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치적 아킬레스건은 무엇
박근혜 정치적 아킬레스건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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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세론, 위협요인 셋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거둔 성과는 대단했다.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불리던 영남과 강원도에서 친노 후보였던 조경태 의원에 부산 사하을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에 부산 사상구를 내준 게 전부였다. 가까스로 텃밭을 사수, 강력한 대권 주자로서의 이름을 올렸지만 박 전 위원장에게는 많은 숙제를 남겼다. 그런데 본격적인 대선 정국이 들어서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비박주자들이 연일 박 전 위원장 때리기에 나섰고, 경선룰 갈등에 대한 해결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당원 명부 유출' 사건까지 터지면서 박근혜 책임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세론까지 흔들리고 있다. 비박주자들의 ‘경선 룰 변경’제기와 당원 명부 유출 사건으로 박 전 위원장의 대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박 전 위원장 특유의 원칙론으로 인해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고, 대세론도 흔들릴 수 있다는 평이다. 또 '이명박 트라우마'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박 전 위원장의 장점이 장벽으로 바뀌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의 정치적 아킬레스건이 도마 위에 오른 형국이다. '원칙주의'만 고집하지 말아야 하고, '대세론', 'MB 트라우마'를 극복해야만 대권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타협 없는 ‘원칙주의자’로, ‘독재자 딸’ 이미지 강해져
‘MB 트라우마’…경선룰 갈등, ‘어게인 2007’ 염려 때문?
‘대세론’에 안주하다, 오히려 ‘대세론’에 발목 잡힐 수도
여권 일각, “朴변화해야 대선 승리할 수 있다”얘기 나와

박 전 위원장 앞에는 빨간불이 대략 세 개 켜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박근혜 원칙론'이 문제다. 박 전 위원장은 2007년도에 만들어놨던 경선룰을 그대로 고수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원칙론 때문에 리더십 도마에

친박계 핵심 김재원 의원은 "지금의 경선 룰은 2007년 당시 한나라당에서 가장 성공리에 치러진 규칙"이라며 "지금 와서 무엇이 잘못됐다는 것인지 해명도 없이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마치 '우는 아이 젖 준다'는 식으로 넘어가야 되는 상황으로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지금까지는 그 분이 나름대로 원칙대로 하겠다고 했는데 원칙이 어느 건지는 잘 모르겠다"며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이름도 바꿨고 당헌당규도 바뀌었는데, 이런 룰은 상황에 따라 환경에 따라서 바꾸는 것"이라고 말해 박 전 위원장의 원칙론에 타격을 입혔다.

19대 총선에서 과반석도 차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도 과반 의석을 확보, '박근혜 파워'를 입증했던 박 위원장은 이미지 타격으로 정치적 미래가 급속히 어두워졌다. '원칙'을 앞세운다는 명분 하에 '타협 없는 독재정치'를 하고 있다는 평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경선 룰 개정에 대한 박 전 위원장의 입장은 강경하다. 원칙만을 내세운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도 박 전 위원장을 쳐다볼 뿐 어떠한 타협안도 내놓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때문에 당 지도부는 '박근혜 입'만 쳐다보는 형국이다. 친박계 인사들도 박 전 위원장의 오더를 받고 '경선 룰 수정 불가론'을 설파하고 있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 전 위원장 원칙론으로 인해 '독재자의 딸' 이미지만 더 더욱 부각되고 있다.

“소통의 리더십 발휘해야”

비박계 한 핵심당직자는 "박 전 위원장이 박정희식 정치를 하려고 한다. 특히 원로그룹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연관되어 있는 그룹들이어서 더더욱 그렇다. 때문에 박 전 위원장이 경선 룰 과정에서 보여준 강경대응할 뿐 아니라 친박계 인사들의 '박근혜 눈치보기' 역시 너무 지나치다"며 "자신이 옳다고 믿어도 때로는 한발 물러서는 게 정치다. 여야간 합의한 법도 바뀌는 판국이다. 한발 물러설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원칙만 고집한다면 큰 화를 입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결과적으로 박 전 위원장이 청와대에 입성하면 이명박 대통령보다 더할 수도 있다"면서 "이 대통령은 청와대 입성하기 전에는 나름대로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 전에는 어떠했을까. 친이계에서는 “이 대통령 대해 현재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지만,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까지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친이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 대화를 많이 하는 열린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캠프 회의는 항상 난상토론이 주를 이뤘고, 이 대통령이 참모들을 만류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MB에 당한 충격, 벗어나지 못했다?

두 번째 빨간불은 'MB 트라우마'다. 새누리당 당원명부 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박근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당원명부 사건 후로 비박계의 목소리가 커졌고, 박 전 위원장은 갈수록 코너에 몰리고 있다.

친박계 한 관계자는 "비박주자들의 당원명부 유출 사건을 문제 삼아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를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받아들인다면 또 다른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하지만 친이계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충격, 이른바 MB 트라우마가 아직도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재오 의원,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등 비박주자들은 박 전 위원장과 친박계 권영세 전 의원의 책임론을 부각시켜,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총선 때 당원명부가 유출됐다면 친박이 그 명단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 전 위원장이 오픈프라이머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57.7%로, 기존 경선룰을 고수해야 한다(34.2%)는 의견보다 23.5% 높았다. 국민 여론이 높다는 점에서도 기존 경선룰을 고집할 수 있는 명분이 줄어들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정치 평론가는 "2007년 경선 과정에서 친이계에서 룰을 고쳤고, 이번에 다시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박 전 위원장이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 이유는 MB트라우마가 강하기 때문"이라며 "경선 룰을 바꿀 경우 '어게인 2007년'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박근혜의 꿈 실현’ 위해선

마지막 하나는 ‘대세론’이다. 박 전 위원장이 독주하기보다 경선 흥행을 통해 최종 후보로 선출되는 것이 낫다. 비박계 인사들도 당연히 이를 간파, 오픈프라이머리를 요구하고 있다. 민심이 요구하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일반 국민으로 선거인단을 꾸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회창 대세론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당내 의견이 팽배하다.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대선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당선 가능성도 높았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했다. 떨어지고 말았다. 대세론에 취해 당내 반대 세력을 배척했고, 방치했다. 쓴소리를 하는 이도 없었고, 쓴소리를 듣지도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최근 친박계로 말을 갈아타려했던 한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이 쓴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한다. 옆에서 즉언을 한다고 해도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함께 했던 그룹들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이상 ‘불협화음’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박 전 위원장이 대세론에 안주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박 전 위원장이 변해야 한다는 게 주된 골자다. 정치적 욕심을 앞선 원칙을 버리고 타협하는 원칙을 내세워 독재자의 이미지를 벗어던져야 한다. 원로집단의 목소리와 함께 당내 반대 세력들의 목소리도 귀담아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2012년 12월 박 전 위원장이 정치적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게 여야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조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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