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논란’ 꼬리 물더니…한진, 물 먹나?
‘특혜 논란’ 꼬리 물더니…한진, 물 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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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 운영권 사업자 선정 ‘보류’

인천국제공항 급유시설(이하 급유시설) 운영권 사업자 선정을 두고 한진그룹이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알짜배기 사업인 해당시설을 민간기업에 맡기는 데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것.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도 “한진그룹에 대한 특혜”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의심의 눈초리가 따가운 상태다. 한진그룹이 특혜 의혹을 받는 기업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급유시설의 최대주주가 대한항공의 자회사 한국공항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급유시설의 사내이사로 활동하면서 현저한 출석률에도 억대 연봉을 받았던 점, 부당이득을 취해 감사원에 적발됐던 점 등이 지적되며 자격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 언론매체에 의해 대한항공 출신 급유시설 고위임원이 직원들에게 특혜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보도돼 파장을 몰고 왔다. 특혜논란이 불거지면서, 급유시설 운영권 사업자 선정이 전격 보류된 상태다.

알짜배기 사업, 민간에 위탁…정치권 “한진 특혜” 주장
사내이사 조양호, 출석률 현저해도 억대연봉 받아 잡음
한국항공, 방만경영으로 감사원 지적받기도…자격 논란
인천공항, 급유시설 운영권 사업자 선정 입찰공고 보류

 

지난 7월 24일 한 언론에서는 대한항공 출신 급유시설 고위임원이 직원들을 불러놓고 특혜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우리가 할 수밖에…”

공개된 음성파일에 따르면, 고위임원은 “이 결정은 번복이 안 된다. 이미 다 끝났다. 우리그룹(한진)이 입찰에 들어가서 따오는 것밖에 없다”고 말해 현재 사업자 선정 작업이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했다.

이 임원은 “입찰이 지연되면 8월 13일을 넘을 수가 있다. 넘으면 우리(한진)가 할 수밖에 없다”며 “공사와 실무작업을 하고 있는데 새로운 사업자는 한진그룹이 제일 좋을 것”이라고 위탁기업 선정에 대한 자신감 또한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해당 언론에서 공개한 음성파일에 따르면, 급유시설 고위임원은 직원들에게 고용문제까지 언급하며 압력을 넣은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 임원은 “다른데서 입찰을 해서 낙찰 받는 것보다 한진그룹에서 운영하는 게 고용승계나 유지에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심기불편

이에 대해 정치권은 즉각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7월 25일 열린 국토해양위 업무보고(4차 전체회의)에서 김관영 민주통합당 의원은 “대한항공과 국토해양부의 짬짜미 의혹이 한 언론의 보도로 명확해졌다. 국회와 국회의원을 저렇게 무시할 수 있는지 덥고 넘어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이윤석 민주통합당 의원은 “철저하게 (한진그룹을) 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급유시설 강모 대표이사와 해당발언을 한 고위임원은 이날 질의에 참석해 사과의 말을 전했다. 해당발언을 한 임원은 “8월 13일부로 회사의 운영권이 끝나면서 저도 회사를 관둘 예정”이라며 “직원들이 업무하는 데 있어 느슨해진 것 같아서 다른 곳에 신경 쓰지 말고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의도로 말했다. 감정이 격해진 상태였다. 말실수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강 이사는 “8월 13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회사인데, 그때까지 새로운 업체가 인계를 받게 되면 새로운 곳이 하겠지만 만약에 안 되면 한시적으로 조금 연장해서 우리가 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며 “입찰공고를 하게 되면 한진그룹도 하나의 회사로서 신청을 하고 만약에 되면 운영권을 확보할 예정이란 얘기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밝혔다.

주승용 국토해양위원장은 “국회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이미 결정 났다는 뜻 아니냐”며 “경쟁 입찰에서 한진그룹을 제외해달라는 문제, 조사특위를 구성해달라는 문제 등에 대해 양당 간사간의 협의를 거치도록 하겠다. 정책실장은 국토해양위에서 논의가 끝날 때까지 (이번 사업을) 보류하도록 보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그 분이 언급한 ‘우리’는 급유시설주식회사를 얘기하는 것일 뿐”이라며 “전후 말을 다 잘라낸 상태로 보도가 됐다. 전에 회사를 다니신 분이고, 이미 국회 나가서 본인이 사과를 하고 입장을 밝혔는데 그룹 입장에서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경쟁입찰에서 한진을 제외하는 논의를 하겠다’는 말이 나온 것과 관련해서는 “입찰공고가 예정된 상황인데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는 게 오히려 모순”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진, 특혜의혹”

급유시설은 한진그룹의 계열사인 한국항공과 인천국제공항공사, GS칼텍스 등이 BTO방식(수익형 민자사업)으로 설립한 회사로 인천공항 항공기 급유를 전담하고 있다. 한국공항이 61.5%, 인천국제공항공사가 34%, GS칼텍스가 4.5%의 지분을 각각 보유 중이다. 이들은 설립당시 국토해양부(구 건설교통부)와의 협약을 통해 급유시설을 국가에 기부채납하고, 2012년 8월 13일까지 약 11년 4.5개월간 운영수익을 얻을 수 있는 관리운영권을 부여받았다.

최근 공사는 다음 달 있을 무상사용기간 만료를 앞두고 급유시설을 1,986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공사에서 해당시설의 운영권을 민간기업에 3년간 임대하기로 한 것이 알려지면서 ‘민영화’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급유시설의 최대주주인 한진그룹의 계열사 한국공항을 둘러싼 특혜 의혹이 쟁점화 된 상태다.

문병호 민주통합당 의원(인천 부평갑)은 7월 13일 국토해양위 질의에서 “급유시설의 출자지분을 보면 한국공항이 최대주주로, 정부가 해당시설 운영권을 민간기업에 넘기려는 것은 조양호 회장과 한진그룹에 특혜를 주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한진그룹을 특혜 대상기업으로 지목한 이유로 문 의원은 ‘김모 전 청와대 비서관이 조양호 회장의 4촌 동생 조모씨의 남편’이라는 점을 들었다. 또한 “운영권을 민간기업에 넘겨야 되는 이유가 없다”며 “출자자들은 11년 동안 충분한 운영수익을 얻었고, 한국공항공사의 위탁관리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하려는 위탁운영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실제 문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급유시설은 10년 만에 자본금이 356억원에서 658억원으로 185% 늘었고, 부채비율이 183.7%에서 3.53%로 줄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48억원에서 79억원, 영업이익은 -1600만원에서 75억원으로 수직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를 기반으로 2007년까지 국민은행 PF차입금 647억원을 전액 상환했고 이후 배당을 통해 이익을 가져갔다는 주장이다.

구설수에 올라

업계에서는 한진그룹의 특혜의혹에 여론이 더더욱 냉담해졌던 이유에 대해 “한국공항이 최대주주로 지난 11년간 급유시설을 운영해오면서 몇 차례 구설수에 오르내린 바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2010년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급유시설은 급유시설 사용료로 총 163억원의 초과수익을 얻었다가 적발됐다. 국적 항공사보다 외국 항공사에 항공유를 비싸게 판매해온 것이 드러나 국제적인 창피를 당하기도 했다.

인천급유시설의 사내이사로 등재된 조양호 회장에 대한 말도 많았다. 임내현 민주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조양호 회장은 2009년 3월부터 인천급유시설의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사내이사인 만큼 상근을 통해 업무에 참여해야 하지만, 3년 동안 조 회장은 출근하지 않았고 1억~1억5000만원 수준의 연봉을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특히 임 의원은 강모 대한항공 부사장이 급유시설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는 사항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었다. 회사 계열사의 부사장 밑에서 조 회장이 일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

이 뿐만 아니다. 급유시설은 출자회사에 대한 고액 배당금 책정, 한진 계열사 교육기관에 대한 기부 등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급유시설의 주주들은 2008년부터 배당금을 가져갔다. 배당금은 ▲2008년 160억원(배당성향 212%) ▲2009년 20억원(47%) ▲2010년 40억원(71%) ▲2011년 100억원(126%)으로, 출자비율로 계산했을 때 한국공항은 ▲2008년 98억4천만원 ▲2009년 12억3천만원 ▲2010년 24억6천만원 ▲2011년 61억5천만원의 배당금을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8년과 2011년은 당기순이익보다 배당금이 더 높게 책정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기부금이 한진 산하 교육기관에 집중 지원된 데 대해 의심 섞인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많다. 급유시설은 2007년부터 매년 9억원을 상회하는 기부금을 집행해왔다. 사회 환원차원에서 기부를 해온 것이지만, “9억원의 기부금 중 8억원이 한진 산하 교육기관에 집중되는 등 기부금 지급대상이 이상하다”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각계에서는 ‘급유시설 운영권’을 민간기업에 위탁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한진그룹에 대한 특혜의혹이 제기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 26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급유시설의 위탁기업 선정과 관련한 입찰공고를 보류하겠다고 발표, 급유시설 위탁기업 선정과정이 어떤 물살을 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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