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하나인 우리은행이 ‘리스크 관리’ 및 ‘내부 감시망’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각종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PF 부실대출 논란, 직원 비리 의혹 등이 터지면서 11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은행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또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의혹’ 및 ‘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과 관련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발언’ 등에서도 우리은행이 거론되면서 구설수 휘말리고 있다.
이로 인해 금융권에서는 “잘못된 관치의 결과”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측은 “직원들 비리 등 문제가 불거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스템을 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경기 포천에 위치한 휴양시설 ‘칸 리조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대출’ 사건과 관련히 경찰에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지점장급 전?현직 은행원 3명이 ‘칸 리조트’에 1350억원 규모의 PF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수억원의 뇌물 수수와 더불어 골프접대 등을 받은 혐의를 잡고,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직원들 도덕적해이
여기에 우리은행 총무부 직원이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보도와 우리은행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 총무부 김모 차장은 2008년부터 최근까지 수차례에 걸쳐 광고업체 6곳으로부터 우리은행 본점과 지점 간판설치 등의 공사를 맡기는 대가로 총 5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한 사실이 알려지자 우리은행은 비위혐의를 받고 있는 김 차장에 대해 면직처리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우리은행에서 연이어 터진 직원 비위를 두고 세간에서는 우리은행 ‘내부 감시시스템’에 물음표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직원 교육을 비롯한 전반적인 은행 업무에 대한 모든 사안들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며 “다만 직원 한 명, 한 명에 대한 불미스러운 사안에 대해서 일일이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직원 비리의혹과 함께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서도 우리은행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가 우리은행으로부터 1조5000억원의 부당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던 것이다.
여기에 파이시티 사업권 넘기는 과정에서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의 사전밀약설 및 사업권강탈 등의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의혹에 대해 현재 검찰의 수사가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시티 검찰수사, 관심 집중
이와 관련해 포스코는 “법이 허락하는 테두리 안에서 정당하게 낙찰을 받아 진행해온 공사”라는 입장을 밝혔고, 우리은행은 역시 “처음 파이시티 시공을 담당하던 곳이 워크아웃 됨에 따라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포스코건설이 자발적으로 시공사를 자처하고 나왔다”며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아울러 파이시티와 관련해 부당대출과 직원 뇌물수수 등의 의혹에 대해서도 “파이시티 인허가와 아무 관련 없는 사안에서, 일부 직원이 불법을 저지른 혐의가 있을 뿐”이라며 “당시 이들 직원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한 사안”이라는 답변했다.
부실저축은행 퇴출 사태와 관련해서도 우리은행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이 중국으로 밀항으로 시도하는 과정에서 우리은행으로부터 현금 135억원과 수표 68억원을 인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측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인출당시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거래로 거액을 인출했지만, 우리은행의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우리은행은 “김 회장이 인출한 현금 135억원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아 문제가 된 사안”이라며 문제가 된 사건은 이미 해결됐음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관련해 발언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 사태에 대한 구설수 역시 우리은행의 골치로 작용했다. 조 전 청장은 작고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우리은행에 존재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시티그룹과 소송전도 구설
이와 같은 악재를 잠재우기도 전에 우리은행이 미국에 있는 씨티그룹을 상대로 ‘사기혐의’ 고소를 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 뿐 아니라 국외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건이 하나 더 생겼다.
지난 5월, 우리은행은 미국 씨티그룹을 파생상품의 일종인 부채담보부증권(CDO)의 위험성을 알리지 않았다며 사기혐의로 고소했고, 지난 5월 15일, 미국 뉴욕 소재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시티그룹이 2006~2007년 부실 CDO와 관련 상품에 잇달아 9500만 달러를 투자하도록 유도했다”며 “시티그룹은 CDO상품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우리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티그룹이 ‘CDO상품의 위험성을 알리지 않고 우리은행측에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질타를 받을 수 있지만, 위험상품에 덥석 투자한 우리은행의 판단 착오나 결정에 대한 책임도 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으로부터 사기혐의로 고소된 씨티그룹측은 “우리은행 측이 지난 2008년부터 소송을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다, 뒤늦게 고소한 사안”이라며 “이번 소송에 대해서 논할 가치조차 없다”고 밝혔다.
‘정부 입김’이 문제?
이처럼 직원비리 등 각종 악재와 구설수로 직격탄을 맞은 우리은행을 두고 업계에서는 “리스크 관리나 내부 감시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 여기에 ‘준국책은행’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공적자금을 바탕으로 정부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도 우리은행의 문제점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다”라며 “직원 비리 등에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내부적으로 불거진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은행이 자체적으로 개선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에 종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는 최근에 지적된 문제가 아니다”라며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하는 금융권에서 ‘도덕적 해이’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