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용역들이 SJM 노조원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한 것과 관련 ‘노동자 폭행 문제’가 사회 현안으로 대두된 가운데, 삼성 에버랜드에서도 노동자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7월 27일 김모 삼성노조 회계감사가 근무하는 에버랜드 내 알파인 식당에 삼성노조 설립 전후로 계속 노조를 탄압해 왔던 인사팀 A차장이 찾아와 김 회계감사에게 폭행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삼성 에버랜드 홍보팀에서는 “당시 상황은 폭행이 아니고, 얘기 좀 하려고 팔을 잡다가 상처가 조금 난 것일 뿐”이라며 “현재 김 회계감사가 출근을 하지 않는 상황이라 사실관계 확인을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그동안 노조가 없는 회사로 유명했지만 지난해 7월 18일에 삼성노조가 공식 출범했다. 따라서 이번 폭행사건이 사측의 노조에 대한 탄압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데 본지에서 이를 살펴봤다.
삼성노조, 지난 7월 설립 1주년…“아직도 건재”
“삼성 인사팀 직원이 노조 간부 폭행”주장 제기
“노조 간부 해고와 감봉 등 노조 탄압 계속됐다”
“‘노조원 폭행’ 삼성직원, 승진 등 인사상 특전”?
삼성노동조합은 지난 20일 오전 11시 용인 에버랜드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에버랜드 간부가 노조원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삼성노조는 이를 노동인권에 반하는 행위로 간주, 즉각 사측이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에버랜드 사장 퇴진”요구

이 자리에서 김 회계감사는 “에버랜드가 고객 서비스 만족도는 1위지만, 직원 만족도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옆에 있던 다른 비정규직 직원이 “삼성이 월급을 많이 준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저희는 월급 많이 못 받는다”라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이유로 다음날인 7월 25일 인사팀 A차장이 비정규직 사원에게는 경위서 작성 및 제출을 요구했고, 7월 27일에는 김 회계감사에게 찾아와 “네가 회사 명예를 훼손해서 경위서를 받으러 왔다”며 고함을 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회계감사가 “나한테 볼일이 있으면 사규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우리 상사를 통해 면담을 요청하라”라고 했더니 손님들과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욕설을 하면서 팔을 비틀며 폭행했다는 주장이다. 김 회계감사는 현재 ‘어깨 관절과 좌측 팔꿈치, 요추의 염좌’ 등으로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체적인 고통 뿐 아니라 불면증, 불안, 심리적인 불안정으로 현재 정신과 치료도 병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김 회계감사는 경기 용인 동부경찰서에 인사팀 A차장을 상해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삼성, 노조 탄압 계속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 회계감사는 삼성에서 꾸준하게 노조설립을 주장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창립 이래 ‘무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해 온 회사다. 그러나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국장, 회계감사 등 4명의 노조원이 노조를 구성, 지난해 7월 18일에 삼성노조가 공식 출범했다.
이에 삼성 에버랜드 감사팀에서는 노조가 출범전인 하루 전날에 김 회계감사를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강도 높게 조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노조 설립을 주도했던 일부 직원을 해고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해 노조를 탄압하는 게 아니냐는 각계의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 김 회계감사는 “노조 출범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사측에서는 신입사원 대하듯 관리했다”며 “회사에 다니는 동안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조금이라도 늦으면 호된 질책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노조는 “노조원 폭행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2010년과 2011년에 인사·총무팀 직원이 노조 간부를 폭행해 형사처벌을 받고도 승진했는데 이는 명백한 노조탄압”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삼성노조에 따르면 지난 2010년 8월 20일 용인의 한 술집에서 인사팀 과장 B씨가 당시 노조 부위원장 J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멱살을 잡자 노조 위원장 P씨가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P씨의 전화기를 집어던지고 얼굴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계속된 폭행 논란

또 삼성노조에 따르면 지난 2011년 9월 9일 용인에 소재한 직원 기숙사 앞에서 에버랜드 총무팀 직원 H씨가 당시 삼성노조 일반 위원장 K씨의 삼성노조 선전물 배포행위를 제지하던 중 K씨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총무팀 직원 H씨는 모욕죄와 폭행죄 등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기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H씨 역시 형사처벌에 대한 불이익은 커녕 폭행사건이 발생한지 6개월만인 지난 3월 과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당시 노조 부위원장 J씨는 “사측이 노조 간부를 폭행해 형사처벌까지 받은 직원에게 징계가 아닌 승진과 전보 등의 인사상 특전을 부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며 “하루빨리 노조에 대해 사과를 하고, 또 노조 간부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한편 본지와의 통화에서 삼성 에버랜드의 핵심 관계자는 “사건에 연루된 직원에 대한 승진과 전보 등의 인사조치는 회사 내규에 규정된 근무년수와 순환근무 방침 등을 고려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라며 “이를 노조와 연관 지어 해당 직원들에게 특혜를 부여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측 “인사 특혜 논란, 사실무근”
그리고 인사팀 A차장이 김영태 노조 회계감사를 폭행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엔 “김 회계감사의 폭행문제와 관련하여 노조 측의 주장은 일부 과장됐고 이는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단둘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그 자리에는 직원과 고객들이 많이 있었는데 어떻게 A차장이 쌍욕을 하면서 폭행을 할 수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사진에는 팔에 아주 경미한 상처가 생겼을 뿐”이라며 “이 상처도 인사팀 A차장이 김 회계감사에게 얘기를 하자면서 팔을 붙잡았는데 김 회계감사가 이를 뿌리치려다 다친 것이지 폭행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 우리 삼성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자 하는데, 현재 김 회계감사가 출근을 하지 않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치 2주의 진단을 끊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 사람이 회사에는 출근도 하지 않고, 밖에서 언론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기가 막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가 만약 김 회계감사의 폭행피해가 사실무근이라면 왜 각종 언론에서 이를 집중보도했는지를 묻는 질문엔 “현재 김 회계감사가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안다”면서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노조가 계속 노조탄압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관련, “우리 삼성은 법이 규정한대로 하고 있을 뿐 노조탄압은 말도 안되고, 더구나 회사 간부가 노조 간부를 폭행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해명할 필요조차 못 느낀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봉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