올까
새누리당 당헌에 의하면 8월 21일(대통령 선거일 120일 전)까지 △대의원 20% △당원 30% △일반 국민 30% △여론조사 20% 비율로 대선 경선을 진행토록 규정했다. 전체 선거인단 규모는 유권자의 0.5% 이상 구성하도록 돼 있어, 4·11총선 당시 전체 유권자는 4018만여 명임으로 약 20만 명 정도이다.
친박계는 선거인단의 구성 비율을 조정해 일반 국민의 참여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타협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경선 틀은 유지하고, 비박계의 반발을 어느 정도 수용한다는 포석이다.
지금까지 여야가 참여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선거인단을 늘려온 점도 친박계가 현재 룰을 그대로 고수하기는 부담감이 있어보이는 대목이다. 민주통합당은 올해 1·15전당대회에서 모바일 투표를 처음 도입하면서 76만여 명의 선거인단을 만들었고, 대선 경선에서 그 규모를 더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박계는 2007년 사례로도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시 이명박 후보 측은 오픈프라이머리로 9월에 경선을 하자고 주장하다 지지율 선두를 굳히자 ‘6월 실시-선거인단 30만 명 이상’을 주장하며 태도를 바꿨다. 이에 박 전 대표 측은 ‘6월 실시-선거인단 5만 명’을 지키든지 9월 이후로 경선 시기를 늦추자고 대립했고, 이에 강재섭 당시 대표는 ‘8월 21일 실시-20만 명’이라는 중재안을 내 합의를 이끌었다.
여론조사의 질문 방식을 놓고 두 진영이 대립했을 때도 당시 강 대표는 중재안을 내 성사시켰고, 여론조사 반영비율 산정의 세부 조항을 놓고 충돌했을 때는 이 후보가 양보하기도 했다. 결국 경선을 성사시키기 위해 후보들 간 중재와 양보가 있었던 것이다.
비박계의 반발, 왜
이재오 의원은 이에 대해 “지지율 낮은 사람을 이렇게 무시하는 것은 오만과 독선에 차 있어서 그런 것”이라며 “지역을 돌아보면 다들 오픈프라이머리를 이야기 하고 있다. 총선 때 국민과 함께 변화하겠다고 해놓고는 이제 대세론이고 편하니까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언젠가 인심 쓰듯이 받을 것”이라며 “국민들은 다 안다. 지금 하는 것이 그동안 정치권에서 하던 것과 뭐가 다르냐”고 말했다.
또한 “지금 무당층이 많은 것도 다 그런 것 때문”이라며 “민주통합당처럼 국민의 관심을 끌면서 가야지 지금처럼 하면 대선에서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현행 경선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며 “시골이나 영남을 가보면 과거 민정당 때부터 당원인 분들이 있는데 노년층 밖에 없기 때문에 세대 반영도 안된다”며 “서울과 수도권은 이동이 많아서 40%씩 바뀌기 때문에 당원 허수도 많다”고 주장했다.
또한 시기적으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친박계의 주장에 대해선 “자기들(친박계)이 그냥 싫은 것”이라며 “민주당은 10월에 후보를 확정하는데 우리만 일찍해서 뭐하나. 지금 6월인데 시간은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측근인 신지호 전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대결단을 내릴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몽준 전 대표의 측근인 안효대 의원은 “선거인단 확대는 당연한 것이며 특히 수도권과 2040세대의 참여 비율을 대폭 늘려야 한다”면서 “이는 대선 본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박계의 서병수 사무총장은 “당헌에 따르면 대선 120일 전까지 후보를 선출해야 하기 때문에 경선관리위 구성을 더 늦추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혜훈 최고위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사실 경선 준비위를 구성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친박 일부 “열린 마음으로 접근 필요”
한 당직자는 “경선관리위 아래 소위원회를 구성해 경선 룰을 다룰 수 있지만, 후보 선출까지 촉박한 일정을 고려하면 룰 변경 논의는 이뤄지기 어렵다”면서 “기존 룰대로 경선을 치르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는 지난 7일 경선관리위원회 설치를 논의한 뒤, 경선관리위원회 위원장에 김수한 전 국회의장을 내정했다.
하지만 친빅계 내부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를 해도 박 전 위원장이 당내 후보로 선출되는 데는 문제가 없는데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편 민주통합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오픈프라이머리와 관련, "이번에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박근혜가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히면 존경해마지 않겠다"며 이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박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에 다시 한 번 오픈프라이머리를 제안한다.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박근혜 근위대처럼 움직인다. 마치 박근혜 위원장이 뒤에서 조종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많은 분들이 새누리당 내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하지만 오직 박근혜 위원장 한 분이 반대하기 때문에 의사가 무시되고 있다"고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소극적인 새누리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김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