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된 데 이어, 민주통합당도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국 순회경선을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민주통합당은 ‘모바일 투표 공정성 시비’로 큰 파행을 겪으면서 민주통합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진 상황에 직면했다. 이런 가운데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원장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이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원장의 멘토로 유명한 ‘법륜 스님’이 지난 8월 24일 비공개 조찬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 후보와 안 원장 사이의 연대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본지에서 이를 살펴봤다.
‘안철수 멘토 법륜-문재인’회동 알려져, 정치권 촉각
문재인, 안철수에 우호적인 입장…공동정부론도 제기
安, 민주당 입당 않고 ‘제3신당 창당’ 등 각종 소문 난무
민주당 일각 “단일화 문제, ‘아직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멘토인 ‘법륜 스님’이 지난 24일 비공개 조찬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후보와 안 원장 사이의 연대가 급물살을 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안철수 구애’시작
그리고 정치권에서도 민주통합당의 선두주자와 안 원장 측으로 상징되고 있는 법륜 스님과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왜냐하면 현재 안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이 적어지면서 민주통합당 안팎에서 안 원장과의 연대를 위해 ‘임시 가설 정당’이나 ‘제3의 신당 창당’ 등 여러 가지 방편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평소 안 원장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왔었다. 이에 지난 5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 후보는 “앞으로 안 원장과의 단일화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텐테 이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단순히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이 후보가 되고 정권을 장악하는 차원이 아니라 함께 연합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고 ‘공동정부론’을 강조한 바도 있다.
따라서 이때까지 해온 대권행보에서 문 후보는 ‘안 원장 때리기’보다는 ‘안 원장 구애’에 포커스를 맞춰왔었고, 민주통합당 대선주자 가운데 안 원장과의 후보단일화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 왔다. 이와 관련 문 후보의 한 측근은 “안 원장과의 연대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법륜 스님도 지난 8월 22일 ‘내일을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이 주최한 토크콘서트에서 문 후보와 안 원장의 결합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 그는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대통령이 되면 국가를 잘 운영할 사람이 있는데 이 두 사람이 잘 조합해야 한다”며 “잘 운영할 수 있는 사람과 될 수 있는 사람이 협력해 길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인물을 직접적으로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법륜 스님이 안 원장 및 야권 성향의 인사들과 가까운 것에 비춰보면, 문 후보와 안 원장을 염두해 두고 ‘범야권 연대’를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文, 단일화 구상 들어가나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 '1강 2중 1약'의 초판 판세가 뚜렷해지자 문 후보 캠프의 전략 수정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제주·울산·강원·충북 지역의 4연전 압승으로 독주체제를 굳히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 구상을 검토하는 등 '포스트 민주당 경선'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문 후보 캠프의 ‘포스트 경선’ 구상은 과반 득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문 후보측은 지난 8월 29일 “경선이 다소 맥없이 흐르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이제 국민의 관심은 민주당 경선보다 야권 단일 후보 쪽으로 기울고 있다”면서 “안 원장과의 연대 방식 등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안 원장과의 단일화 방식을 두고 캠프 내에서 이미 본격적인 검토를 시작했다는 풀이로 해석된다.
한편 호남 공략을 위해서도 문 후보는 안 원장과의 연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민주통합당 표심의 가늠자가 되고 있는 호남 지역 여론이 친노(親盧)그룹 핵심인 문 후보보다 안 원장에게 더 우호적이어서 안 원장 지지층을 흡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문 후보는 광주ㆍ전남 지역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결선투표를 피해갈 수 있는 안정적 과반지지율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安, 출마 선언 언제쯤

이처럼 안 원장은 별다른 출마선언 없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해 박근혜 후보의 대항마로 떠오른 강력한 대권주자다. 이러한 안 원장의 장점이자 최대 무기는 ‘지지층의 확장성’에 있다.
안 원장에게는 중도 지지층을 중심으로 보수와 진보를 모두 아우르는 폭발력 있는 역동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안 원장은 이번 대선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안 원장이 확실하게 행보를 정하지 않고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던 이유에 대해 안 원장측은 “정치세력의 부재보다는 안 원장을 향한 민심의 기대치에 어떻게 부합할지 고민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 원장이 그동안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던 것은 불필요한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독자 노선에 충실을 기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시각이 제기됐다. 이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진흙탕 난타전을 벌일 때 안 원장은 가능한 거기서 멀리 떨어져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그동안 문재인 후보를 비롯한 민주통합당 경선 주자들은 안 원장과의 연대를 위해 절박하게 매달렸고, 안 원장에게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문 후보가 과연 단일화를 이룰지에 정치권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 문 후보의 한 측근은 경선 이후 후보단일화의 시기에 대해 “안 원장과의 단일화 문제를 너무 일찍 꺼내면 오만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고, 또 너무 손놓고 있으면 그 시기가 상당히 늦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초 경선 반환점을 돌고 후반부로 갔을때 단일화 고민을 본격적으로 고민하려 했지만, 그 시기를 조금 앞당겨야 하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문 후보 캠프에서 안 원장과의 단일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연대에 부정적인 시각들
하지만 안 원장이 국정 비전은 물론 출마 의지조차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단일화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리고 문 후보는 야권 승리를 위해 안 원장을 ‘절대적 존재’로 인식하고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정작 안 원장은 국정경험이 전혀 없고 검증되지 않은 ‘정치 신인’이기 때문에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개인적 능력은 괜찮지만, 경험 없는 인물에게 국정을 맡기는 것은 상당히 불안하다’며 ‘연구만 집중했던 교수라 너무 순진하기 때문에 참모로서는 가능하지만 지도자는 안된다’는 주장도 제기된 상태다.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김영환 의원은 안 원장과의 연대에 대해 “민주당은 잘못된 선거 전략으로 지난 4·11총선에서 패배했고, 지금 2002년 프레임을 생각하고 있지만 2007년 프레임으로 가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민주당의 자기쇄신과 반성이고 이벤트성 경선만으론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내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문재인 후보가 안 원장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는 대선 판이 안 원장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안 원장에게 공동정권을 제안했다든지, 민주당 지도부가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안 원장과의 연대를 말했을 때부터 위기를 자초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지금 민주당은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고 미래의 선장이 되는 것을 스스로 포기했다”며 안 원장과의 연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봉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