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직업은 비정규직 중 비정규직”
“연예인 직업은 비정규직 중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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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12일, 꽃다운 나이로 생을 마감한 배우 정아율

최근 일부 연예인들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최악의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화려한 겉보기와는 달리, 마땅한 수입이 없어 밑바닥 생활을 이어가는 ‘생계형’ 연예인들의 속사정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연예인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위 잘 나가는 일부 연예인들에 대한 ‘부의 쏠림 현상’이 문제라는 것이다.

연예계의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양극화 현상은 지난 12일에 일어난 배우 정아율(25)의 자살로 인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배우 정씨는 KBS2에서 방영되고 있는 <tv소설-사랑아 사랑아>에 주인공 친구역으로 출연하며 생계를 이어나갔지만 결국 그 마저도 안전하게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비관했다.

안타까운 소식, 연이어

정씨의 자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한 관할 경찰서는 “정씨가 평소 극심한 생활고를 시달렸다”고 밝혔다.
배우 정씨가 생활고로 인해 극단의 선택을 한 지 열흘 후, 지난 25일, 미스코리아 출신 영화배우 최윤영씨가 절도 혐의로 고소당해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일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달궜다.
최씨는 지난 22일 평소 친분이 있던 지인 김모씨의 집을 방문했다가 김모씨가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돈이 든 지갑을 훔쳤다.
최씨가 훔친 김모씨의 지갑 안에는 현금 80만원과 10만원권 자기앞수표 10장 등 180만원이 들어있었으며 지갑은 시가 80만원 상당의 명품브랜드였다. 최씨는 훔친 지갑 안에 들어 있는 수표를 은행에서 현금으로 바꾸려다 은행 안 CCTV를 통해 덜미가 잡혔다.
특히 일각에서는 “최씨가 생활고 때문에 절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성 얘기가 나오고 있다. 1995년 미스코리아 선으로 연예계에 입문한 최씨는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평소 소문난 요가광으로 알려진 최씨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요가사업을 시작해 대대적인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었고, 2009년 사업가 남편 박모씨를 만나 미국에서 결혼식까지 올렸다. 그러나 요가 사업 실패와 사업가인 남편 역시 별다른 소득이 들어오지 않아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던 영화 <은교>를 통해 확고한 입지를 다진 배우 ‘김무열’은 생활고로 인한 병역 면제 논란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 생활고로 병역기피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김무열

생활고로 인한 병역면제 논란

최근 발표된 감사원 병역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김씨는 2001년 3월 징병검사 결과 현역입영 대상 판정(2급)을 받았고, 이후 2007년 5월부터 2009년 12월 사이에 응시하지도 않은 공무원 채용시험에 총 5차례 응시하는 등 고의적으로 병역을 기피했다고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김씨는 직업훈련원에 입소해 했다는 이유 등을 들며 입영을 지속적으로 연기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김씨는 2009년 12월 730일이라는 입영연기일수 한도가 꽉 차 더 이상 입영연기가 불가능하자 2010년 1월 질병으로 인한 병역처분 변경원을 병무청에 제출했으나 거부당하기도 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이후 김무열은 곧바로 가족 생계유지가 곤란하다는 이유로 병역 감면을 신청했고, 병무청은 제2국민역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김씨가 벌어들인 수입은 2007년 5290여만원, 2008년 1억 210여만원, 2009년 1억 4600여만원 등으로, 세간에서는 “생활고로 인해 병역을 미뤄왔다는 사실을 도무지 납득하기 힘들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김무열의 생활고로 인한 병역 면제 논란이 일자 병무청은 “생계유지곤란 사유 병역감면처분이 부당하다고 통보된 연기자 김00건에 대해서는, 처분 당시 수입 등을 신속하고 치밀하게 재조사 후 병역면제처분의 적정여부를 재심사 할 예정”이라며 “재심사 후 관련 공무원이 처리를 소홀히 한 것으로 확인되면 징계 등의 신분상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당사인 김무열측은 “(김무열) 부친이 2000년도에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동생들을 책임져야 하는 의무에 놓여 있었다”며 “아버지의 병원비와 생활비 등으로 사채까지 써야 했을 만큼 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해명했다.
또한 얼마 전 한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 김성수는 “생활고 때문에 은폐하다시피 지냈다”며 지인이 편의점에서 사다주는 음식으로만 하루하루를 연맹해왔다 밝혔다.
이 밖에도 스스로 연예인이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선택한 사업과 관련해 막대한 손실을 입어 생활고로 직면한 연예인들도 있다.
지난 2008년 사업실패로 인해 진 막대한 빚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려왔던 배우 고 안재환이 차안에서 유독가스를 피워놓은 채로 자살해 세간에 안타까움을 주기도 했으며, 또한 보컬그룹 V?O?S 출신 가수 박지헌은 한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7년간 가수생활을 하면서 모아두었던 돈을 카페사업을 하는데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입어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또한 1997년 아이돌그룹 ‘젝스키스’의 맴버로 활약하던 가수 강성훈도 공연사업을 통해 제 2의 삶을 살려 했으나 9억이라는 빚과 더불어 절도 혐의로 지인들에게 고소당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누구나 동경하고 희망하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연예인들은 스스로를 일컬어 ‘비정규직 중의 비정규직’이라 자조하기도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행과 선호도를 무시할 수 없는 연예계에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연예인들이 많다”이라며 “방송출연 등의 기회가 적은 연예인들의 경우 생계 곤란에 처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연예계, 수입은

한편 2009년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연예인의 평균 수입은 직장인들의 평균 연봉인 2530만 원보다 적은 2499만 원으로 나타났다. 가령, A급 연예인이 드라마 1회당 5000만원 이상의 출연료를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빈곤에 시달리는 연예인이 절대 다수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소위 ‘잘 나가는 스타들’의 몸값은 날이 갈수록 높이 치솟고 있지만, 이들을 제외한 상당수 연예인들은 턱없이 적은 출연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A급으로 통하는 한 영화배우는 드라마 한 회당 최소 출연료 5000만원 정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위 ‘잘 나가지 못하는(?) 연기자’ 등은 수십만원의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인 연예인들은 거의 무일푼으로 봉사하다시피 방송출연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출연료 문제와 관련해 개그맨들의 경우, 여느 연예인들보다 격차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민국 최고의 MC라 찬사를 받는 개그맨 유재석과 강호동은 수천만원대를 받으며, 높은 몸값을 자랑하고 있지만 신인 개그맨의 경우 회당 수십만원선에서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공정 계약’ 등 고쳐지나

이처럼 대중들의 뇌리에 화려함으로 무장돼 살고 있을 것 같은 연예인들의 수입과 관련한 생활고 문제에 대해서는 관련 매니지먼트사도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가령, 소속사와 연예인의 이익 배분에서, 특급 연예인들은 유리한 조건에서 계약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일부 신인들은 불공정한 계약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시정 명령을 조치했지만, 투자 대비 이익을 가늠하기 힘든 형편상 현행 매니지먼트 계약 형태로는 시정이 어렵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연예기획사 한 관계자는 “매니지먼트협회 차원에서 표준계약서를 만들자는 의견이 그동안 끊이지 않은 것으로 알지만, 소속 연예인이 다른 회사로 이적해버리면 큰 손해를 떠안아야 하는 위험부담이 도사리도 있다”라며 수입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최근 공정위가 연예산업의 건전한 거래질서 확립과 불공정 계약 통용 방지를 위해 ‘표준계약서’를 제정키로 한 것이 연예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비극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매니지먼트가 해결해야 할 사안도 충분히 개선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지상파 방송국의 제작비 문제를 비롯한 여러 문제들이 우선 개선돼야 한다”며 “대중성과 스타성에 올인되다 보니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급 연예인들과 차별을 두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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