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쩍하지 않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 후보가 현안문제 해결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나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사실상 뒤에 머물러 있었던 박 후보가 공천헌금 파문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며 정치개혁과 인적쇄신 등 특단의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후보는 최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지역 합동연설회에서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중대범죄”라며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국민과 당원들께 송구스럽다”고 했다.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과 당사자들의 자진 탈당을 권유하는 간접적인 방법에서 문제해법이 바뀌어가는 태도를 나타냈다.
비박계 후보들의 ‘흠집내기’에 맞대응 카드 만지작
공천헌금 의혹 등 벗어나, 정치개혁·인적쇄신 추진
정권재창출 위해 “당내 친박 VS 비박 구도 깨야”
이재오, 정몽준, 김무성 등 ‘비박계 포용론’도 대두
공천 헌금 파문, 침묵해선 안돼
그동안 박 후보는 경선 후보로서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의혹에 대한 공식 사과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신중한 그의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사건을 둘러싸고 사태가 확산되자, 총선 당시 비대위원장으로서 이를 침묵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합동연설회에서 비박주자들의 끊임없는 공세에도 적극적인 모양새를 취한 것도 이같은 이유로 보인다.
합동연설회에서 김문수 후보는 “박근혜 후보가 비상 대권을 가지고 전권을 휘둘렀을 때 두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며 “하나는 공천 비리고 하나는 박근혜 1인 사당화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공천 비리를 깨끗하게 해결해야 한다”면서 “저는 과거 공천심사위원장을 하는 동안 공천 비리를 뿌리 뽑았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은 돈 공천, 비리 의혹 때문에 연일 언론에서 떠들고 있다”며 “우리가 먼저 깨끗하게 청소할 책임이 있다”고 박 후보를 연두에 뒀다. 김 후보는 “박근혜 후보의 여러 가지 문제되는 부분을 미리 사전에 진상조사도 하고, 더 빨리 과감하게 청소하면 대선에서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지적했다.
‘사당화 논란’ 계속
임태희 후보는 “당에 민주주의가 사라져 가고 있다”며 “일방주의에 의해서 당에 건강한 비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후보는 “제 경험으로는 군대보다 더 일방적이다”며 “경선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당으로부터 하청업자 취급받는 경우가 많아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무시당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임 후보는 “당을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에서 투표일을 연기하자고 했던 것이며 비행기가 이륙했다고 해도 만약에 비상 경고등이 들어오면 안전하게 운항하기 위해서는 회항해야 한다”며 “비상경보등이 들어왔는데 무모하게 이륙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있느냐. 그대로 진행하다가는 큰 후회할 일이 생길까봐 우려돼서 투표일 연기를 주장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태호 후보는 "재벌개혁을 떠들던 안 교수가 재벌 회장을 구하는데 서명했다"면서 "공소 시효를 넘겼지만 신주인수권부사채(BW) 관련에서는 재수사해야 하는 등 이제는 당당히 나와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비박주자들의 공세와 관련 박 후보는 정치개혁과 권력형 비리 처벌 제도화를 승부수로 던졌다.
박 후보는 “정치개혁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만들 것”이라며 “어떤 성역도, 어떤 특권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패와 관련해서는 누구도 예외가 없을 것이고, 권력형 비리는 더 강력하게 처벌받도록 하겠다”고 밝혀 강도높은 정치개혁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고(故) 육영수 여사 3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근본적 정치 개혁을 이끌겠다”고 말한 것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야당 공세에 적극 대응
이상돈 박근혜 캠프 정치발전위원은 이와관련 “(당시) 공천심사위원을 비대위가 임명했고, 사실상 공천장을 준 주체가 당시 비대위원이다. 그런 부분에 대한 도덕적 책임은 피할 수 없다”며 “쇄신파 의원들이나 기타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것이 특단의 대책이 아닌가 한다”고 시사했다.
이와 함께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도 폭파 발언'을 놓고도 연일 설전을 벌이며 현안문제에도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 후보 측은 “독도 발언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해당 발언이 기록된 근거자료까지 제시했고, 이에맞서 박 후보 측은 “특정 발언만으로 전체 입장을 왜곡하는 정치공세”라며 맞대응 했다.
문 후보가 최근 경북 안동 독립운동기념관에서 `대일 5대 역사현안에 대한 문재인의 구상'을 발표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발언을 소개한 게 발단이 됐다. 그는 "1965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딘 러스크 미국 국무장관에게 (한일 수교협상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섬(독도)을 폭파시켜서 없애버리고 싶었다고 말했다"며 박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에 박 후보 측 조윤선 대변인은 보도자료를 내고 "외교문서에 따르면 이 발언은 일본 측에서 한 것으로 돼 있음에도 문 후보가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근거자료로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 있는 국무부 기밀대화 비망록을 제시하며 "일본이 독도 폭파 발언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박 전 대통령도 1965년 6월 한일협정 타결 직전 미국을 방문해 이 발언을 했다"고 대응했다. 문 후보 측 노영민 공동선대본부장은 "박 후보와 그 캠프는 사실 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무조건 허위사실로 몰아가고 상대후보에게 사과하라고 윽박지르는 인신공격적 요구도 서슴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박 후보 측 조윤선 대변인은 이에 대해 "미국측 특정문서 한 구절에만 의존해서 박 전 대통령의 독도수호 의지를 왜곡하는 것은 대단히 정략적인 정치공세"라고 재반박했다. 박근혜 캠프 관계자는 "당시 러스크 장관이 독도의 한일 공동소유를 얼마나 집요하게 압박했으면 박 전 대통령이 그런 말까지 했겠느냐"며 "전체 맥락을 무시하고 특정 발언만으로 비판하는 것은 정치공세"라고 말했다.
국면 전환 필요
한편 총선 공천 헌금 의혹 파문과 관련, 국면을 전환시킬 카드가 필요하다며 향후 대선 국면에서 친박과 비박을 고루 기용하는 인적 개편론이 대두되고 있다.
박 후보는 당내 비박 진영 인사를 포괄하는 ‘보수대연합’ 대선캠프설에 대해서는“무슨 이름을 붙여서 하는게 아니라 정치 지향점이 같고, 추구하는 가치가 같은 분들하고 같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당대회에서 박 후보가 후보로 선출되면 수락연설을 통해 이에 대한 방향을 제시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박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비박 후보들로부터 자신의 입장과는 달리 ‘소통부재’라는 지적을 받아왔고, 이에 대한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또 지난 4년간 이루어진 '친박 대 친이'의 대결구도가 이번 경선과정을 통해 친박과 비박의 구도로 나타나고 있는 것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 후보 캠프의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이 '정권 재창출을 위한 비박 포용론'을 제기한 것이 이 때문이다. 심지어 홍 위원장은 대표적 비박인 이재오 의원과 협력할 가능성에 대해 "그것이야 우리가 원하고 부탁해야 할 일"이라며 "앞으로 더욱 진지하게 해나가야 할 일"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이같은 이유 등으로 당 일부에서는 "현재 박 후보를 보좌하는 친박 핵심들이 뒤에서 튼튼히 버팀목이 되고 비박계를 중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이재오 의원과 정몽준 의원, 그리고 김무성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대선 기간 동안 이들에 대한 영입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