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귀국 임박에 따른 검찰 정밀작업 착수
한때 ‘세계경영’을 기치로 재계를 호령하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1999년 10월 해외 잠적 이후 최근 귀국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돌아온다면 과연 언제 귀국할 것이냐 그리고 사법처리 수순은 어떻게 되는지 사전 교감은 있는 것인지 각종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귀국하면 기다리고 있는 수사에 대비해 최근 검찰에 귀국 의사를 타진했다는 점에서 예전처럼 ‘여론 떠보기’는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더욱이 김 전 회장이 최근 측근들을 통해 ‘귀국 의사’를 밝혀왔다는 점도 그의 귀국 가능성을 한층 높게 만들고 있는 것. 정치계도 '김우중 재해석' 작업에 나서는 등 주변 분위기도 예전상황과는 확실히 다르다.
따라서 검찰도 분부하고 움직이는 모습이다. 검찰은 최근 대검 중수부와 공적자금비리단속반에 분산돼 있던 대우 관련 사건을 대검 중수2과로 통합해 과거 수사자료에 대한 정밀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귀국하면 공항에서 바로 체포한 뒤 조사를 거쳐 혐의가 있으면 법에 따라 처리한다"고 밝히고 있어 김 전 회장이 귀국 조건으로 제시했던 '합당한 예우'와는 선을 긋고 있다.
검찰의 수사방향은 대략 △41조원의 분식회계를 통한 9조2000억원 사기대출 △대우 런던법인을 통한 25조원 해외 유출 △비자금 조성 경위 및 정.관계 로비 의혹 등으로 관측된다.
이중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건은 이미 기소된 전 대우 임원들에 대해서 대법원이 유죄확정 판결을 내린 만큼 혐의입증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 임원들이 “김우중 회장의 지시”라고 진술한 부분에 대해 사실 확인 하는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김 전회장의 진술시 “6~7년 전의 일로 기억나지 않는다”, “모르는 일이다”라고 일관한다면 검찰로서는 명확한 일자와 시기, 금액에 대한 조사가 어려워질 것이다.
또 과거 재판 과정에서 전 임원들이 "김 회장만이 안다"고 책임을 떠넘긴 상태에서 김 전 회장이 부인할 경우 수사는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김 전 회장이 과거를 반성하고 사죄를 바라고 모든 것으로 털어 놓는다면 검찰수사는 급진전 되겠지만 정.관계 로비 의혹의 배일이 벗겨지면서 정.관계에 메가톤급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회장이 대우그룹 퇴출을 막기 위해 그룹 경영 과정에서 정.관계에 금품로비를 시도했었다는 설이 파다했었기에 불똥이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힘들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이 김 전 회장을 지난달 배트남에서 만난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의원은 한 언론에서 "정부나 사정당국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개인적 만남이었다"고 거듭 강조하고 김 전 회장의 근황이나 대화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귀국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한 미묘한 시점에서 김 의원이 김 전회장을 만난 것은 정부 및 정치권의 기류변화와 맞물려 모종의 역할을 맡아 접촉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국민여론상 김 전 회장이 구속은 피하기 힘들지만 이후 '보석' 처분으로 풀려날 것이라고 예단하고 있기도 하다. 경제성장 시대의 과거 분식에 대한 관용적인 사회 분위기, 대기업 총수들의 수형기간이 길지 않았다는 점, 김 전 회장의 악화된 건강상태가 주요 배경이다. 물론 정부나 검찰 쪽은 "말도 안되는 억측"이라고 답하고 있다.
▶검찰, '구속수사' 통해 혐의 입증에 자신감... 사법처리 수위는?
한편 검찰은 김 전 회장을 상대로 그동안 규명하지 못한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분식회계'를 지시한 과정 및 불법대출 경위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이고, 조성된 비자금의 규모 및 사용처 등을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한 수사를 통해 혐의를 입증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자신감에 차 있는 분위기다.
이는 대법원 2부(주심 이강국 대법관)가 지난달 29일 대우그룹 분식회계와 사기 대출 등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임원 7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강병호 ㈜대우 전 사장에게 징역 5년을, 장병주 ㈜대우 전 사장과 이상훈 전 전무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각각 확정 선고하는 등 전·현직 임원들에게 징역 3∼5년에 집행유예 4∼5년형을 선고하고 총 23조358억여원의 추징금을 부과한 최종 확정판결에 근거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재판부가 "피고들은 회계분식 규모에 대해 김우중 회장으로부터 관련 지시를 받았고 김 회장 등과 공모했다"고 김 전 회장에게 법적 책임이 있다고 확정판결을 내린 상태이기 때문에 추징금에 대한 책임과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69세의 고령인 데다 해외도피 생활을 하는 동안 위암으로 위 절제수술을 받았고 그후에는 심장질환이 겹쳐 후유증과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신병처리가 어떻게 될 지 여부도 관심 사항으로 주목된다.
김 전 회장의 범죄 혐의 자체나 재벌의 탈법관행 등을 고려하면 '중형의 선고'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재판과정에서의 건강상태 및 국가경제에 기여한 부분 등이 참작되고 정·관계의 '동정 여론'이 확산될 겨우 형이 확정된 이후 '사면복권'될 소지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 김 전 회장의 혐의는?
만약 김 회장이 귀국할 경우 검찰의 조사가 6년여만에 시작된다. 그렇다면 어떤 혐의로 조사를 받게 것인가?
지난 2001년 3월 발부됐던 체포영장에 따르면, 그는 대우 경영비리 사건과 관련해 1997년 이후 3년간 가공 자산 조작과 차입금 누락 등의 수법으로 5개 계열사에 대해 41조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를 근거로 금융기관에서 10조원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또 그는 영국 내 비밀 금융조직인 BFC를 통해 수출대금을 회수하지 않는 방식 및 차입금 누락 등으로 25조원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
특히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의 퇴출저지 과정에서 정·관계를 상대로 한 전방위 로비를 벌인 의혹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전직 대우그룹 임원들은 당시 검찰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모든 일은 김 전 회장이 다했다"고 일관했다. 따라서 검찰은 김 전 회장을 통해 비자금의 실체와 진실을 규명하는 작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이 세명금속공업과 세명공업·흥일산업(이상 대우자동차 관련사), 모토조이·오성전자·세화산업(이상 대우전자 관련사) 등 6개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계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부분도 사법처리의 대상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관련 일지
▶1999년 8월 : 대우그룹 채권 은행단, 대우그룹에 대한 워크아웃 결정.
▶1999년 10월 : 김우중 당시 대우회장 회장, 중국 엔타이 대우 자동차 부품공장 준공식 참석 뒤 잠적.
▶2001년 11월 : 프랑스 인터폴, "김우중 전 회장 프랑스 국적 취득, 독일에서 신병치료 중" 발표.
▶2005년 3월 :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 "로르 그룹 로베르 로르 회장이 2003∼2004년 사이 서울에서 김 전 회장 만났다" 보도. 이에 대해 로르 회장은 보도 내용을 부인함.
▶2005년 3월 : 법무부, "김우중 전 회장 명의의 한국과 프랑스 여권 확인 결과, 1999년 출국 이후 귀국한 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힘.
▶2005년 4월 : 김 전 회장 베트남에서 목격. 연합뉴스, "김우중 전 회장 베트남 남부 호치민시 거주, 하노이에 설립 중인 65층짜리 주상복합 빌딩 추진"라고 보도.
▶2005년 4월 29일 : 대법원, 대우그룹 분식회계와 사기 대출 등 혐의로 기소된 대우그룹 임원 7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23조358억원의 추징금 선고하면서 김우중 전 회장에게 법적 책임이 있다고 밝힘.
▶2005년 5월 13일 : 법무부, 석가탄신일 맞아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으로 사법처리됐던 이성원 전 대우 전무 등 4명 특별복권 조치.
▶2005년 5월 29일 : 대우그룹 관계자, "김 전 회장 현재 독일에서 치료중이며, 귀국 희망"이라고 밝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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