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1총선을 앞두고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전 의원이 유럽여행을 마치고 지난 14일 귀국하면서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공천 헌금’ 파문으로 위기에 처한 새누리당에서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을 아우를 수 있는 적임자로 지목되면서 오는 20일 대선 후보 선출과 동시에 본격적인 대장정을 앞둔 가운데 김 전 의원의 역할론이 재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비박 화합’이끌 적임자로 스포트라이트 받아
‘공천 헌금 의혹’으로 위기 직면한 ‘박근혜 구하기’?
“정치 인생의 마지막 걸고 내 역할에 최선 다할 것”
전당대회 이후, ‘박근혜 선대위원장’ 등 역할론 대두
“우파 정권 재창출 위해…”
여야를 떠나 박 후보의 ‘소통이 어렵다’는 이미지가 지적받고 있는데다 특히 대선 본선에서는 지지세 확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이유로 박 후보 진영의 ‘인적 쇄신 및 개편론’이 거론되는 시점이어서 김 전 의원의 등장은 의미가 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선을 앞둔 자신의 역할에 대해 “(8·20) 전당대회 결과가 나오면 새누리당 당원으로 정치 인생의 마지막을 걸고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또 “백의종군 당시 이번 선거에서 우파 정권 재창출을 위해 온몸을 던지겠다고 이미 얘기한 바 있기 때문에 약속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의원은 공천뇌물 파문을 지적하며 “국민들이 정치권을 혐오하는 가장 큰 이유가 부정부패인데 새누리당이 또다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며 “현재 당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고, 이 때문에 외국에서도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유럽을 돌아보니 국가 지도자를 잘 뽑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은 “내가 지켜본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다른 누구보다 깨끗한 정치인”이라며 “그런데 이번에 주변 인물들이 비리에 연루되면서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전당대회 이후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협력해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선대위원장 등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아직 경선이 끝나지 않았고, 제안도 받지 않았는데 내가 스스로 무슨 일을 하겠다고 말할 수 있겠나”면서도 “대선 승리를 위해 당원으로서, 전직 중진 의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무성의 복귀?
김 전 의원은 박 후보의 경선 캠프가 꾸려질 때에도 주요 역할을 맡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그는 낙천.낙선한 의원들과 뜻을 모아 전국 민생탐방에 나섰고, 미국을 횡단했으며 이번에는 유럽을 여행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박 후보 캠프는 이변이 없는 한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 국민통합대연합 프로젝트를 가동, 보수 진영과 중도 진영을 단계별로 끌어안을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의 캠프 합류는 박 후보의 ‘포용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때문에 김 전 의원이 ‘복귀’할 경우 비박계 인사들을 포용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대선 본선 캠프에서 김 전 의원이 공동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거나 지금 최경환 의원이 하고 있는 총괄본부장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은 이 때문에 나온다.
특히 ‘박근혜 캠프’에는 박 전 위원장에게 비판적인 의견을 가감 없이 전달할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할 말은 하는’ 김 전 의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김 전 의원이 선대위 체제에서 선대본부장 정도의 비중 있는 역할을 맡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공천 헌금’ 사태로 황우여 대표가 사퇴하는 경우까지 발생하면 여권 내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대선까지 책임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친박계 측은 공천헌금 파문이 당내 분열로 이어지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견해다. 이를 위해서 김 전 의원만큼 당내 화합을 유도에 적임자가 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20여 일 동안 그리스 스페인 등 유럽 재정위기 현장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김 전 의원은 당원으로서 정치인생의 마지막을 걸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무성 역할론’ 부정적?
그러나 ‘역할론’과 관련, “지금까지 누구와도 그런 얘기를 주고받은 적이 없다”면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그런 이야기는 적절치도 않고, 오는 20일 후보가 선출되면 누가 되더라도 정권 재창출을 위해, 무슨 일이 주어지더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의 ‘본선 합류’ 가능성은 일찌감치 점쳐져 왔다. 지난 총선 공천에서 ‘백의종군’을 선언해 탈당 도미노 움직임을 진정시킨 이후 박 전 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사의를 표했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는 상당 부분 ‘복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근혜 캠프’ 일각에서는 김 전 의원의 영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그가 행보를 최종 선택하는데 큰 변수가 되고 있다.
김종인 박근혜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은 김 전 의원의 합류는 보수층을 결집시킬 수 있지만 동시에 중도층의 표 이탈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지난 15일 “보수 대연합은 선거전략상으로는 좋은 일”이라면서도 “무리하게 보수대연합을 추진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면서 김무성의 역할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돈을 먹은 보수, 부정부패한 보수, 국민에게 믿음이 없는 보수를 끌어들여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차라리 그런 사람들을 영입할 시간이 있다면 한 표라도 좋으니까 중도 세력이나 젊은층을 잡는 것이 더 낫다”고 조언했다.
이어 “부패한 보수를 끌어들이면 오히려 표가 달아난다”면서 “썩은 사람들을 끌어들이지 말고 당당하게 '나는 떨어져도 좋다'는 각오로 나가면 당선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캠프 정치발전위원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역시 “김 전 의원이 총선 막판에 보수대연합론을 주창했지만 별로 호응이 없었다”면서 “김 전 의원 방식대로 대선을 보수연합 방식으로 이끌어 간다면 중도층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본다”고 반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무성 전 의원을 대선 국면에서 중용하겠다는 것은 공천 파문에 이름을 올렸던 친박계 인사들을 그대로 이끌고 대선에 가겠다는 것”이라며 “김 전 의원의 역할론은 꼼수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합과 통합이라는 미명아래 김 전 의원이 선대위원장직을 맡는 등 춤을 춘다면 새누리당에 이로울 것이 없다”면서 “박 전 위원장이 오는 20일 전당대회 이후 비리에 연루된 친박계 인사측에 대해 우선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좌장 역할을 맡았다. 각종 회의를 주재하며 친박(친박근혜)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았다.
하지만 한때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불거진 ‘김무성 임각설’과 2009년 세종시 수정안 논란 과정에서 점차 박 전 위원장과의 앙금이 커지면서 결국 친박을 탈박(탈박근혜)한 대표적 인사가 됐다. 그 후 총선 과정에서 백의종군 선언을 통해 관계를 다시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 굵은 정치인
포용력과 친화력을 겸비한 선 굵은 정치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김 전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 비서관 출신으로 부산에서만 내리 3선을 기록한 중진 의원이다.
지난 87년 통일민주당 창당발기인으로 정당생활을 시작해 총무국장, 원내총무실행정실장, 민자당 의사국장, 의원국장 등 당료수업을 착실히 거친 뒤 15대 총선을통해 국회에 첫 입성했다.
그 후 청와대 민정비서관, 내무차관, 한나라당 원내수석부총무, 총재비서실장, 대통령후보비서실장 등 요 당직을 두루 거쳤으며, 이번에 사무총장에 기용됨으로써 국회재경위원장직과 함께 국회직.당직을 석권하게 됐다.
17대 국회 전반기 재경위원장에 선출된 뒤 국회로 대거 `출근'하는 행정부 공무원들을 청사로 돌려보내는 등 `파격행보'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정치입문 전에는 동해제강 상무와 전무, 삼동산업 대표이사를 지내면서 실물경제를 읽혔다.
이행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