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CNI의 내부거래율이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부터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이 있었음에도, 내부거래율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12년 1분기 동부CNI가 동부화재와 내부거래량을 대폭 늘렸다는 소식까지 들리면서 동부그룹을 향한 비판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동부CNI는 동부그룹의 실질적 지주사로 김준기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핵심 계열사이기 때문. 이에 일부에서는 “동부CNI를 지주사로 전환 한다”는 의지를 내비친 상황에서 동부CNI의 내부거래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데 대한 의구심도 제기하기도 한다. 오너의 아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내부거래율, 2010년 28%→2011년 64.7% ‘급증’
동부CNI “흡수합병 결과, 50~60%선 유지해와”
동부CNI 지주사 되면 김남호 그룹지배구조 정점에
자금력 지적에 “자금 많이 동원 않는 방법 고려 중”
IT부문을 주요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동부CNI의 지난해 내부거래율이 또다시 증가했다. 이번에는 전년대비 2.3배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일감몰아주기’ 의혹
동부CNI의 내부거래율은 ▲2009년 11.9%(매출액 1954억원, 계열사거래 233억원) ▲2010년 28%(1911억원, 536억원) ▲2011년 64.7%(국내 매출액 3338억원, 국내 계열사거래 2160억원) 순으로 증가해왔다. 단순 수치상 봤을 때에도 2009년에서 2010년, 2010년에서 2011년 사이의 증가율은 각각 2.3배를 웃돌며 내부거래량도 대폭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는 정치권에서도 대기업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기 위해 일명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대기업들을 향한 압박수위가 높았던 때라 동부CNI의 내부거래율 증가에 대한 비난은 더욱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동부화재에서 올해도 동부CNI와의 내부거래량을 늘릴 것으로 관측되면서 동부CNI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의혹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2012회계연도 동부CNI는 동부화재로부터 1분기 306억4000만원에 이어 ▲2분기 195억8000만원 ▲3분기 276억9000만원 ▲4분기 237억9000만원 수준의 매출을 올릴 예정이다. 동부화재에서만 올해 총 1017억원의 매출이 예상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1분기의 경우, 지난해 같은 분기의 매출(175억5000만원)에 비해 75% 증가했다.
지난해 동부CNI는 수의계약 및 경쟁입찰을 통해 동부화재와 977억3400만원 수준의 물량거래를 했다. 2010년에는 동부CNI가 동부화재와의 거래를 통해 144억2400만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1년 뒤 577% 상승한 매출을 기록하며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추세를 볼 때, 2012회계연도 동부CNI는 동부화재로부터 전년 실질 매출액 대비 비슷하거나 더 많은 수준의 매출을 기록할 예정인 것으로 보이며, ‘일감몰아주기’ 의혹 역시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동부CNI 관계자는 “착시현상이 있다. 2010년도에는 동부정밀화학이 구 동부CNI를 흡수 합병해 소멸회사인 동부CNI의 매출액이 11~12월만 계산된 것”이라며 “2010년에서 2011년 갑자기 늘어난 상태인 것처럼 보이는데 계속 50~60% 선을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50~60%도 높은 비율이지 않느냐’고 묻자 “SI업체는 시스템을 다룬다. 동부CNI는 동부화재나 동부생명의 시스템 관련업무를 많이 하는데, 금융회사들은 IT인프라가 잘 구축돼야 한다. 업종 특성상 다른 회사에게 맡길 수도 없고, 중소기업에게 맡기자니 못 따라주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른 그룹들 같은 경우는 SI계열사가 80~90%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과 비교했을 때 결코 높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김남호의 지분율은
동부CNI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는 이유는 김준기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동부그룹이 동부CNI를 지주사로 하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공포한 만큼, 김 부장의 그룹 내 영향력을 공고히 하기위해서는 동부CNI가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부장과 연관지어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동부CNI 관계자는 “어폐가 있다”며 “김남호 부장은 동부CNI 주식만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전부터 다른 계열사 주식도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7월 18일 기준 공시에 따르면, 동부CNI는 김남호 부장이 18.59%(338만5675주)로 최대주주고,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12.37%(225만2298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어 김준기 회장의 장녀인 김주원씨는 10.15%(184만8631주), 김 회장의 배우자인 김정희씨는 1.21%(22만514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김준기 회장 일가의 동부CNI 총 보유지분은 43.87%(798만9817주)다.
앞서 김 부장과 김주원씨는 2004년 김 회장으로부터 구 동부정밀화학 주식 21%과 11.21%를, 2007년 구 동부CNI 지분 11%와 8%를 각각 증여받았다. 지금의 동부CNI는 구 동부정밀화학과 구 동부CNI가 합병돼 만들어졌다.
이 외에도 김 부장은 1994년부터 증여, 장내매수, 증자 등을 통해 그룹 내 계열사 지분을 늘려왔는데, 7월18일 기준 김 부장은 ▲동부화재 14.06% ▲동부제철 9.22% ▲동부증권 6.8% ▲동부한농 3.33% ▲동부하이텍 2.1% ▲동부건설 4.01% ▲동부건설 4.01% ▲동부청과 25% ▲동부저축은행 0.2% ▲동부로봇 6.91% 등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중에서도 동부화재, 동부제철, 동부증권 등 그룹 내 주력 계열사에 대한 김 부장의 지분율은 김 회장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회장의 지분율은 ▲동부화재 7.87% ▲동부제철 5.04% ▲동부증권 5.00%인데, 즉 2세에 대한 지분승계가 이미 완성단계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주사 전환
막대한 자금 필요
현재 동부그룹은 동부CNI와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지분을 정리하는 일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동부CNI를 중심으로 동부하이텍, 동부건설, 동부제철 등의 제조업 계열,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동부증권, 동부생명 등의 금융업 계열을 나누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동부CNI가 동부그룹의 지주사로 전환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계열사의 지분을 사들여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만한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지주회사가 되려면, 부채비율 200% 이내, 자회사 지분율 상장사 20% 및 비상장사 40%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7월 18일 기준 동부CNI는 ▲동부제철 14.02% ▲동부하이텍 12.83% ▲동부라이텍 11.03% ▲동부건설 20.01% ▲동부팜한농 29.8% ▲동부메탈 10.01% ▲동부로봇 24.25% ▲동부엘이디 16.27% ▲동부생명 6.5%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동부CNI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 계열사는 동부제철, 동부하이텍, 동부라이텍, 동부건설 등으로 동부건설을 제외하면 20%를 넘지 않고, 비상장 계열사인 동부팜한농, 동부메탈, 동부로봇, 동부엘이디 등도 40%에 한참 못 미친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 동부CNI가 감당해야할 출혈이 만만찮다는 얘기다.
더욱이 동부CNI는 2011회계연도 부채비율이 176.55%를 기록, 최근 3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올해 1분기 현금흐름도 상황이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62억1851만원, 투자활동현금흐름은 404억9959만원, 재무활동현금흐름은 161억3612만원을 기록한 것이다.
실제 동부CNI는 2011회계연도 대비 2012회계연도 1분기 단기차입금이 18억3656만원에서 164억7831만원으로 훌쩍 뛰었을 뿐만 아니라,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유동비율도 64.1%를 기록해 일반적으로 업계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100%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지난 4월 동부CNI는 547억원 수준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뒤 차입금을 상환, 재무구조를 개선할 예정임을 밝혔지만, 2010년부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현금창출력이 높지 않아 지주사로 전환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일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동부CNI 관계자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자금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아직 시기나 방법은 확정된 것이 없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만 결정돼있는 상태”라며 “주식을 교환하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고, 가급적이면 자금을 많이 소요하지 않는 방법으로 지주사로 전환코자 한다. 급할 것이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박미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