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2년여의 진통 끝에 금융위원회로부터 합병을 승인받았다. 한화증권은 2010년 6월 푸르덴셜투자증권(현 한화투자증권)을 인수하고 ‘흡수 합병’ 의사를 밝혔으나, 같은 해 ‘합병 연기’ 정정공시를 낸 뒤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이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한화증권 보유지분 매각 등의 절차를 거치면서 두 회사의 ‘합병’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합병회사의 사장자리를 놓고 각종 소문이 돌고 있다. ‘임일수 한화증권 사장과 이명섭 한화투자증권 사장, 제3자’ 임명설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되며 한화증권의 새로운 수장은 누가될지 업계의 관심이 뜨거운 상태다.

사장자리 놓고 ‘임일수-이명섭’ 경쟁 속 ‘제3자설’ 대두
합병 따른 구조조정 가능성 제기…한화 “구조조정 없다”
금융위는 지난 6월 20일 한화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의 합병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화증권은 4월 5일 금융위에 합병 승인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번 합병은 한화증권이 한화투자증권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만큼 1:0의 비율로 한화투자증권을 ‘흡수합병’하는 형태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한화투자증권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공시에 따르면, 한화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의 합병승인 주주총회는 이사회로 갈음하며, 주주총회예정일자는 7월 31일이다. 채권자이의제출기간은 8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이며, 합병기일은 9월 3일로 예정돼있다.
이번 합병으로 업계에서 한화증권의 몸집도 커졌다. 6월21일 기준 지점 수는 한화증권 52개, 한화투자증권 69개로 이를 단순합산하면 총 지점 수는 121개다.
2년여의 진통
2010년 6월 한화증권은 미국의 푸르덴셜금융그룹으로부터 푸르덴셜투자증권(현 한화투자증권)을 인수하고 합병을 통해 종합자산관리사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업계 5위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나 당초 각오와 달리 양사 합병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결국 2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간 한화증권 관계자는 “전산 시스템 통합작업이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며 합병이 지연된 이유에 대해 해명을 해왔다. 브로커리지를 주력하는 한화증권과 자산관리를 주력하는 한화투자증권의 특성상 전산통합작업이 늦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가능성은?
일단 합병결정이 나면서, 구조조정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한화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오랜 기간 표류하며 합병의 포석을 다졌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글로벌 위기로 비용이 증대된 시점에서 중복되는 부서가 통폐합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화증권 관계자는 “합병 후에 조직개편이 있을 수는 있지만 현재도 기본적인 인력에는 못 미치기 때문에 인력을 줄일 생각은 없다”며 “특히 애널리스트 쪽이나 리서치 쪽은 이미 지난해 구조조정이 마무리 됐다. 한화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의 지점 성향도 달라서 인력이 겹치는 것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고, 인력을 합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합병 후에는 자산관리 영업에 중점을 둘 예정인데 양사의 전략과도 일치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조정은 전혀 없을 것이다. 대신 인력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제도나 복지수준을 비슷하게 맞추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인력 구조조정 여부 못지않게 업계 안팎에서는 신임 사장이 누가 될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현재 한화증권은 임일수 사장이, 한화투자증권은 이명섭 사장이 각각 이끌고 있다.
한화증권이 1:0 비율로 한화투자증권을 흡수합병하는 만큼 임 사장이 통합된 한화증권의 사장으로 내정될 것이라는 게 우세한 시각이지만, 이 사장이 자타공인 ‘한화맨’이라는 점 때문에 또 다른 시나리오도 나온다.
새로운 사장은
이 사장은 한화경제연구소 연구원 출신으로, 한화증권 경영지원본부 본부장, 대한생명 정보전략실 실장, 한화증권 영업총괄 전무 등을 거쳐 2011년 한화투자증권 사장 자리에 올랐다. 태생부터 한화 사람일뿐만 아니라 김 회장과는 경기고 선후배 사이다.
반면, 임 사장은 한국투자신탁운용 출신으로 한화투자신탁 인사담당 본부장, 삼성증권 강남지역사업부장을 거친 뒤 지금까지 한화와의 인연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사장에 비해 한화 계열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짧다.
한화증권이 모회사가 되는 만큼 임 사장 체제로 가는 것이 내외부적으로 봤을 때에는 맞는 모양새다. 그러나 김승연 회장 입장으로서는 한화에 ‘뿌리’ 깊은 이 사장을 내치기도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두 사람 모두 2011년 2월에 취임해 2014년까지가 임기다. 신임사장 선임에 김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임일수 사장과 이명섭 사장이 함께 한화증권의 전무로 재직한 적이 있고, 번갈아 가면서 했다. 또한 두 사람 다 이번에 사장자리를 맡으면서 최고 위치까지 올라간 경력을 갖고 있다”며 “합병 이후 사장자리에 누가 앉든지 사장이 안 된다고 회사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고 입을 뗐다.
그는 또 임 사장과 이 사장이 사장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양상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두 사람 다 처음 사장이 된 것이기 때문에 사장으로서의 기간은 별로 길지 않다”며 “내부적으로 봤을 때 두 사람 모두 ‘내가 사장이 돼야한다’는 것은 없다고 보고 있다.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처럼 한화증권 신임사장 내정을 놓고 임 사장과 이 사장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관측되자 고개를 든 게 ‘제3자 임명설’이다. 김 회장이 임 사장과 이 사장 중 택하지 못하고 아예 다른 사람에게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화증권 관계자는 “이전에도 한화투자신탁운용과 푸르덴셜자산운용이 통합돼 새롭게 출범할 때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강신우 사장(현 한화자산운용 사장)이 임명됐다”며 “그때도 말이 많이 나왔는데 당시 새로운 인물이 됐기 때문에 지금 상황으로서는 누가 신임사장으로 내정될지 전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박미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