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사실상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9일 발간한 ‘안철수의 생각’이란 책을 통해서다. 그와 동시에 그는 SBS 예능프로그램인 ‘힐링캠프’에 출연해 최고 시청률을 달성하며 여론의 관심을 확인시켰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그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문제는 그가 언제쯤 대선출마를 할지,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을 거칠지 하는 부분이다.
“책 담긴 생각, 더 많은 사람과 힘 모아 나아갈 터”
경제민주화 첫 과제 ‘재벌개혁’, 금산분리 등 주장
“北 봉쇄정책, 한반도 긴장 고조시키고 평화 훼손”
“대중과의 소통 열어두겠다” 밝혀, 활발한 행보 예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 19일 출간한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앞으로 책임 있는 정치인의 역할을 감당하든, 아니면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세상의 변화에 힘을 보태는 역할을 계속하든, 이 책에 담긴 생각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과 힘을 모아 나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안 원장의 대선 출마 선언으로 읽히는 배경이다.
정치 입문 고민 이유는
안 원장은 서문에서 자신이 정치 입문을 고민하게 된 이유를 “총선이 예상치 않게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을 느꼈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이제는 많은 분께 우리 사회의 여러 과제와 현안에 대한 내 생각을 말씀드리고 그에 대한 의견을 듣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정치입문, 나아가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이 책은 젊은이들을 상대로 한 일종의 조언서로 기획됐으나, 안 원장의 대선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된 뒤 책의 성격이 바뀌었다. 책에는 경제민주화와 대북정책, 청년실업 및 비정규직 문제, 공교육 붕괴, 언론사 파업, 강정마을 사태 등 대선정국에서 부각된 주요 분야에 대한 비전이 녹아 있다. 책에 안 원장의 ‘대선 출마 선언’과 ‘집권 비전’을 동시에 담은 것이다.
안 원장이 책에서 가장 먼저 내세운 분야는 복지인데, 배분과 소비적 복지가 아니라 일자리와 복지가 긴밀하게 연관되는 선순환이 주요 골자다.
대표적인 대안 모델로 스웨덴을 들면서 “차근차근 복지안전망을 늘려왔기에 부자나라가 될 수 있었고 지속 성장이 가능했다”고 했다. 또 “취약계층 대상의 복지를 우선 강화하고 동시에 민생의 핵심영역에서 중산층도 혜택을 볼 수 있는 보편적 시스템을 사회적 합의와 재정 여건에 맞춰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의 안보관은
안 원장은 책에서 정치권의 최대 화두인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경제민주화의 첫째 과제로 재벌개혁을 꼽았다. 특히 순환출자금지와 금산분리 강화를 강하게 주장했고, 출자총액제한제의 부활 여부에 대해서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재벌의 편법 상속에 대해서는 “한국 사회에서 재벌 그룹은 사실상 현행 법규상 초법적인 존재”라고 규정하며 “재벌 체제의 경쟁력은 살리되 내부 거래 및 편법 상속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는 등 단점과 폐해를 최소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의 적극 활용을 통한 세금 징수와 최고경영자 선임과정의 투명성 요건 강화 등을 주장한 것이다.
안 원장의 안보관에 관한 내용도 들어 있다. 그는 “북한의 붕괴를 전제한 봉쇄정책은 한반도의 긴장만 고조시키고 평화를 훼손한다”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 “교류협력으로 긴장완화의 성과를 거둔 반면 ‘퍼주기 논란’ 등 남남갈등을 유발했다. 투명성이 부족했다는 문제도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4.11총선 이후 대선 출마 생각”
또 안 원장은 ‘힐링캠프’에 출연해 그간 그를 둘러싸고 불거진 여러 이야기에 대해 자신의 확고한 생각을 전달했다.
지난 24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전국 기준 시청률 18.7%를 기록하며 지난해 7월 방송이후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MC 이경규의 지난해에 있었던 서울시 시장 후보로 안 원장이 거론이 됐는데 왜 단 20분만에 포기선언을 했냐는 질문에 안 원장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당시 이야기를 했다. 그의 생각과 이념이 받아 들여졌다. 이 사람이면 시장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만약 박 시장의 뜻이 안 원장과 일치하지 않았다면 포기선언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나?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말해 좌중을 놀래켰다.
또 안 원장은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얼마전에 있었던 4·11총선을 언급하며 “총선 결과가 여당의 승리로 나면서 국민들은 불안감에 따른 위로를 나에게 찾고자 하는 것 같다. 이런 것들이 나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며 “생각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 당황스럽더라. 그 후 대선 출마에 대해 어느 정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출마는 나혼자만의 일이 아닌 국가와 사회를 위한 엄중한 문제이다. 출마를 한다면 세가지를 고려해야 할 것 같다”면서 “첫째는 지지하는 분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둘째는 과연 내 생각이 그 분들의 기대 수준에 맞는지, 셋째는 내가 정말로 능력과 자질이 있는지이다. 그래서 먼저 내 생각의 방향을 밝히는게 순서라고 생각, 책을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혜진은 “국민의 기대와 생각이 다르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고 안 원장은 “그렇다면 나는 제자리로 돌아가서 지금 맡은 일에 다시 집중하며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양쪽 가능성을 열어두고 국민의 판단을 받겠다”고 소신 발언하며 그의 대선 출마 여부는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 시사했다.
안 원장의 이 같은 전략에 대해 신 율 명지대교수(정치외교학)는 “대선출마 선언 전까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릴 것”이라면서 “이후 지지율이 주춤할 때 이벤트성 대선출마 선언으로 다시 지지율 상승을 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안 원장의 행보에 대해 안 원장이 앞으로 대중과의 소통을 열어두겠다는 의사를 밝힌만큼 활발한 행보를 나설 것으로 전망봤다.
안철수 지지율 상승
한편 안 원장이 출연한 ‘힐링캠프’ 시청률은 전국 기준 18.7%(AGB닐슨미디어리서치), 수도권 기준 21.8%를 기록했다. 지난 9일 탤런트 고소영씨가 기록한 자체 최고 시청률 13.2%를 5% 이상 상회하는 역대 최고 시청률이다.
앞서 출연했던 박근혜(12.2%) 새누리당 대선경선 후보, 문재인(10.5%) 민주통합당 후보와도 큰 격차를 보였다. 밤 11시대에 방송되는 심야프로그램이 20% 가까운 시청률을 내는 것은 ’방송계의 전설‘이다.
‘안철수의 생각’도 전국 서점가에서 품귀현장을 빚을 만큼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교보문고는 23일 자정까지 누적기준 4만1000부를 판매했다.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의 진영균씨는 “스티브잡스 책이 출간 이틀째 1만부가 판매되며 역대최다를 기록했는데 안 원장 책은 이보다 많은 1만2500부가 팔렸다”면서 “당분간 이같은 출판량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판사인 김영사는 3차분 12만부를 출고했으며, 현재 4차분으로 4만부를 인쇄하고 있다.
이같은 안철수 돌풍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7월 셋째주 주간집계 결과, 안철수 원장은 여야 양자대결 구도에서는 1.4%p 상승한 44.8%의 지지율을 기록, 47.7%(▼0.3%p)를 기록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오차범위 내인 2.9%p로 격차로 추격했고, 다자구도에서도 안 원장은 3.1%p 상승한 18.8%를 기록, 37.8%(▼3.4%p)를 기록한 박근혜 후보와의 격차를 19.0%p로 줄였다.
이번 주간조사는 7월 16일부터 20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3,750명(남성 49%, 여성 51%/ 20대 18%, 30대 21%, 40대 23%, 50대 18%, 60대이상 20%)을 대상(총 통화시도 63,527)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휴대전화 20%, 유선전화 80%)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했고, 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라 무작위 추출후, 통계처리 과정에서 성, 연령, 지역별로 인구비례 가중치를 부여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1.6%p였다.
한편, 안 원장은 “최종 결정은 제가 하는 것”이라며 “정말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주위 사람들의 기대와 행복을 너무 고려하면 오히려 서로 불행해질 수 있다. 신념과 판단에 따라 자기가 행복해지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행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