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노조, 경영진 고소 사연은…
KB국민은행 노조, 경영진 고소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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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활동 방해 등 부당노동행위”

올 초부터 예금횡령, 대출서류조작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KB국민은행. 이번에는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부당노동행위로 민병덕 은행장을 비롯해 강용희 영업그룹 부행장과 김형태 인사그룹 부행장을 고소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노조는 “헌법에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직원인권을 유린했다”며 이들을 고소했다. 노조에 따르면, 금융노조 총파업을 앞두고 강 부행장과 김 부행장은 노조 측에 “불참 선언을 해 달라”고 하는 가하면, 진군대회를 앞두고 “집회에 참여할 시 인사조치를 하겠다”며 압력을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사과를 사측에 요청했으나 제시한 시한까지 답변이 없어 노동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본지에서는 이번 고소가 진행되기까지 노사의 갈등을 살펴봤다.

노조 “집회자유 침해 등 사과 요청했지만 묵묵부답”
사측 “사실여부 확인 중…아직 공식적인 입장 없어”
“예금횡령·대출서류조작 등 영업-인사그룹 수장의 책임”
강용희-김형태 부행장, 취임 당시부터 인사논란 제기돼

지난 6일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직원인권을 유린했다”며 서울지방노동청 남부지청에 강용희 영업그룹 부행장과 김형태 인사그룹 부행장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고소취하는 없다”는 것이 노조 측의 입장이다.

“고소취하 없다”

노조에 따르면, 강 부행장과 김 부행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10만 금융노동자 총파업 진군대회’를 앞두고 “집회에 참여하면 인사 상 불이익을 주겠다”며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달 30일로 예정된 ‘금융노조 총파업’을 앞두고 “불참 선언을 해 달라”며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는 이에 성명서를 내고 “노조원들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전 직원을 5시에 퇴근시키고 단체 회식을 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인 방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 같은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민병덕 행장의 공식사과와 강 부행장, 김 부행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요구했지만, 사측이 이에 불응해 고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집회는 퇴근 후에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사실 은행에 큰 영향이 없었다”며 “강 부행장과 김 부행장이 부점장들에게 문서나 쪽지를 통해 ‘참여 못하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하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 관계자는 “헌법에 보장된 합법적인 집회였는데도 사측의 압력이 거셌다”며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비롯해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당했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노조의 성명서에 따르면, 기획조정부 직원 A씨와 개인영업추진부 직원 B씨도 노조활동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노조는 “은행의 장기전략을 수립하고 사업부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등의 업무를 해야하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조직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개인영업점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이용해 영업그룹 부행장의 권력을 제왕적 수준까지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기획조정부와 개인영업추진부를 각각 일갈했다.

노조 관계자는 “기획조정부에서 파업에 대한 대책문건을 만드는 등 계획한 것에 따라 강 부행장과 김 부행장이 공문을 보내고 움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 뒤 “특히 개인영업추진부의 경우는 영업점의 인사를 담당하기 때문에 개인 입장에서는 말을 듣지 않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책임론 제기

노조는 지난 1일 ‘고객중심의 정도경영 실천결의대회’가 열린 천안연수원 실내체육관 앞에서도 ‘강 부행장과 김 부행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날 이들은 결의대회에 참석하는 임원 및 부점장을 상대로 퇴진 서명부를 배포했다.

이날 결의대회와 관련,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합법적인 집회마저 ‘인사조치 하겠다’며 직원들을 억압한 경영진들이 소통하자는 것을 믿을 수 있느냐”며 “비윤리적인 경영진들이 직원들을 교육해 윤리의식을 강화하겠다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8일부터는 강 부행장 등의 퇴진을 요구하는 노조의 릴레이 단식농성이 시작된 상태다.

그렇다면 노조가 경영진에서도 특히 강 부행장과 김 부행장의 퇴진을 강력 촉구하는 이유는 왜 일까. 올해 들어서만 KB국민은행에서는 ‘고객예금 횡령 의혹’부터 지난달 23일 드러난 ‘대출서류 조작 의혹’까지 몇 차례의 잡음이 새나왔다.

‘고객예금 횡령 의혹’은 경기도 포천의 모 지점의 지점장이 38억5000만원을 빼돌린 사건이고, ‘대출서류 조작 의혹’은 내부 직원들이 대출계약서의 대출기간, 서명 및 금액 등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을 가리킨다. 노조에서는 이에 대한 책임을 영업그룹과 인사그룹의 수장이 져야한다고 보는 것이다.

노조는 “영업점 직원들의 인사와 영업을 책임지고 있는 강 부행장과 김 부행장에 대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대출서류 조작, 고객예금 횡령 등 사태와 관련, 인사와 영업현장을 총괄하는 수장으로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 부행장과 김 부행장이 “집회에 참여하면 인사 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지시를 내리는 가하면, 타 부서와의 사전공모 등 조직적인 방해가 있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노조 입장으로서는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은 나온 것이 없다”며 “사실여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노조와 갈등빚는 경영진

뿐만 아니라 노조는 “노조에서 이들을 구조조정, 노사관계 악화의 책임자로 지목하고 부행장 임명을 반대하자 노조사무실에 찾아와 ‘잘하겠다’며 머리를 숙이더니 부행장이 되고 난 뒤 이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고 분노하기도 했다. 노조와 강 부행장, 김 부행장 간 마찰이 부행장 임명 전후로도 심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갈등이 이번 고소에도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노조 관계자는 “부행장 임명에 반대를 했더라도 은행에서 근무를 하게 되면, 노사는 그 전의 마찰을 털어버리고 서로 인정한다.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갈 수는 없다”며 항간에 제기되고 있는 의구심에 선을 그었다.

노조 관계자는 강 부행장에 대해 “지주사에서 인사담당 상무로 있었던 때 노조와 관계가 좋지 않았다. 노사관계 악화를 우려해서 부행장 임명을 반대했었는데, 노조 사무실에 찾아와 잘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6개월간 지켜본 결과 그 때와 달라진 것은 없었고 오히려 과다목표를 책정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행장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은 인사그룹과 계속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사그룹 부행장은 노사관계를 유연하게 대처하는 적임자가 와야 된다. 국제경기도 좋지 않고, 지난 1년 동안 노사갈등이 계속 있었기 때문에 노조 측에서는 은행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노사 관계를 발전적이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사측에서는 이를 이용해 노조활동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KB국민은행은 부행장 절반을 교체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정실 인사’가 단행됐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강 부행장과 김 부행장은 당시 임명된 인물이다.

강 부행장은 임단협 문제 등과 관련해 노조와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조직 내에서 인사담당 상무를 맡는 등 주로 인사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영업그룹 부행장이 되기엔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노조 등에서 나왔다.

김 부행장은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져 임명 당시 구조조정을 위한 정지작업에 착수했다는 의구심을 낳는데 일조했다. 어윤대 회장과는 고려대학교 동문이다.

박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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