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공원에서 “소수 특권층의 나라가 아니라 보통사람들이 주인인 ‘우리나라’, 네 편 내 편 편가르지 않고 함께 가는 우리나라, ‘우리’라는 말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진정한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선 출마를 밝혔다. 이에 앞서 손학규 민주통합당 전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역사와 정면으로 부딪치며 살아온 저의 삶과 국정경험을 바탕으로 제 인생의 가장 원대한 꿈에 도전하고자 한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이로써 민주당은 손 고문에 이어 문 고문이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대선 경선 레이스가 본궤도에 올랐다.

孫·文 등 출마 공식 선언, 대선레이스 본궤도
친노 진영-비노 진영, 대선경쟁 치열한 각축전
참여정부 공과에 대한 평가 놓고 설전 이어져
‘호남 껴안기’승부수…“제2 노무현 기적 만들기”
특히 대표적인 친노 대선주자로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당내 주자로는 가장 앞서 있는 문 고문의 공식 출마 선언으로 그가 2002년 대선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들었던 기적을 다시 만들 수 있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재인, 친노 대표주자
문 고문은 참여정부 당시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역임하며 노 전 대통령의 분신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는 대권 도전에 친노 진영과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고,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친노 진영을 대표하는 현실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친노 진영의 대표주자로 일어서면서 친노 특유의 강한 결집력을 바탕으로 한 세몰이와 대여 투쟁이 그를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문 고문이 처한 상황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 노 전 대통령의 분신처럼 여겨지며 친노 진영 대표주자로서 갖는 장점이 고스란히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이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탄생 당시 주목받았던 기대에 비해 그 결과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지난 19대 총선 과정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등의 정책은 문 고문에게도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노 전 대통령의 가치를 이어가면서도 그 가치를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가 문 고문 앞에 놓여 있는 셈이다. 같은 친노 주자로 분류되는 김두관 경남도지사도 변수 중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민주당 통합 과정에서부터 불거졌던 친노 진영의 패권적 양태와 이어진 호남 홀대론은 19대 총선에서도 그대로 이어졌고 그에 대한 증명으로 지금도 호남에서 문 고문에 대한 민주당 대의원 지지율은 형편없이 초라하다.
노무현을 넘어야
손 전 대표는 대선 출마를 광화문 광장에서 했다. 조선시대 최고의 성군이라는 세종대왕의 상징적 의미와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손 대표가 지난 2010년 청와대를 향해 트럼펫을 부는 1인 시위를 하기도 한 장소다.
손 전 대표는 “한글창제는 일반서민과의 소통을 이루고, 사회통합을 이뤄내기 위한 고심의 위대한 결과였다. 1% 특권 사대부만을 생각했다면 한글을 만들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며 99%를 위한 정치 의지를 피력했다. 출마 발표 현장에는 한명숙 전 총리,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정계 인사 20여명과 손 전 대표가 정계 활동을 하며 인연을 맺은 100명의 지지자들이 참석해 손 전 대표의 결심을 축하했다.
특히 손 고문은 100명의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며 “이 분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평범한 시민, 국민과 함께 가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길은 바로 여기 계신 100인의 아니 100인과 같은 평범한 시민 서민과 함께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고문은 1993년 경기 광명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승리를 거머쥐며 정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그는 정치인으로서 주가를 날리기 시작했고, 민주자유당과 그 후신인 신한국당의 대변인을 역임하며 15대 총선에서도 당선됐다. 1996년 보건복지부 장관과 2002년에는 경기도지사로 당선되며 탄탄대로를 달렸다.
그러나 그는 2007년 패배의 쓰라림을 딛고 2012년 대선에 다시 도전장을 던지게 됐다. 하지만 그의 앞길은 승승장구는 아니다. 이번에는 문 고문이다. 현재 친노·비노 갈등을 빚고 있는 민주통합당 내에서 친노로 불리는 문 고문과 비노에 가까운 손 전 대표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친노와 비노, 라이벌 구도
이를 의식한 듯 손 고문은 연일 문 고문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통령과 비서는 다르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참모와 어떻게 같냐”며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 고문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처럼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문고문과 손고문은 특히 광주·전남을 방문하며 ‘호남 껴안기’에도 승부를 걸고 있다.
민주당의 근간인 호남은 정치적 상징성이 높아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 전체적인 경선 흐름을 좌우할 전략 지역으로 평가된다. 또한 호남은 현재 대선 경선을 앞두고 뚜렷한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있어, 후보들 간 치열한 구애 경쟁이 극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고문은 지난 20일부터 사흘 간 광주·나주·목포를 잇는 ‘경청 투어’에 들어갔다. 문 고문은 이번 방문에서 거리 인사를 다니며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한편, 마을 주민들과 막걸리 대화를 하고, 농수산물도매시장 및 해남 대흥사를 방문하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문 고문은 지난 1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첫 지역 방문지로 호남을 택한 것이다. 4·11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호남 홀대론’ 불식시키고, 친노 진영에 대한 호남의 반발 기류를 잠재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문 고문은 이날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말 정권교체를 이루는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광주·전남에서 지지를 받는 민주통합당 후보가 돼야 한다”며 “국민의정부나 참여정부가 그랬듯이 3번째 민주개혁정부가 들어서는데 광주·전남이 중심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남 민심 잡기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를 동시에 언급하면서, 호남과 친노를 모두 아우르려는 것으로 예상된다. 문 고문은 “친노와 비노, 호남과 비호남으로 구분하는 프레임은 민주당을 분열시키고 약화시키려는 악의적인 의도가 있다”며 “그런 프레임을 극복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고문은 지난 14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연일 호남 민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손 고문은 출마 선언 이튿날 서울 국립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자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가장 성공한 대통령이자 닮고 싶은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 고문은 17일 서울 동교동에 있는 김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아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으며, 18일에는 첫 지역일정으로 광주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광주정신을 받들어 정의로운 민주정부를 수립하고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재 호남 민심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가운데, 문·손 고문이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대의원과 당원 여론은 호남에서는 손 고문이 다소 우위를 나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