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아서왕 ‘스패멀랏’ 뮤지컬부문 작품·연출상 ‘다우트’ 연극부문 4관왕
올해도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승자는 코미디였다. 5일 저녁(한국시각 6일 오전) 미국 뉴욕의 라디오시티뮤직홀에서 열린 제59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스패멀랏(Spamalot)’은 알짜라고 할 수 있는 작품상과 연출상을 거머쥐며 2001년부터 이어져온 뮤지컬 코미디의 득세에 다시 한번 날개를 달아줬다. 이는 올해 토니상 작품상 후보 4편 중 3편을 뮤지컬 코미디가 차지하며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한편 연극 ‘다우트(Doubt)’는 퓰리처상 연극 부문 트로피를 가져간 데 이어 토니상에서도 연극 부문 작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석권했다.
‘스패멀랏’은 중세시대 영국의 아서왕을 패러디한 영화 ‘몬티 파이톤의 성배’(1975)를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 개막 전 250억원어치가 팔려 ‘라이언 킹’과 ‘프로듀서스’의 사전예매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한 이 뮤지컬은 드라마 전개보다는 시종일관 파편적으로 웃기는 쇼의 성격이 강하다. 연말까지 좌석이 매진된 상태.
‘광장의 불빛’(The Light in the Piazza)은 코미디의 홍수 속에서도 서정적이고 예술적인 드라마와 디자인, 아름다운 선율로 승부해 가장 많은 6개 부문을 차지했다. 브로드웨이가 예술성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이 작품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작곡가인 리처드 로저스의 외손자 애덤 구틀의 브로드웨이 데뷔작으로, 투표인단은 그에게 작곡상과 편곡상을 안겼다. 또 여우주연상(빅토리아 클락)과 디자인에 할당된 세 개의 트로피(무대, 조명, 의상)를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올 시즌 뮤지컬 부문은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혼전 양상을 보였다. 매년 신작 중 한두 편 정도만 장기 흥행이 가능한 최근 브로드웨이의 경쟁 구도 속에서 이미 흥행의 키워드는 ‘프로듀서스’나 ‘헤어스프레이’, ‘애버뉴 큐’ 같은 뮤지컬 코미디로 넘어갔다.
연출·음악·대본·디자인 등 창작 분야의 상은 나눠먹기가 된 것도 올해 토니상의 특징. ‘스패멀랏’은 노장 마이크 니컬스(영화 ‘졸업’ ‘클로저’ 감독)가 ‘스펠링 비’의 제임스 라핀을 힘겹게 제치고 연출상을 받았으며, ‘스펠링 비’는 유일한 순수 창작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신예 레이첼 셴킨이 대본상을 가져갔다. ‘더럽고 비열한 사기꾼들’이 노버트 레오 버츠의 남우주연상 수상에 그친 게 이변이라면 이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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