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소상공인 죽이기 논란
롯데, 소상공인 죽이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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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서비스업 진출 1위 ‘오명’

롯데가 생계형 서비스업에 가장 많이 진출한 대기업으로 꼽혔다. 생계형 서비스업은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 진입장벽이 낮아 소상공인이 많이 진출하는 업종을 가리킨다. 즉, 롯데가 소상공인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생을 강조한 최근 모습과 비교하면 믿을 수 없는 결과다. 이에 “대외적으로는 상생을 외치고, 실질적으로는 영세상인들을 죽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높다.

마트·슈퍼·편의점 등 진출하며 골목상권 흔들어
79개 계열사 중 22개사 생계형 서비스업 진출
소상공인과 마찰 빚는 사업부문 더욱 확장 추세
“상생하자더니”…일각선 ‘보여주기식’ 비판 높아

지난 5월 23일 열린 ‘서비스업 적합업종 관련 공청회’에서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비율이 높은 서비스 분야에 대기업들의 진출이 늘어나면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생계형 서비스업에서 이뤄지는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쟁을 지적하는 얘기였다.

김 연구위원이 공개한 ‘서비스분야 적합업종 도입 필요성 및 추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중에서도 그룹 계열사가 생계형 서비스업에 가장 많이 진출한 기업은 롯데그룹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79개의 계열사 중 22개사가 생계형 서비스업에 진출해 있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롯데는 또 프랜차이즈 업종분포에서도 대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총 10개 업종에 진출한 것으로 기록됐는데 도소매(3개), 외식(3개), 제과/제빵(1개), 패스트푸드(1개), 편의점(2개)이 바로 그 업종들이다. 이처럼 롯데가 대기업 중에서도 ‘생계형 서비스업 진출 1위’라는 오명을 얻자, 또다시 롯데는 소상공인 죽이기 논란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해 롯데 관계자는 “유통업에 주력하고 있는 사업특성 상 롯데가 가장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사업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자체적으로 협력사와의 상생을 위한 지원규모는 계속 키워가고 있다”고 밝혔다.

편의점 사업 확장

롯데의 주력 사업은 음·식품업(롯데제과·롯데삼강·롯데칠성)과 유통업(롯데쇼핑) 등으로 대기업치고 사업 포트폴리오가 영세한 편이다. 더욱이 2008년 이후 푸드스타, 두산주류BG, 바이더웨이 등을 인수하며 기존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시키고 있다. 소상공인과 마찰을 빚을 수 있는 사업부문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이다.

롯데의 소상공인 죽이기 논란은 유통업, 특히 기업형슈퍼마켓(SSM)에서 부각된다. 먼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는 할인점 시장의 경우에는 대기업이 진출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롯데 역시 롯데마트를 통해 할인점 시장에 진출,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늘려왔다. 롯데마트는 한 때 ‘통큰 치킨’을 출시하며 중소 치킨업체의 공분을 산 것으로 화제를 모은 곳이기도 하다.

이후 롯데는 SSM 시장까지 진출한다. 롯데슈퍼는 연 초 직영점과 가맹점을 합해 290개 점포를 보유했고, 매출액 또한 매년 1조원이 넘는 등 SSM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했다. 지난 1월에는 굿모닝마트와 하모니마트를 지닌 CS유통을 인수하며 1인자로서 입지를 굳건히 하기도 했다.

그러나 롯데가 SSM 시장에서 몸집을 불려갈수록 사회적 지탄은 거셌다. 동네 영세규모의 슈퍼마켓은 물론, 주변 상권을 위협한다는 비난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SSM 등 영세규모 사업에 진출한 대기업들에 대해 비난여론이 확산돼 대기업들이 일괄적으로 몸을 움츠릴 때도 오히려 사업을 확장시켰다.

롯데는 편의점 사업을 통해서도 골목상권을 뒤흔들고 있다. 바이더웨이와 코리아세븐을 통해서인데, 코리아세븐은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계열사다. 편의점 시장에서 바이더웨이와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약 7%와 2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편의점 사업의 전망에 대해 롯데는 “유통법 및 상생법 통과로 SSM점포 출점이 어려워짐에 따라 반사이익으로 편의점이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SSM 규제가 롯데의 편의점 사업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2010년 바이더웨이를 인수하며 편의점 사업을 확장시키는 양상을 보였다.

사회적 비판 거세지만

이 뿐만이 아니다. 롯데의 편의점 사업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자체 수급구조를 만들어 중소업체에게 장벽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롯데후레쉬델리카가 바이더웨이와 세븐일레븐에 삼각김밥, 도시락 등 신선식품을 독점 공급하는 계열사로 지난해에만 내부거래율이 95%를 상회했다. 중소업체로서는 납품시장을 롯데에 빼앗긴 셈이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기업 빵 사업 진출’이 본격 도마에 오르면서, 롯데도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외손녀 장선윤씨가 운영한 포숑이 타깃이 됐다. 장씨는 빵 사업에서 철수의사를 밝혔고, 지난 5월 포숑을 운영한 ㈜블리스 지분을 매각했다.

그러나 포숑 매각이 빵 사업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롯데는 롯데브랑제리를 통해 여전히 빵 사업을 영위 중이다. 더군다나 점포수도 △2009년 743개 △2010년 879개 △2011년 1047개(추정)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장선윤씨 남편 A씨도 지난 1월 포이달이라는 수입 물티슈를 수입해 롯데의 유통망을 이용, 판매하려 했던 게 알려졌다. 당시 여론은 “대기업이 이제 물티슈까지 판다”는 냉소적 시각이었다. A씨는 곧이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비난을 잠재우려 했지만, 최근 포이달이 롯데마트 등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전히 롯데에 불똥이 튄 상태다.

이와 함께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이자 장선윤씨의 모친인 신영자 롯데장학·복지재단 이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도 끊임없이 비판을 받아왔다. 시네마통상은 수도권에 있는 롯데시네마에서 8개의 팝콘매장을, 시네마푸드는 지방에 있는 롯데시네마에서 7개의 팝콘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 서미경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유원실업도 롯데시네마 서울·경기점의 매점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극장 내 매점까지 독점하는 롯데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반 성장” 공언했건만

롯데는 최근 상생을 전면 내세우며 기업을 홍보했다. 이런 상황에서 생계형 서비스업 진출 1위 대기업이라는 오명을 얻은 것은 역설적이다.

지난해 롯데마트 삼양점에서는 인근 시장상인들을 초청해 정문 앞에 ‘상생 바자회’를 열었다. 시설물은 롯데마트에서 지원했으며 수익금은 전액 상인들에게 분배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명부터 ‘상생’이라는 용어를 사용, 롯데와 상생을 연결 지을 수 있게 했다. 또 롯데마트는 제주특별자치도와 특산물 판매지원 관련 MOU체결까지 하며 상생기업 이미지 구축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5월 롯데백화점은 “상품군 별로 다양한 편집매장을 확대해 유망 중소협력사의 판로를 확대하고 신진 디자이너들을 발굴하겠다”면서 “중소 협력업체 자금지원을 위한 상생펀드를 올해 62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건설업에서도 상생열풍은 멈추지 않았다. 롯데건설이 경영이념으로 동반성장과 나눔을 내세운 것이다. 이를 위해 롯데건설은 동반성장 추진 사무국을 신설한 뒤 상생협력펀드를 조성, 협력사에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

롯데의 ‘상생열풍’ 필두에는 신동빈 회장이 있는데, 최근 신 회장은 잇달아 협력사를 방문하는 등 상생 이미지 구축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열린 30대 대기업 총수 간담회에서 “동반성장에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공언한 만큼, 대외적으로는 신 회장의 상생경영 행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상생기업을 표방하는 롯데가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9년 롯데는 ‘마켓999’을 만들어 편의점과 슈퍼마켓의 중간에 위치한 사업부문까지 침투했다. 2009년 6개에서 2012년 초 기준 55개로 급증한 ‘마켓999’는 개정 상생법의 영향을 받지 않아 점포확장에 유리하다. SSM 확대가 어렵게 되자 롯데가 꼼수를 부렸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상생경영을 추구한다면서 정작 슈퍼 등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는 쓴 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 5월에는 롯데면세점이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롯데면세점은 업계 첫 번째로 인천공항에 전통주 전문 매장을 열고 “국내 중소 주류업계와의 상생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매체에 따르면 보름이 지나 뒤 해당 매장은 1/3 수준으로 대폭 축소됐고, 이로 인해 롯데는 또다시 “보여주기식 상생”이라는 비난을 받고 말았다.

박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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