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휴대폰 시장에서 기를 못 펴고 있다. 최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발표한 국내 10대그룹 2분기 추정실적에 따르면, LG전자는 1분기 이후 상승세를 잇지 못했다.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약 3.8%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 것이다. 이에 증권가 관계자들은 “LG전자가 아직 스마트폰 시장에서 힘을 못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할 만한 경쟁력이 뚜렷하지 않아 최근 실적이 부진하다는 분석인 셈이다. 더욱이 중국에서 휴대폰을 생산해온 협력업체들(청도, 연태공장)도 어려움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져 LG전자의 한숨이 깊어질 전망이다.
2분기 실적 주춤…또다시 발목 잡은 스마트폰
업계선 “스마트폰 시장에 뒤늦은 대응이 문제”
주가 하락세 수모…“스마트폰 열세 때문?” 분석
中청도·연태공장 협력사들 일감없어 어려움 직면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지난 2일 국내 10대그룹 2분기 실적 추정치를 발표했다. 그중 LG전자의 실적은 매출 13조6464억원, 영업이익 4310억원이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매출은 약 11.6% 증가, 영업이익은 3.8% 감소한 수치다.
실적 악화되나
이 같은 LG전자의 전 분기 대비 실적악화는 업계에서 몇 차례 전망됐다. 한화증권 김운호 연구원은 “LG전자의 2분기 매출액은 지난 전망치에 비해 소폭 하향조정한 13조121억원으로, 영업이익은 3308억원으로 예상된다”며 “MC(Mobile Communication, 휴대폰)사업부의 영업적자는 예상에 비해 확대될 전망”이라고 추정했고, 신한금융투자증권 소현철 연구원은 “마케팅 비용의 증가로 LG전자의 영업이익은 예상치인 4310억원을 하회할 전망”이라며 “MC사업부 영업이익은 540억원 적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신제품 출시로 인한 마케팅 비용의 증가로 LG전자 휴대폰 사업부의 전 분기 대비 손실은 어느 정도 업계에서 관측됐다는 얘기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신제품 갤럭시S3를 출시한 삼성전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47조원, 6조7000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6일 공시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3.82%, 14.53% 각각 증가한 수치로, 신제품 출시라는 동일한 조건 속에서도 양사가 사뭇 다른 결과를 얻었다. 즉, 스마트폰 시장 내 다른 입지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희비를 갈랐다는 평가다.
실제 최근 LG전자는 영위하고 있는 4개의 사업부문 중 유달리 MC사업부에서 힘을 못써왔다. 급변한 스마트폰 시장에 한발 늦었던 대응이 지금까지도 LG전자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시만 봐도 알 수 있다.
LG전자 MC사업부는 ▲2009년 17조2366억원, 1조3396억원(매출액, 영업이익) ▲2010년 12조9752억원, -6540억원 ▲2011년 11조6925억원, -281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점차 감소했지만, 2009년에서 2010년 영업이익의 급락이 눈에 띈다. LG전자의 사업부문 중 영업손실이 MC사업부에서 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LG전자는 삼성전자와 나란히 세계에서 점유율을 높여갔다”며 “아이폰 열풍이 불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올랐을 때, 발 빠른 대처를 했던 삼성전자처럼 LG전자도 피처폰을 고집하지 말고 스마트폰 기술을 개발해야 됐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경쟁력 부족?
또 이러한 MC사업부 부진은 LG전자의 주가하락에도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29일 장 초반 LG전자 주가는 5만9600원을 기록, 6만원대가 붕괴된 모습을 보여줬다. 전날 종가는 6만300원으로 올 들어 제일 낮은 수치였다.
LG전자의 주가는 3월 15일 9만4300원을 찍은 뒤 지금까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약 4개월 동안 지속됐고, 7월 2일 기준 6만1000원을 기록한 상태다. 즉, 이 기간 동안 주가는 3만3300원이 떨어져 5조4495억원의 손실을, 나아가 최근 3년간은 최고가 14만6590원(2009년 9월 4일 기준)에서 8만5590원이 떨어져 14조를 상회하는 손실을 본 것이다.
이와 관련, 증권가 관계자는 “LG전자의 주가가 하락세인 것은 아직 스마트폰 시장에서 눈에 띌 만한 성과가 보이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판매량이 늘어나는 등 휴대폰 시장에서 성과를 보여야 주가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시장의 후발주자인 LG전자에게 선발주자를 압도할 수 있는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최근 옵티머스 LTE2 등 신제품을 출시, 제품 라인업을 늘리며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LG전자 스마트폰은 ‘사야 할’ 메리트가 없다는 것.
더욱이 갤럭시S3가 국내 출시됐고 아이폰5가 출시예정인 상황에서, 이들에 비해 고객충성도가 높지 않은 LG전자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급증하려면, 더더욱 차별화된 제품 즉 ‘히트 제품’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LG전자 관계자는 “LTE 스마트폰 중심의 프리미엄 판매 증가와 지속적인 원가절감 노력이 이익 증가로 이어지면서 LG전자가 선택한 밸류 게임이 이제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주장했다.
협력업체 어려움 직면?
LG전자 MC사업부에 닥친 고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중국의 청도, 연태공장에 일감이 없어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휴대폰 시장변화에 뒤처진 대응이 판매량 급감으로 이어져 결국, 중국에 따라 나간 협력업체들을 부도위기로 내몰았다는 비판이다.
LG전자는 청도공장에서는 피처폰을, 연태공장에서는 피처폰과 스마트폰을 생산해왔다. 그러나 휴대폰이 부진한 판매량을 보이면서 해당 공장들의 생산량도 대폭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반증하듯 LG전자의 중국 휴대폰 연구개발 부문이 통합되는 등 구조조정이 단행되기도 했다.
현재는 스마트폰을 일부 생산하던 연태공장의 생산량이 다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여전히 협력업체들의 한숨은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피처폰 생산을 담당한 청도공장의 경우 생산이 계속 감소할 예정이고,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LG전자가 아직까지는 힘을 못 쓰고 있어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LG전자 중국 협력업체 관계자는 “일감이 없어서 많은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에 처했다. 물량이 들어와야 만드는데 그게 없으니 공장을 열어놓는 게 오히려 손해인 상황”이라며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에 LG전자 관계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며 대답을 피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청도공장을 둘러싼 소문이 돌기도 했다. “LG전자에서 휴대폰 판매부진에 시달리다 못해 청도공장과 연태공장을 합친 뒤 연태공장만 운영하려 했지만, 중국정부와의 협상과정에서 위약금 문제로 무산됐다”는 소문이다.
이와 관련해 LG전자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며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갖춘 연태공장으로 생산을 집중시키고, 피처폰 라인만 확보하고 있는 청도공장을 스마트폰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박미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