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앞으로 다가온 18대 대선을 앞두고 여야 각 당 대선주자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대선행보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이 충청지역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세 결집을 펼치고 있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를 견인한 곳에는 항상 충청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만큼 충청권의 민심이 대선에서 언제나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충청권의 선택은 대선으로 가는 바로미터가 됐고, 오는 12월 치러지는 제18대 대선에서도 충청권이 '캐스팅보트'를 가졌다는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역대 대선서 충청권, 캐스팅보트 및 중요 변수
행정수도 및 과학벨트 등 ‘공약’따라 민심 이동
여야 잠룡들, 대형 국책사업 등 공약 준비 돌입
박근혜·문재인 등 조직정비하며 ‘세’ 결집에 나서
유동적인 표심
역대 대선에서 충청권은 파괴력 있는 공약을 내세운 쪽이 지지를 받는 결과를 보여 앞으로 여야 모두 대형 국책사업 등을 준비하는 등 중원 점령을 위한 한치 앞을 모르는 전쟁 서막이 올랐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총선에서 나타났다. 지난 4·11총선 결과 충청권에서는 새누리당이 근소한 우위를 보였다. 세종시를 포함한 충청권 25석 가운데 새누리당이 12석, 민주당이 10석을 차지했다. 새누리당의 우위를 보여주는 결과다.
그러나 19대 총선 정당별 비례대표 득표율에는 가변적 요소가 있다. 새누리당은 36.6%, 민주당은 34.7%이지만, 야권연대 대상이었던 통합진보당(7.4%)의 득표율을 합치면 42%로 야권이 새누리당보다 득표율이 앞서기 때문이다.
충청권은 고정표가 확실한 호남과 영남지역에 비해 유동적 측면이 강하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이 지역에서 승리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과거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이 지역에서 120만9200표를 얻어 이회창 후보와 25만6286표 차이를 나타냈다. 두 후보의 총 득표율이 2.3%포인트(약 57만표) 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승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97년 대선 땐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앞세워 이회창 후보에게 40만8319표 차이로 승리했다. 총득표 수에선 DJ가 이 후보 보다 39만557표 많았다. 다른 지역에선 패했으나 충청권에서 이 후보를 압도하며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대선주자들, 충청 방문 잦아
이런 이유때문인지 세종시가 출범한 지난 2일 여야 지도부와 주요 대선주자들은 대거 세종시를 찾아 충청 민심을 타진했다. 박 전 위원장은 캠프 개소식 대신 세종시 출범식장으로 갔고, 출범식 현장에서 “남다른 깊은 감회를 느낀다.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국민과의 약속이 많은 우여곡절과 어려움 속에 지켜지고 실현돼 더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이명박(MB) 정부의 세종시 원안 수정 기도에 맞서 원안을 지켜낸 지도자로 충청권에 각인되어 있다. 이로써 MB 정부와 차별화된 ‘여당 내 야당’이란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고 충청권에 신뢰와 원칙의 박근혜 이미지를 확실히 심었다.
충청권의 박 전 위원장 지지율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보다 두 배가량 높은 수치를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여주는 등 타 주자들에 비해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는 이유도 이같은 부분들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19대 대선 박 전 위원장의 ‘약속’으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충청내륙고속도로, 백제역사문화도시 사업 등을 채택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문 고문 역시 이런 충청권의 비중을 생각하듯 민심을 잡기위한 행보에 발 빠르게 움직였다.
문 고문의 충청권에 대한 구애는 대선 출마선언을 하루 앞 둔 지난 6월16일, 문 고문 지지자들이 충청권에서 워크숍을 열고 '세 결집'을 다짐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문 고문 대선 경선캠프로 출범을 앞두고 '대전·충남 문재인과 친구들'(이하 ‘문친’)은 이날 충남 공주의 충남교통 연수원에서 워크숍을 개최하고 다가오는 대선 경선과 본선 승리를 다짐했다. 이날 워크숍에는 민주당 대전·충남 시·도당 위원장인 박범계·박수현 의원과 '문친'조직 결성의 실무자인 전문학 대전 서구의원을 비롯한 지방의원 50여 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분권국가” 강조
'문재인과 친구들' 출범을 이끌고 있는 박범계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상생하는 대통령, 동행하는 대통령, 국민 모두가 편안한 대통령을 대전·충청이 앞장서서 만들자"며 "현재 지지도가 1등이라고 자만하지 말고 위기감을 갖고 한사람 한사람 적극적으로 나서서 표를 만들어 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수현 충남도당 위원장도 "역사는 짧게 보면 진보와 퇴보를 거듭하지만, 길게 보면 발전한다. 발전의 원동력은 합리적 이성을 가진 사람들의 의지에 의해서 추동된다"며 "오늘 우리는 바로 MB정권에 의한 역사 퇴보의 시기를 문재인에 의한 역사 발전의 시기로 전환시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강조했다.
문 고문은 지난 1일 민주당 대전시당에서 진행된 대전, 충청지역 기자 간담회에서는 세종시가 실질적 행정수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고문은 이 자리에서 "많은 행정부처와 기관들이 내려오는 만큼 대통령 집무실의 분실도 필요할 것"이라면서 "국회에서도 부처들과 관련된 상임위의 경우, 국회분원이 필요할 텐데 그 부분은 국회 자율로 결정할 사안이며 국회에서도 그런 방향으로 검토하도록 권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한 "2013년 체제는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며 그 핵심이 정권, 정치, 시대교체와 함께 분권국가로 나가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두 방향의 분권화를 추진할 계획이며 개헌이 필요한 분권은 임기 중 개헌을 논의하는 특별위원회를 국회에 설치할 필요가 있고 헌법 개정 없이 가능한 부분은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에 따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되고 있는 과학벨트 사업으로 이곳이 세계적인 메카가 되도록 모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세종시와 과학벨트가 당초 취지대로 발전해 가면 앞으로 충청권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문 고문은 "참여정부가 해왔던 지방균형 발전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분권국가로서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 지지율 1위인 문 고문의 충청권 대선 캠프의 좌장은 박범계 의원이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함께 청와대에 근무했던 문 의원과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 하 듯 박 의원은 문 의원의 대선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하게 될 '담쟁이 포럼'의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한편, 전위대 역할을 하게 될 '문재인의 친구들' 발족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이 외에 대선정국 대전시당을 이끌고 있는 이상민 의원 역시 문 의원 외곽조직인 담쟁이 포럼에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박근혜, 지지 모임은
충청권에서는 새누리당 박 전 위원장의 지지세력의 좌장역할을 해 온 6선의 강창희 의원이 대표적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강 의원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뽑히며, 전면에 부각되기가 힘들어 졌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에서는 이 지역의 박성효·이장우·김태흠 의원 등이 세를 규합해 박 전 위원장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의원은 차기 대전시당위원장을 맡아 대선정국에서 당 조직을 진두지휘하게 될 전망이고, 이 의원과 김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의 외곽조직인 '어깨동무'와 '국민희망포럼'의 충청권 좌장 역할을 맡아 대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