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 합종연횡 가시화되나
야권 대선주자 합종연횡 가시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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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불리기 위한 잠룡간 ‘짝짓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불과 5개월 남은 대선정국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안 원장은 지난 7월 19일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하면서 대선출마의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는데, 중도층을 폭넓게 아우르는 안 원장이 이처럼 대선 트랙에 올라서면 민주당의 선거구도와 지지율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다소 지지율이 부진한 후보들간의 합종연횡도 많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야권 후보들 중에 지지율을 논할 수 있는 후보는 민주당 내의 문재인 상임고문과 장외에서 관망하던 안철수 원장뿐이었다. 하지만 안 원장이 본격적으로 대선에 뛰어들 채비를 하자 민주당 내의 후보들간의 순위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가 힘들어질 정도로 되어 버렸다. 이에 본지에서는 안 원장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다른 민주당내 후보들의 합종연횡 가능성을 살펴봤다.

안철수 상승세, 민주당 경선 ‘2부리그’ 전락 위기
합종연횡 시나리오 난무, 실현 가능성 설왕설래
민주당 경선 ‘문 VS 비문’, 결선투표제 변수 작용
“당내 경선, 文 제외하고 후보 간 연대 이뤄지나”

 

안철수 원장은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그동안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이 돼 왔다. 안 원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였는데 이는 기성정치인들의 행태에 염증을 느꼈던 유권자들이 안 원장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안철수 출마?
민주당 경선 안개속

하지만 안 원장은 지나칠 정도로 신중했고 안 원장을 포함한 각종 야권 대선주자들간 합종연횡의 시나리오만 난무했었다. 더구나 안 원장의 애매모호한 행동 때문에 ‘대체 안 원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면서 국민의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그랬던 안 원장이 지난 19일 ‘안철수의 생각’을 발행하며 대선에 한발 다가섰다.

비록 공식적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책 서문에서 밝힌바와 같이 ‘정치인으로서든, 아니면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든 세상의 변화에 힘을 보태겠다’며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의 소임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에 민주당내 다른 후보들에게도 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는 현재 안 원장의 강력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각종 후보들이 안 원장과의 합종연횡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7월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과 문재인 후보가 최종적으로 야권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문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선출될 것을 가정하고 안 원장과의 양자대결을 조사했다.

그 결과 문 후보가 33.0%, 안 원장이 40.7%를 나타냈는데 예상보다 적은 격차를 보였다. 이는 문 후보가 상승세를 계속 보인다면 오차범위 내까지 격차를 줄여서 문 후보가 안 원장을 이길 수도 있는 가능성을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다른 민주당 후보들은 비문재인 구도를 형성해서 합종연횡에 따라 판세를 뒤집는데 총력을 가할 전망이다.

‘문재인 대새론’ 꺾이나

민주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2위~5위 후보간 합종연횡 가능성에 대해 “문재인 후보를 제외하고 연대를 할 수도 있고, 만약 본인이 1위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저에게 대항하기 위해 연대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합종연횡과 연대를 하는 것은 국민들의 뜻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연대를 할 때에는 가치와 정책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세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며 “문재인 후보가 지금 앞서나가고는 있지만 아직 대세를 형성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며 ‘문재인 대세론’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안 원장과의 합종연횡에 대해서는 당내 경선 이후 안 원장과의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쳐 자연스럽게 연대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김 전 지사가 평소 정책 연대와 가치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안 원장과의 정책 스펙트럼과도 어느 정도 겹치므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김 전 지사는 문 후보를 경계하면서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 “당내 경선에서 문 후보를 제외하고 다른 후보들과의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재인+안철수’가능할까

범야권 주자들 중 지지율 1위를 놓고 안 원장과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문재인 후보는 안 원장과의 연대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문 후보측에서는 “안 원장의 정권교체에 대한 인식과 정책 비전이 문 후보와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다”며 안 원장의 정치적 성향을 범야권에 설정하고 있다.

또 문 후보도 안 원장에 대하여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힘을 합칠만한 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대선에 안 원장이 출마할지 안할지는 모르겠지만,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후에 안 원장은 개혁을 추진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문 후보 입장에서는 안 원장과의 합종연횡을 상당히 염두해두는 모습이다.

손학규의 저력

이번 민주당내 경선에서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손 후보는 아직까지 지지율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손 후보는 ‘수도권 후보론’을 내세우고 있는데 오히려 수도권에서 지지율을 높이지 못하고 있어 안 원장과의 합종연횡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손 후보는 안 원장이 지난 19일 책을 출간하면서 정치적 행보를 시작하자 이런 안 원장의 모습이 당내 경선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안 원장이 아직 대선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할지조차 불분명하기 때문에 일단 안 원장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손 후보는 안 원장이 당내 경선에 불참하는 것을 상정하고, 경선 후에 안 원장과의 합종연횡을 도모할 전망이다. 한편 손학규 후보 역시 당내 지지율이 제일 높은 문 후보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평소 문 후보의 ‘공동정부론’을 비판해 왔던 손 후보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참여정부의 평가에 대해 실패를 인정한 부분도 있었는데 남은 사람들은 그 평가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며 “실패 반성 없는 참여정부 인물은 문제가 있다”면서 문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군소후보들의 영향력은

지난 9일~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야권 단일화 가상대결에서 문 후보가 33.0%, 안 원장이40.7%를 차지하고 나머지 26.4%는 잘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박준영 지사가 0.8%, 조경태 후보가 0.3%, 김영환 후보가 0.6%, 정세균 후보가 0.3%로 4명의 후보 모두 단 1%도 안되는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우열 자체를 논하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이처럼 지지율이 미약한 후보들간의 합종연횡은 민주당 대선경선 판도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한 인사는 “비문재인 후보들간의 합종연횡에 따라 판도의 변화는 얼마든지 생길수가 있다”며 민주당내 군소후보들의 영향력을 인정했다. 이는 군소 후보들 모두 안 원장과의 연대를 꿈꾸고 있고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예측이 불가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경선과정에서 선출되는 후보는 컨벤션 효과(전당대회·경선효과)에 의해 지지율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된다면 안 원장과의 야권 단일화 대결도 장담하기 힘든 쪽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따라서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비문재인 후보들간의 합종연횡에 주목하고 있다.

봉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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