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초기 태조 이성계가 천명을 받아 왕이 될 것이라는 도참설을 중심으로 만든 당악정재 ‘금척’, ‘수보록’ 과 조선후기 왕실의 권위와 자존심을 세워준 정재의 황금기 작품 ‘영지무, 망선문, 연화무, 춘대옥촉’의 향악정재를 한 무대에서 만나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금척’, ‘수보록’은 조선왕조의 개국과 더불어 고려와 변별되는 새로운 발전의 단계로 접어든 조선 초기의 대표적인 궁중정재이다. 이 시기의 정재는 태조 이성계와 개국공신들이 그들의 역성혁명(왕조가 바뀌는 일)을 정당화하고 중국의 유교 예악관념을 수용하여 새로운 왕조를 정착시키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영지무, 망선문, 연화무, 춘대옥촉’은 순조 28년(1828) 대리청정을 하던 효명세자가 어머니 순원왕후의 40세 생일을 경축하기 위해 경복궁과 창덕궁에서 마련한 궁중잔치에 첫선을 보인 약 20여 종의 신작 정재에 속한다.
조선초기의 정재가 무용수 개인의 감정이나 개성의 표현이 억제되어 있었다면, 효명세자가 선보인 후기 작품들은 자연의 대상과 사물들을 관찰한 뒤 감흥을 춤으로 묘사 하는 등 그전까지의 궁중정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시각적인 흥겨움을 드러내며 표현 방식과 춤의 형식이 화려해진 궁중정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한명옥 예술감독은 “각각의 춤과 의물, 당악정재, 향악정재의 특징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이야기가 있는 영상을 준비했다”며 “격식을 갖춘 화려한 조선 당대의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이 정재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