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알박기’ 논란에 ‘뉴타운’ 표류 중
‘한전 알박기’ 논란에 ‘뉴타운’ 표류 중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양주 덕소변전소 부지매각 놓고 ‘시끌’

한국전력공사(사장 김중겸)가 뉴타운 사업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한전이 재개발과 관련해 시행사와 부지매각 약속을 맺었음에도 불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이 예정된 곳은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재정비촉진지구로, 한전이 소유한 덕소변전소 부지가 마찰을 빚고 있는 지역이다. 시행사에 따르면 한전은 이전 요청자 비용부담 등을 주장하며 변전소 부지매각 및 옥내화 사업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8년 한전이 보낸 <개발참여 동의서>의 조건을 시행사가 이미 충족했음에도 한전이 부지매각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 시행사의 설명이다. 이처럼 변전소 부지매각에 대한 한전과 시행사의 대립으로 덕소지구 뉴타운 사업이 몇 년째 표류 중에 있자, 한전에 책임을 묻는 비난여론도 형성됐다.

덕소재정비촉진지구, 변전소 옥내화 문제로 사업 ‘난항’
한전 “옥내화 비용 이전 요청자 부담, 땅값도 안 맞아”
시행사 “검토 후 개발참여 동의서 보내곤 이제 말바꿔”
지식경제부 조치에 따라 ‘사업진행 - 법적대응’ 갈림길

 

▲ 덕소변전소

남양주시 덕소재정비촉진지구의 재개발사업이 몇 년째 표류 중에 있다. 1구역에 있는 한전 소유 덕소변전소 부지매각을 놓고 한전과 시행사 ㈜자사제이에스엠(대표 김지만)의 입장차가 크기 때문이다. 변전소가 들어가 있는 부지는 1구역 전체 80,454㎡(24,337㎡) 중 40,680㎡(10,940㎡)에 해당한다.

깊어진 갈등

덕소재정비촉진지구의 재개발사업을 위해서는 1차적으로 기존 변전소를 철거하고, 그 옆에 옥내화 된 신설 변전소를 지어야 한다. 또 덕소 1구역에 대한 사업이 우선적으로 진행돼야 순차적으로 2, 3구역 등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기자가 현장을 방문했을 때, 변전소는 옥내화 사업조짐 대신 적막만이 감돌뿐이었다. 결국 2010년부터 사업을 추진해 2012년 이주, 2015년 입주를 한다는 계획은 변전소 부지매각이란 변수로 시작부터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해당부지에는 800여가구의 아파트와 공원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시행사인 자사제이에스엠 김지만 대표도 몇 년째 사업을 시작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미 한전으로부터 받은 매각동의서의 조건을 충족시켰는데도, 한전이 엉뚱한 논리를 제시하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시행사는 2008년 1월 11일 한전에 변전소 부지매각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도시개발법상 토지면적의 2/3이상, 토지소유자 1/2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도시개발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 한전도 당시 “검토가 진행 중”이라는 답변을 시행사에 보내왔고, 2월 11일에는 <개발참여 동의서>를 보내며 부지매각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전이 제시한 조건을 시행사에서 수용할 경우, 부지매각에 동의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한전은 △변전소 옥내화 이후 유휴부지에 대해 용도지역이 변경되면, 변경된 감정가액 수준으로 수익을 보장하라는 것과 △인근에 있는 선로를 지중화 및 연장 시공하는 데 대한 비용을 부담하라는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여기서 한전이 언급한 ‘용도지역의 변경’은 해당부지가 자연녹지에서 제2, 3종 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높아진 감정가액 수준으로 비용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해당부지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예정이라 시행사는 평당 500만원을 적용, 토지비로 약 450억원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인근선로의 지중화 등과 관련해서도 약 90억원을 제시, 시행사가 한전 측에 제시한 매입비용은 총 5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입장이 달라졌나?

하지만 한전은 2011년 12월부터 변전소 부지매각에 대한 입장을 달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은 당시 “시행사가 제시한 변전소 이전비용을 수용하기 곤란하다. 재정비촉진계획에 옥내화비용 반영을 위해 지자체와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한전의 주장은 논리가 맞지 않다는 것이 시행사의 설명이다. 남양주시는 자연녹지에서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해 발생하는 이득금으로 옥내화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한전의 주장에 대한 해법을 이미 제공했다는 것이다.

또한 김 대표는 시행사가 옥내화 비용을 부담해야 된다는 한전의 주장에 대해서도 “<개발참여 동의서>를 보면 옥내화 이후 부지를 매각한다는 말이 명시돼 있다. ‘이후’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옥내화는 원래 한전이 하기로 돼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최근 한 언론은 한전의 ‘이전 요청자 비용부담 원칙’ 주장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보도했다. 한전이 수도권 내 뉴타운 및 재개발 사업지역에 있던 다수의 변전소 옥내화 사업비용을 100% 부담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왔다는 것이다. 이 매체에 따르면, 한전은 수색변전소·가수동변전소·포일변전소 등 5개의 변전소 옥내화를 자체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러자 한전의 결정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늘어났다. 한전이 변전소 부지매각을 통해 과도한 이익을 얻으려 한다는 비난여론도 나왔다. 그러나 한전은 시행사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개발참여 동의서>가 ‘법적인 효력이 없는 문건’이라고 못 박으며 답답한 기색을 드러냈다.

한전 관계자는 “<개발참여 동의서>는 시행사가 토지소유자에게 조건을 제시하면 ‘향후 지켜질 경우 개발에 참여하겠다’고 써주기도 한다. ‘이후’라는 말은 옥내화를 한 이후에 부지를 매각하겠다는 것일 뿐”이라며 “정부로부터 사업시행자 지정을 받기 전 발급된 문서라 법적 효력도 없고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이후 시행사가 내세운 금액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건이 맞지 않다”

한전 측은 옥내화 비용과 함께 부지가격을 산정하는 데 대해서도 시행사와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자연녹지인 해당부지의 공시지가와 시행사가 감정 평가해 제시한 제2종 일반주거지역의 금액이 별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자연녹지인 현 공시지가가 평당 380만원선인데, 제2종 일반주거지역이 평당 450만원으로 책정되면 그 차액이 미비하다는 것이 한전 측의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시행사는 “자연녹지의 공시지가가 이미 높게 책정돼 있던 상태”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시행사에 따르면, 2006년 뉴타운지역으로 선정되기 전에도 자연녹지인 해당부지는 ㎡당 113만원으로 제1종 일반주거지역인 인접지(93만원)보다 공시지가가 높게 책정됐다고 주장했다.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이후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한다는 남양주시 방침에 따라, 해당부지를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라 적용했고 인접지와의 비교를 통해 해당부지의 2006년 가격을 산출해본 결과, 한전이 1.5~2.5배 높은 수준으로 공시지가를 책정했다는 것이 시행사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인접지는 평당 120~150만원선이면 충분하다. 한전은 지금 공시지가 상 380만원이고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올리면 600~700만원선은 돼야하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말도 안 된다”며 “서울 한복판의 자연녹지도 많아봤자 150만원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한전 관계자는 “현재 공시지가 상 한전의 부지는 ㎡ 당 120만원으로 평당 단위로 바꾸는 것은 여기에 3.3을 곱해야 된다. 그러면 시행사가 제2종 주거지역의 가격으로 제시했던 수준과 비슷해져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서 “시행사가 기준으로 삼은 2006년 기준 감정평가도 잘못된 방법으로 산출됐다”고 해명했다.

그밖에도 한전은 특혜시비 가능성, 변전소 운전으로 인한 옥내화 사업불가 등을 언급해오며 부지매각을 미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행사는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재정비촉진지구로 고시하고 민간개발방식으로 정한 뒤 사업자로 자사제이에스엠을 지정했기 때문에 특혜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신설되는 옥내화 변전소 역시 변전소 옆에 있는 나대지에 별도로 건설하고 이후 선을 연결해주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변전소 운전과는 상관없으며, 기존변전소가 노후화됐기 때문에 옥내화는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한전 관계자는 “덕소뉴타운 계획이 옥내화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돼 옥내화 비용을 조정하는 것과 관련해 시와 협의를 했었다. 시에서 ‘계획을 변경하면 민간 사업자인 시행사에도 혜택이 갈 수 있다’고 특혜에 대해 언급한 것이지 한전에서 주장한 것은 아니다”, “현재 운영 중인 변전소가 있는 부지를 매각하기 쉽지 않고, 변전소가 노후화돼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한전이 자체적으로 부담하지만 이번 경우는 그런 경우가 아니다”라며 시행사의 주장에 맞섰다.

절충안은 없나

▲ 덕소재정비촉진구역 계획도 및 주민반발이 담긴 현장 ⓒ㈜자사제이에스엠

한전은 현재 ‘공동개발’ 안까지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이 <개발참여 동의서>를 무효화 시키려는 제안이라는 것이 시행사의 시각이다.

이에 한전 관계자는 “지금 변전소 부지를 매각하기도 곤란하고 매각하기에도 조건이 맞지 않아, 합리적이고 투명한 사업을 할 수 있는 공동개발을 제안했는데 시행사는 거절했다”며 “공동개발을 하게 되면 시나 구청장이 지정하는 곳에 의해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일률적으로 받게 된다. 시행사 입장으로서는 토지매입에 많은 비용을 투자했는데, 똑같이 감정평가를 받게 되면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사업이 몇 년째 표류 중인 상황에서 시행사는 하루에 이자만 2300만원이 발생하는 등 막대한 부담을 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시행사는 지난 5월 한전에 <개발참여 동의서>에 명시된 대로 조속히 이행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 답변이 없을 시 법률적인 손해배상청구 및 각종 민원제기 등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다.

지난 7월 시행사는 감사원에 민원을 제기했으며, 현재 이 안은 지식경제부로 넘어간 상태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 500명도 변전소 옥내화 사업추진을 촉구하기 위해 서명을 하며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한전도 국가기관이고 될 수 있으면 좋게 사업을 진행하고 싶었다. 한전에서 계속 인사이동이 이뤄지면서 지금까지 사업이 시작도 하지 못했다”며 “한전이 동의하면 하루 속히 사업을 진행할 것이고, 만일 그렇지 않는다면 법적소송에 들어갈 의향도 있다”고 털어놨다.

한전 관계자도 “현재로서는 공동개발을 제시하는 등 시행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며 여러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옥내화 비용이 해결된다면, 공동개발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의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박미리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