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盧의 영원한 비서실장’에서 대망을 꿈꾼다
문재인, ‘盧의 영원한 비서실장’에서 대망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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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지난 17일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가도에 본격 합류했다. 출정식에는 한명숙 전 대표, 문희상 김태년 유기홍 홍영표 김경협 김현 도종환 박남춘 박범계 배재정 서영교 전해철 진선미 최민희 의원, 백원우 전 의원 등 친노 인사들은 물론 참여정부에서 공직을 지낸 인사들도 참석했다. 행사에 참석한 인사는 총 1천여명에 달했다.

대선출마 공식 선언, 야권 대선레이스 본격 합류
친노 및 참여정부 인사들 든든한 ‘후원군’될 듯
“보통사람들이 주인인 ‘우리나라’ 대통령 되겠다”
참여정부 핵심 실세, 노무현 재단 이사장 맡기도

문 고문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 독립문 앞 광장에서 출마선언문을 발표했다. 출마선언 장소 역시 고심을 거듭했던 문 고문 측은 “서대문 독립공원은 우리나라의 독립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항거하고 고난을 당했던 수많은 독립투사와 민주인사들의 애국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해 최종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심 끝에 출마 선언

문 고문은 “암울한 정치가 저를 정치로 불러냈다”며 “보통사람들이 주인인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정치인에게 맡겨놓은 나라가 아니라 시민이 직접 정치와 정책과정에 참여하는 나라이며, 특권과 불평등의 나라가 아닌 보통사람들이 함께 기회를 가지는 공평하고 정의로운 나라”라고 말한 뒤 “시민과 동행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불비불명(不飛不鳴)’이라는 고사성어를 소개하면서 “3년 동안 날지도 울지도 않는 새가 한 번 날면 하늘 끝까지 날고, 한 번 울면 천지를 뒤흔든다”며 “제가 높이 날고 크게 울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근본적인 혁신 없이는 나라가 무너지겠다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상식이 통하는 사회, 권한과 책임이 비례하는 사회,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은 정부를 만들어달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였다”고 강조했다.

문 고문은 “무엇보다도 우리는 개발독재 모델의 유산을 청산해야 한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민주적이고 공정한 시장경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공평과 정의를 나라의 근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하고,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경영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성장과 함께 ‘강한 복지국가’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강한 복지국가’ 공약

문 고문은 “부자감세, 4대강 사업과 같은 시대착오적 과오를 청산하고 하루빨리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면서 “복지는 사람에 대한 투자이며 동시에 강력한 성장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강력한 ‘일자리 혁명’을 이루겠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차별철폐,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신규고용 확대 등을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와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파탄에 빠뜨린 안보를 바로 세우겠다”며 “휴전선과 NLL(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경제지대로 만들고, 개성공단 확장과 금강산 관광 재개, 병역부담 완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핵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핵을 용인할 수 없다는 게 제 확고한 입장”이라면서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반드시 핵을 포기하게 하고, 실종된 6자회담을 재개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호남 민심 달래기

문 고문은 지난 20일 광주와 전남을 첫 행선지로 선택했다. 문 고문 측은 “이번 호남 방문은 ‘문재인 공감과 동행’ 이라는 취지로 이뤄진다”며 “지역민들을 모이게 해서 ‘내 말을 들으시오’가 아닌 지역민들이 모여 있는 곳이면 찾아가 ‘제가 직접 들으러 왔습니다’라는 형식을 취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386ㆍ친노에 대한 반감과 애증또한 큰 호남 민심을 잡지 않고서는, 대권 또한 꿰찰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있는 행보다. 문 고문은 광주 한복판에 있는 시장과 지하상가를 방문하고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등 숨가뿐 일정을 소화했다.

문 고문은 이번 광주ㆍ전남 방문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이자 정권 교체가 시작되는 곳”이라고 총평한 문 고문은 “호남은 본인의 성씨인 남평 문씨의 뿌리이고, 또 개인적으로도 사법고시 공부를 시작했던 곳이 해남”이라며 개인적 친분도 한껏 강조했다.

이러한 그의 의중은 민주당, 한발 더 나가서는 범 야권의 단일 대선 후보가 되고, 또 대통령의 꿈까지 이루기 위해서는 광주ㆍ호남의 강한 지지가 기반이 되야 한다는 의미다. 이 지역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정치의 상징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통해 386ㆍ친노 세력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키겠다는 것이다.

문 고문이 공을 들인 까닭은 광주ㆍ호남 지역은 지난 총선에서 ‘구 민주계’ 호남 세력이 대거 숙청당하고, 이 자리를 노무현 대통령 시절 열린우리당을 주도했던 386ㆍ친노 세력들이 대신하면서, 민주당 현 지도부에 대한 반감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반감은 386ㆍ친노의 상징인 문 고문을 향할 수 밖에 없다. 최근 이 지역 언론이 조사한 범 야권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문 고문이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고문 등의 맹추격 덕에 수도권 및 타 지역보다 낮은 30%대 지지율로 1등을 간신히 유지한 것도 이런 현장 민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때문에 문 고문이 대선에 승리하기 위해선 호남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뒤늦게 호남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문 고문 측은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이자 2012년 정권교체가 시작되는 곳”이라며 “특히 전남은 문 고문의 개인적 ‘시작’의 의미가 있는 곳으로, 전남 나주는 문 고문의 성씨인 남평 문씨의 문중이 있는 곳이고 해남 대흥사는 문 고문이 사법고시 공부를 시작한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노무현의 동반자

문 고문은 1952년 경남 거제에서 출생 경남중·고를 졸업했다. 그는 재수를 해서 72년 경희대 법대에 진학했다. 75년 학생시위로 구속·제적됐고, 이른바 ‘녹화사업’으로 끌려간 공수부대에서 군대생활을 했다. 그는 복학 뒤 80년 ‘서울의 봄’ 때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다시 구속됐지만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바람에 풀려났다.

1982년 8월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해 수료식에서 법무부 장관상을 받았으나 시위 전력으로 판사 임용이 안 됐다. 그는 사시 동기인 박정규 전 민정수석의 소개로 부산에서 노무현 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노무현 변호사와의 첫 만남에서 “나와 같은 세계에 속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변호사 노무현 문재인 합동법률사무소’를 차렸다.

87년 6월항쟁 때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국본)가 서울보다 부산에서 먼저 결성됐는데, 부산국본의 상임집행위원장은 노무현, 상임집행위원은 문재인이었다. 노무현 변호사는 88년 정계로 진출해 국회의원이 됐다. 문 고문은 계속 부산에 남아 변호사를 하면서 주로 시국사건, 노동사건 변론을 맡았다. 정치는 그의 길이 아니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2003년 1월 노무현 당선자는 그를 청와대로 불러들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출범 후에는 청와대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거쳤다. 민정수석 시절 '왕수석'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참여정부 내 핵심 실세로 통했다

그 후 2004년 2월 민정수석에서 퇴임했다. 그러나 한 달 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계기로 다시 청와대로 복귀했고 5월부터 시민사회수석을 맡았다. 2005년 1월에는 또다시 민정수석을 맡아 2006년 5월까지 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 문 고문은 ‘법무법인 부산’의 변호사로 돌아갔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의 부산 출마 권유를 끝내 고사하는 등 현실정치와는 거리를 둬 왔다. 그 후 그는 2009년 5월23일 부산대병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사실을 공식 발표해야 했다. 그리고 그 해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는 야권의 현실은 그에게 정치인의 길을 ‘강요’했다. 그는 ‘혁신과 통합’을 이끌며 민주당과의 통합에 앞장섰고, 4·11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됐다.

이행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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