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인리 발전소(서울 화력발전소) 문제가 또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이전 및 폐쇄’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은 “당인리 발전소 지하화 계획에 반대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며 마포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또 박강수 ‘서울복합화력발전소 신규건설반대추진위원회’회장은 마포구청장을 상대로 청구인대표자증명서 교부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지난 9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인근 주민들이 왜 당인리 발전소 지하화 계획에 반대하는지 그리고 발전소의 문제점 등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모두 5기가 있는데 1호기와 2호기는 1970년 8월에 폐쇄되었고 3호기는 1982년 1월에 폐쇄되어 현재는 중유전소 발전설비 2기가 가동 중이다. 그리고 남은 2기중 4호기(1971년 준공)와 5호기(1969년 준공)는 2차례 수명연장 끝에 2014년에 폐쇄할 예정인데 이들 4호기와 5호기는 설계수명 30년을 훌쩍 넘겨 많은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노후화를 견디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2년뒤에 폐쇄될 예정이라 최소한의 경비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수명이 2년밖에 남지 않은 당인리 발전소를 대체하기 위해 같은 용지 지하에 800MW의 신형 화력발전소를 지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또 4, 5호기가 있는 지상에 박물관과 미술관, 그리고 공원 등을 조성할 계획인데 이에 대해 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최근 전기, 가스 관련 국가기반시설의 빈번한 대형사고를 이유로 지하건설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인근에 있는 절두산 성지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도 발전소의 지하건설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강경한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인근 주민들은 당인리 발전소 지하화 계획에 반대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며 마포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 박강수 회장도 마포구청장을 상대로 ‘청구인대표자증명서 교부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당인리 발전소, 왜 시끄러운가
당인리 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지하에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형사고 발생 우려’ 때문이다. 지난 고리원자력발전소의 정전, 보령화력발전소의 화재, 난지물재생센터의 가스폭발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엄청난 전압이 흐르는 지하에 발전소를 건설하고 어떻게 지상에 공원을 조성하여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원을 조성할 수 있는가”라며 반문했다. 한편 현재 당인리 발전소의 발전용량은 38만kw로서 우리나라 전체 전력 공급량인 7800만kw에 비해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굳이 주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지하에 발전소를 지어야 할 만큼 서울시내 발전용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또한 현재 당인리 발전소는 시설이 많이 노후되고 그리고 발전소에 대한 전력 수요도 많지 않아 열병합발전시설로 전환하여 인근 지역인 여의도·이촌동 등에 온수를 공급하는 용도로 쓰이기 때문에 굳이 지하로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인근에 절두산 성지 문화재가 있기 때문에 발전소의 지하건설은 즉시 중단되어야 하며 이는 문화재보호법이 문화재로부터 500m이상이라고 문화재 보호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개발을 불허할 수 있다”는 규정도 주민들이 발전소 지하건설을 반대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묘수는 없나?
당인리 발전소는 지난해에 1호기, 그리고 올해 2호기가 준공되었어야 하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착공시기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한국중부발전은 2년여의 수명밖에 안남은 당인리 발전소를 대체하기 위해 지하에 화력발전소를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서울 마포구에 실시계획 인가신청서조차 못내고 있다.
이는 마포구가 주민 여론을 의식하여 지난해 8월과 10월에 신청서를 모두 반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고육지책으로 당인리 발전소의 수명연장을 고민중이지만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수명연장을 하여 올해 2월 정전 은폐사고가 났기 때문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주민들은 한층 더 수위를 높여 “발전소 폐쇄”까지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중부발전은 당인리 발전소를 고양시에 있는 난지물재생센터 옆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으나 고양시의 강력한 반대로 발전소 이전이 불가능해지자 2011년 4월에 당인리 발전소 지하 이전에 대한 공청회를 주관하여 주민들과 마찰을 빚은 적이 있다.
이후 지난 3월에는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서 당인리 발전소 지하 이전과 관련해 발전소측의 입장에 서서 인근 주민들과의 갈등은 더욱 심화된 상태다. 이와 관련 ‘서울복합화력발전소 신규건설반대추진위원회’의 고문 변호사인 한상복 변호사는 “마포구청장이 당인리 발전소 신규지하건설과 관련한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신청에 대해 이를 구청장의 인허가권의 법적성질이 기관위임사무임을 근거로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신청을 거부했다”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종합적인 해석에 의하면 이 사건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마포구청장의 인·허가권은 자치사무에 해당되므로 주민투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86조의 해석상 이 사건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에서 기관위임사무의 근거로 들고 있는 동법 제86조 5항은 한국중부발전이 사업시행자 지정을 받을 수 있었던 절차적 근거규정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지방자치사무의 성격이 기관위임사무로 변경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마포구청의 도시계획과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 측이 마포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민투표를 할 수 있도록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해달라는 소송을 받았다”며 “이 사건이 주민투표의 청구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법률자문을 받았지만 주민투표의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또 “국가사무에 대해서는 주민투표를 못하게 규정이 되어 있으므로 이부분이 쟁점이 되므로 한 변호사에게 참가인으로 초청하여 회의에 참가하도록 공문을 보낸 상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인근 주민은 “이렇게 또 지지부진하면 결국 각종 선거 공약으로 바람만 잡을 뿐이고 발전소의 수명을 조금씩 연장하면서 세월만 흐르게 될 것”이라며 “결국 지역주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향후 전망은?

또 화력발전소를 지하에 건설한 것은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안전성에도 전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도심 속 발전소는 사고발생시 환경적 피해는 물론 수많은 시민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대형참사의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중부발전이 서울 지역 한복판에 시대에 역행하는 매우 위험한 대규모 화력발전소를 지하에 건설하려는 계획은 위험한 시설물의 건립을 포장하기 위해 주민들을 현혹하여 지상에 공원을 만들겠다는 꼼수라며 강력하게 이전 또는 철폐를 주장했다.
또 도시는 그 발전에 따라 절대적 필요시설을 재배치함이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당인리 발전소의 직원은 150명에 불과하고 이들은 도심 한복판의 땅에 배추를 심는 등의 농사를 짓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당인리 발전소를 마포구 난지도 옆 가양대교 근처로 이전시키든지 폐쇄함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근거들로 인해 마포구 주민들은 현재 당인리 발전소의 지하화 계획에 반대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며 마포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발전소는 항상 사고위험이 있는 공간이다. 더구나 지하 30m에 건설하려는 당인리 발전소는 면적이 무려 11,000평에 이르고 이는 수억만개의 가스라이터에 해당하는 용량과도 같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1회용 가스라이터가 차 안에서 폭발하여 사람이 사망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1회용 가스라이터도 2013년부터는 법률로 규제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언제 무슨 위험이 생길지 모르는 당인리 발전소는 지하로 들어가는게 아니라 이전 또는 철폐되어야 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봉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