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독주하던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 지지율이 장외의 유력후보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다시 박빙 양상을 보이며 ‘안철수 변수’가 민주당 경선의 최대변수로 다시금 부상하고 있다. 또 민주당의 대선주자들이 속속 출사표를 던지며 야권의 거대한 잠재주자인 안 원장 때리기에 가세하는 등 민주당의 경선국면이 치열해지고 복잡해 졌다.
安, 朴양자대결서 오차범위 접전 지지율 상승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국면 ‘安변수’로 복잡 양상
민주 잠룡들 ‘안철수 견제’나서…安측 반발 거세
‘원샷경선’·‘2단계 경선’ 등 경선룰 놓고 논란 예고
박-안, 지지율 접전
KBS가 지난 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박 전 위원장 지지율이 47.5%, 안 원장 지지율은 44.3%를 기록해 두 사람간 격차는 3.2%포인트의 오차범위 안의 접전을 나타냈다. 총선 직후 박 전 위원장이 여유있는 차이로 안 원장과 거리를 뒀던 것에 비교하면 접전 양상의 새국면이라 할 수 있다.
또 MBN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도 박 위원장과 안 원장 지지율은 각각 오차범위 내의 혼전양상이었고,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의 최근 조사에선 양자대결 때 안 원장이 오히려 박 전 위원장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박 전 위원장 지지율이 5월 이후 처음으로 안 원장에게 다시 추월을 허용한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새누리당 당원명부 유출과 대선후보 경선룰을 둘러싼 내홍 등 악재가 겹치면서 박 전 위원장 지지율이 빠졌다는 분석과 특히 경선룰 논의 과정에서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불통' 이미지가 부각된 결과로 보고있다.
그러나 안 원장은 장기간 출마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도 다른 야권 주자들과 달리 유력야권후보로써 확실한 이미지가 이같은 결과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본선에 진출하려는 야권 대선주자들의 안 원장 견제가 더욱 강력하게 전개될 양상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최근 “안 원장의 대선 출마는 지금도 늦은 셈이다. 7월 중순까지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수백만명이 참여하는 완전 국민경선제를 하면 (안 원장에게) 불리할 게 없다”고 했다. 손학규 상임고문 역시 “한국 정치에 안철수라는 백신이 나타났는데 그 백신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쓸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민주, ‘안철수 때리기’
우상호 최고위원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없다고 해서 대선을 치를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저평가 돼있는 후보들의 진면목이 확인되면 우리 당 후보만으로도 대선을 치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안 원장이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있다고 보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전제한 뒤 "안 원장이 민주당 경선에 함께하는 게 가장 편리하고 반가운 방법"이라고 당내 경선 참여를 촉구했다.
이 같은 민주당 주요인사들의 발언에 안 원장 측은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안철수 때리기’에 강력 반발했다. 안 원장 측의 유민영 한림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기자들에게 보낸 ‘민주당 일부 인사들의 발언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에서 “근래 민주당 일부 인사의 발언은 안 원장에 대한 상처내기”라고 비판했다.
유 교수는 “그런 발언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렵다.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생각하기 바란다”며 “서로에 대한 존중이 신뢰를 만든다”고 적었다. 안 원장 측이 이같이 이례적으로 입장을 내놓은 것은 민주당 인사들의 발언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 주요 인사들의 이같은 안 원장과의 거리두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장 경선처럼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안 원장과 본선주자를 뽑는 예선으로 치러질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安, 정당 지지기반 없어”
문 고문은 지난 6월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선예비후보 관훈토론회에서 "박 전 위원장과 같은 시대를 살았는데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며 "제가 가난으로 고생하던 시기에 청와대에서 공주처럼 사셨고, 독재권력에 맞설 때 독재권력의 핵심에 있었다"며 대선주자로써의 적합성을 강조했다.
또 안 원장과의 양자간 대결 전망에 대해 "민주당이라는 전통있는 야당,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배출한 경험이 있는 야당에서 가장 지지도가 앞서는 후보"라며 "당내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기 때문에 질 수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안 원장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국정에 관한 경험이 없다는 것과 정당의 지지기반이 없다는 점이 약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안 원장에게 제안한 '공동정부론'에 대해서도 "안 교수와 그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이번 대선 국면에서 우리와 함께 힘을 합쳐서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함께 가야겠다는 기본 원칙만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고문도 한 라디오에 출연해 안 원장에 대해 “내가 당선될 수 있을까 아닐까를 갖고 대선에 나갈지를 결정하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을 하겠다는 의지는 본인의 깊은 고뇌 속에서 나온 결과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어려운 때 내가 과연 이 나라를 제대로 운영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결단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에게 ‘어떻게 하면 당선될 수 있을까’ ‘어느 시점이 좋을까’ 이런 계산으로 보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당내의 상황속에서 김두관 경남지사는 이른바 2단계 경선안을 제안해 눈길을 모았다. 민주당 대선 후보를 먼저 선출한 뒤 안 원장과 단일화하는 방안이다. 베이징을 방문한 김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20~30대가 주축이 된 지지층의 특성상 안 원장은 새누리당으로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안 원장은 지금은 쳐다봐서도 안 된다”며 “그냥 우리 갈 길을 가는 게 옳다”고 밝혔다.
야권 후보, 11월 확정?
민주당 지도부의 이같은 안철수 때리기는 지난 6월 11일 조경태 의원이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하며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손 고문은 14일 광화문광장에서, 문 고문은 17일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정세균 상임고문은 26일 자신의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출정식을 갖으며 유력후보인 안 원장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들의 우위를 은연중에 과시했다. 거기다 조만간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보이는 정동영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 역시 차별성을 높이기 위해 안 원장을 공격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에 따라 안 원장은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고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수는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안 원장까지 포함해 단일화 경선을 실시하는 ‘원샷경선'과 민주당 후보를 먼저 선출한 뒤 단일화 경선을 실시하는 ‘2단계 경선'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경선룰리 핵심이라는 것이다. ’원샷 경선'을 하면 런던올림픽이 끝난 이후 경선을 시작해 9월 중에 후보가 결정될 확률이 높지만, 만약 ‘2단계 경선'을 실시한다면 11월이나 돼야 후보가 확정된다. 이해찬 추미애 등 민주당 지도부는 그동안 안 원장이 당내 경선에 참여하는 이른바 원샷 경선을 주장했고, 안 원장 측은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김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