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구설수 왜
신한은행 구설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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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채용 확대하고, 대출할 땐 학력차별?

금융권은 오래전부터 ‘신의 직장’으로 불려왔다. 더구나 유럽발 경제위기 때문에 갈수록 취업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금융권 취업은 예전보다 더 힘들어졌다. 전통적으로 금융권은 높은 보수와 안정된 근로환경 때문에 누구나 선망하는 직종이다. 하지만 누구나 다 금융권에 취업할 수는 없다. 또한 우리나라는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사회 낙오자로 평가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대학진학률이 무려 80%가 넘는다. 이는 고스란히 청년실업으로 연결되어 큰 사회문제로 대두됐기 때문에 정부는 학력지상주의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고졸 채용 확대’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융권에서는 고졸채용을 이벤트가 아닌 하나의 제도로 점차 확대하는 모습인데, 총자산 222조의 신한은행은 지난해 126명의 고졸인력을 채용했다. 또 올해 상반기에는 140명의 고졸 전담 텔러(창구직원) 및 본부 고졸 사무인력을 채용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학력에 따라 대출이자에 차등을 뒀다는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돼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감사원 “신한은행, 학력 따라 대출금리 차등”충격
은행측 “금감원 승인까지 받았는데 갑자기…”반응

 

최근 기업들과 금융권에서는 ‘차별 없는 능력 중심의 사회 만들기’일환으로 고졸 채용을 대폭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전문가들은 “이번 ‘고졸 채용 확대’도 단순히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청년실업난의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융권 고졸채용 확대

더구나 “고졸자도 대졸자와 같은 업무를 같은 환경에서 같은 대우를 받고 일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여러 지원과 커리큘럼 개발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당장 대졸자를 뽑던 자리에 고졸자로 뽑으면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런 식의 채용확대만으로는 고졸자들의 경쟁력이 생겨나지 않고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가장 중요한 점은 고졸과 대졸 사원 사이 큰 격차의 연봉과 승진체계 문제이다. 금융권의 경우도 이런 문제점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졸 행원들의 초봉은 2천만원 초반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비해 대졸 행원의 연봉은 3천만원이 훌쩍 넘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졸 행원들은 비정규직으로 채용돼 2년 동안의 성과평가를 통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가능하고 그 후 정규직이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관문을 거쳐야만 한다. 따라서 처음 출발점부터 고졸 행원과 대졸 행원에게는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한은행을 비롯한 여러 은행들은 텔러(창구직원)의 경우 고도의 금융전문지식이 필요 없고 오히려 고객을 대하는 능숙함이나 친철함이 더 중요하므로 고졸 채용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이에 신한은행은 이미 올해 상반기에 140명을 채용했고 또한 국내 18개 은행은 2013년까지 총 2,700여명의 고졸 취업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대출, 학력차별이 왠말

이런 가운데 최근 신한은행은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학력차별을 한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안겨줬다. 감사원이 지난 23일 공개한 ‘금융권역별 감독실태’ 공개문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고졸 이하 대출자에게는 13점을, 석·박사 학위 보유자에게는 최고점인 54점을 부여해서 고졸자와의 격차는 약 4배에 달했다.

더구나 신한은행이 지난 2008년~2011년 동안 개인신용대출을 거절한 4만4368명 가운데 1만4138명(31.9%)은 학력이 낮아 돈을 못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같은 기간 동안 개인 신용대출 취급 건(신용등급별 금리 차등 상품 취급 151,648건)중 48.7%인 73,796건(대출금액 2,346억 원)은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이 하락해 이자를 17억이나 더 부담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신한은행 관계자는 “학력차별에 따른 대출금리 산정은 해외에서 사용중인 모델을 2008년 4월에 도입한 것이고 금융감독원 승인까지 받았는데 왜 갑자기 이런 문제가 불거진지 모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 채용한 140명의 신분이 정규직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확인을 해봐야 답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고졸 직원과 대졸 직원 사이에 차별은 없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직급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답변했다.

신한은행은 상고 출신으로 신화를 창조했던 라응찬 전 회장이 키운 회사다. 더구나 신한은행은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고졸 채용 확대’에 부합하여 고졸을 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일조해왔다. 하지만 학력에 따라 대출이자를 차등했다는 감사원 결과가 나오면서, 신한은행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세지고 있다.

봉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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