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일만에 종료...큰 불상사 없어
지난 4월 16일부터 시작된 경기도 오산 세교택지개발지구 철거민 농성이 54일만에 막을 내렸다.
경기도 화성경찰서는 8일 철거민들이 농성중인 ‘W’빌라 옥상에 경찰 특공대를 투입해 저항하는 철거민 29명(남 25, 여 4) 전원을 연행해 조사 중이다.
진압과정에서 철거민 2명이 부상,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상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 강제해산
경찰은 8일 오후 1시10분에 대형크레인(길이 70여m)에 매단 컨테이너 박스 2개에 경찰특공대 20여명씩 40여명을 태워 농성중인 ‘W’빌라 101동과 102동 옥상으로 투입시켰다.
특공대는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며 진입했고 당시 10여명의 철거민들이 옥상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했지만 곧바로 제압됐으며 나머지 철거민들은 별다른 몸싸움 없이 3분여만에 모두 검거됐다.
철거민들은 강제진압이 임박하자 102동 옥상과 현관에 LP가스통 4개를 설치하고 시너를 뿌리며 경찰의 진입을 막으려 했으나 경찰은 그물망 50개와 매트리스 40개를 빌라 주변에 설치해 철거민들의 우발적 행동에 대비하면서 3시간여에 걸쳐 물대포 공세로 인화물질을 무력화시킨 뒤 진입했다.
또 20개 중대 480여명의 병력은 농성현장 외곽에 배치돼 전국철거인연합 회원 등 외부인의 진입을 막았다.
◆ 강제해산 결정
경찰은 ‘W’빌라 망루에 휘발유 300ℓ, LP가스통 10개 등 다량의 인화물질과 대형새총, 골프공 500개 등 시위도구가 비치돼있는 점으로 미뤄 섣불리 경찰병력을 투입하면 유혈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판단, 철거민들과 사업주체인 주택공사의 협상을 주선하고 자진해산을 권고하며 진압을 미뤄왔다.
그러나 이택순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진압 하루 전인 7일, "오산 세교지구 철거민들에게 충분한 기한을 준만큼 (사태를) 오래 끌지 않겠다"며 강제진압 방침을 밝히고, 8일 이례적으로 진압시점을 1시간 앞두고 언론에 강제해산 작전을 공개했다.
경찰은 진압을 일주일 앞둔 지난 1일 화성 동탄지구의 ‘W’빌라와 비슷한 건물에서 사전 ‘예행연습(FTX)’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원이 확인된 철거민 16명에 대해 상해치사 및 폭행 혐의로 체포영장을 미리 발부받고 ‘W’빌라에 대해서는 지난 주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는 등 진압을 앞두고 법적 절차까지 마무리했다.
그러나 전국철거민연합회와 오산자치시민연대는 농성현장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이 주택공사와 철거민의 협상 결렬을 일방적으로 선언한데 이어 경기경찰청장이 진압계획을 밝히는 등 계획적으로 강제진압 수순을 밟았다"고 주장했다.
◆ 농성
철거민들이 농성을 벌인 세교택지개발지구는 주택공사가 오산시 수청동 등 4개동 98만 3천여평의 부지에 오는 2008년말까지 1만6천여 가구의 공동주택을 건립할 계획을 세운 뒤 보상협의를 벌여 대다수 주민들이 이주에 동의한 곳이다.
그러나 철거민대표 김모(41)씨 등 택지개발 공람공고 뒤 빌라 소유권을 취득한 8가구 11명이 택지분양권과 임시이주단지 입주 등을 요구하며 협의를 거부하고 ‘전철연’ 회원들과 함께 지난 달 16일 새벽 빌라 5층 옥상에 높이 13m의 망루를 설치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경비용역업체 직원 40여명은 망루 철거를 위해 같은 날 오후 빌라진입을 시도했으나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지고 새총으로 골프공을 쏘며 저항하는 과정에서 용역업체 직원 이모(26)씨가 화염에 휩싸여 숨지고 한모(21)씨 등 6명이 부상했다.
사건 후 철거민 성모(39)씨가 자수해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나 철거민들은 자신들의 시위와는 다른 사안이라며 농성을 풀지 않았다.
한편 54일간의 장기농성 과정에서 경비를 서던 경찰이 철제 새총과 골프채로 빌라를 향해 골프공을 날리며 과잉대응을 한 것이 드러나 화성경찰서장 등 경찰간부 4명이 대기발령 및 직위해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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