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변수, 민주당 휘청
안철수 변수, 민주당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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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이 대선 후보 못내나 ‘전전긍긍’

민주통합당의 문재인·손학규·정세균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 박준영 전남지사가 본경선에 진출하게 됐다. 대선경선 후보가 이처럼 5명으로 압축되면서 결선투표에 올라갈 최종 ‘2강(强)’에 누가 선정될 지 관심이 집중되며 후보들간 결선진출을 위한 총력전이 본격화되는 등 결선투표 날까지 한치 앞도 결과를 알 수 없는 안개속 레이스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율 상승으로 바람을 일으키려 했던 민주당 경선이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대두되고 있다.

민주 잠룡들, ‘2강 결선진출’ 위한 총력전 본격화
경선분위기 및 흥행 지지부진, 마이너리그 전락 위기       
“중도성향 민주당 지지층, 안철수 지지 가능성 커”
‘안철수’·‘호남 단일화’변수 등 막판까지 합종연횡 치열

실질적으로 민주당 경선분위기도 자신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는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의 경우, 안 원장의 최근 행보와 맞물려 경선 형국을  ‘마이너리그’로 치부하는 볼멘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진퇴양난 민주당

야권 후보로 분류되지만 안 원장의 부상을 박수만 치며 환영할 수 없는 진퇴양난이 민주당의 속사정이다. 만약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안 원장이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 민주당의 경우 제1야당으로써 대선 후보조차 못내는 형국으로 전락하게 된다.

민주당의 예비경선 결과는 본경선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려온 문 고문과 손 고문, 김 전 지사가 상위권을 차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당초 예비경선과 본경선, 결선투표, 야권후보 단일화 등 4~5단계의 대선후보 선출 과정을 통해 여론의 주목을 받으며 흥행 돌풍을 일으킨다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최근 안 원장이 책 출간과 방송 출연 등을 통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민적 관심이 안 원장의 행보에 모아지게 되며 예비경선은 여론의 이목에서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본 경선도 예비경선과 흡사한 상황에 직면했다. 본경선은 8월 25일~9월 16일까지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13개 권역을 순회하며 합동연설회와 모바일·현장투표를 병행해 실시된다. 1위 후보가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할 경우 9월 17~23일 2위 후보와의 결선투표를 통해 최종 대선 후보가 결정된다.

이런 상황속에서 민주당의 잠룡들의 고민도 높아가고 있다. 우선 당 안팎의 상황이 갈 길이 바쁜 문 고문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우선 문 고문이 ‘친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신계륜 캠프 선거대책위 본부장’ 카드를 구상했지만 불발됐고, 한명숙 전 대표도 캠프 참여에 다소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지며 통합형 캠프를 구상했던 문 고문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안풍’ 최대 피해자는 문재인

이와 함께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의 정파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대선 지지 후보 결정을 위한 투표에서 손 고문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도 악재로 평가된다. 민평련이 가결 요건(3분의 2 이상 찬성)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식적인 지지 후보는 내지 않았지만  당내 여론조사 1위 주자로서 면모를 세웠던 문 고문에게는 큰 상처를 준 형국이 됐다.

민평련은 친노 그룹에 이어 당내 최대 계파로 현역 의원 22명을 포함해 60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이번 투표를 계기로 민평련과 친노 세력 간 거리가 어느 정도 확인된 만큼 문 고문의 경선 레이스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 밖으로는 안 원장의 돌풍으로 지지율에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안풍의 최대 피해자는 문재인’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는 지지율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의 다자구도에서 문 고문은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안 원장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중도성향의 민주당 지지층이 안 원장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며 안 원장의 지지율 상승으로 문 고문의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어 민주당 경선과 문 고문의 대세론에 상처를 입히는 모습이라 평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힘을 얻게 된 것은 손 고문이라는데 누구나 수긍하고 있다. 손 고문은 ‘안철수 돌풍’ 속에서 당내 최대 계파중 하나인 ‘민평련 지지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다. 손 고문은 예비경선 결과 발표 당일 기자회견을 갖고 ‘4대 필승론’을 제시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며 반전을 위한 행보에 혼신을 다하는 모습이다.

이에 비해 김 전 지사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근본적으로 앙시앙레짐(구체제)를 바꾸고 새로운 체제를 맞이해야 미래 대한민국의 디딤돌을 놓을 수 있다"며 "안 교수와 한국 정치 판을 갈겠다는 것이 똑같다"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후보간 합종연횡 변수

그는 "국민의 정권교체의 열망이 높고,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안 교수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 보겠다는 것"이라며 "민주통합당도 많은 준비를 해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만들어 안 교수와 단일화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누가 되면 좋겠다는 것보다는 2030세대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정치판 패러다임을 바꾸는 문제는 정당개혁이 뒷받침되어야 해서 그런 면에서 안 교수와 서로 윈-윈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민주당 대선 경선은 1, 2위 후보와 3~5위 후보들간 합종연횡이 중요한 변수로 대두되고 있다. 본경선에서 50% 이상 표를 얻은 1위가 없을 경우 1, 2위는 결선투표를 치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탈락한 후보들이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호남주자를 중심으로 단일화 얘기가 오고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초반 판세가 요동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을 기반으로 하는 정세균 후보와 전남의 박준영 후보측에서 이같은 논의가 진행됐다는 소리다.

만약 두 후보가 이같은 모양새를 취한다면 경선 판도를 좌우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호남표가 부산경남(문재인ㆍ김두관)에 손을 들어 줄지 아니면 수도권(손학규)에 후한 점수를 줄지 그 여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일단 박 후보측은 “본 경선이 끝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연대설을 일축했지만 25일 경선날까지 언제든 다양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한편 잠재적 야권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변수’도 빼놓을 수 없다. 안 원장의 출마 여부에 따라 경선에 결정적인 변수로 관측되고 있다. 안 원장은 장기간 출마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이지만 다른 야권 주자들과 달리 유력야권후보로써 확실한 이미지가 여론조사에서 가장 높은 고지를 밟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따라 본선에 진출하려는 야권 대선주자들의 안 원장 견제가 더욱 강력하게 전개될 양상이다.

안철수 쏠림현상?

정치권 안팎에서는 중도와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안 원장 쏠림현상이 지지율로 반영된 것으로 관측하며 안 원장이 앞으로 대중과의 소통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어서 지지율의 유지는 대선 출마에 대한 안 원장의 최종 결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 원장은 자신의 저서인 '안철수의 생각’에서도 “이 책을 시작으로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해 지지율을 대선 참가의 잣대로 내비쳤으며 정치권에서도 민주당 경선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황에서 안 원장이 존재감 유지를 위해서라도 공개석상에 주기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금까지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오르면 안 원장 지지율은 떨어지는 구조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시작된 '안철수 때리기’가 여론에 영향을 줄 지, 공격 수위가 높아지면 안 원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도 주목되는 점이다.

김 전 지사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요즘 정당정치가 위기라고 하는데 아마도 ‘안철수 돌풍’ 현상을 이르는 것이다. 정치의 몰락이라고 불리는 이런 현상이 참담하다”면서 “정당정치의 위기가 안 원장 돌풍 현상을 빚은 것 같다. 우리 민주당만 하더라도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할만큼 상황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 고문은 “수백만명이 참여하는 완전 국민경선제를 하면 안 원장에게 불리할 게 없다”고 했다. 손 고문 역시 “한국 정치에 안철수라는 백신이 나타났는데 그 백신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쓸지는 두고볼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우상호 최고위원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안 원장이 없다고 해서 대선을 치를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저평가 돼있는 후보들의 진면목이 확인되면 우리 당 후보만으로도 대선을 치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주요 인사들의 이같은 안 원장과의 거리두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장 경선처럼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안 원장과 본선주자를 뽑는 예선으로 치러질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 출마와 관련 지지율의 지속여부가 관건이며 안 원장의 지지율 추이에 따라 출마선언의 시기도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낙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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