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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MB와 차별화 본격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8개월 만에 독대를 가진 것과 관련,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의 친이계 껴안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또 대선을 4개월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밀월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 박 후보는 이 대통령의 집권 초부터 긴장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 대통령의 세종시 이전과 관련된 개정 법안 발의 때 박 후보는 개정안 반대에 앞장섰고, 이 대통령이 ‘기업 프랜들리’ 정책을 추진하자 지난 2009년 5월 ‘스텐퍼드 강연’을 시작으로 ‘경제민주화’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다른 길을 걸었다. 거기다 이 대통령이 기독교 편향 인사 등의 논란을 빚을 때 박 후보는 각종 불교행사나 모임에 참석해 불교계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MB-朴, 8개월만에 독대…계파간 화합 모색하나
반값등록금 및 양육수당 확대 등 놓고 각 세우기         
朴, MB정부와 소원해진 불교계와 소통 강화 나서
MB정부에 비판적인 2040세대 접촉, 젊은층 공략

하지만 이날 이 대통령과의 만남을 계기로 박 후보의 행보에 많은 변화가 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생문제를 주요 의제로 공통분모를 형성하는 등 비박근혜 진영과의 관계도 자연스레 복원될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번 독대가 보수대통합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섣부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의례적 만남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이례적 만남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현직 대통령이 여당 대선 후보를 독대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2층 백악실에 입장해 먼저 기다리고 있던 박 후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100분 동안 진행된 오찬을 겸한 회동에서 태풍 피해 대책과 성폭력 예방, 그리고 민생경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박 후보는 정부의 태풍 피해 대책과 관련, “아무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 사람들 많다. 보완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사각지대의 농어민이 희망을 갖고 재기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화답했다.

박 후보는 또 “민생경제가 위기상황 직면한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대학생 반값등록금과 0~5세 영유아 양육수당 확대에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학생들의 어려움과 여성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성폭력 문제도 논의됐다. 박 후보가 앞으로 100일 간 범국민 특별안전 확립기간으로 정하고 민관 합동으로 대책을 수립할 것을 제안하자 이 대통령은 “민관이 합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박 후보에 공감했다.

두 사람의 독대는 지난해 12월22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에 따른 여야 교섭단체 대표 회동 직후 이뤄진 단독 면담 이후 8개월여 만에 이뤄진 것으로 박 후보 측이 대선후보 선출에 이은 인사 차원에서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값등록금, 정부 난색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가 이 대통령과 차별화를 나타내고 있는 반값등록금 등의 문제가 어떻게 풀릴 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리우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박후보 등 정치권에서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반값등록금' 문제에 대해 실제로 제도를 시행하기가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정부가 등록금을 다 대주면 만족하시겠지만, 정부 재원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실질적인 '반값등록금' 정책을 시행하기에는 정부가 보유한 재원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 박 장관의 설명이다.

그는 "정부가 1조7500억원을 투입해 등록금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 드렸다"며 "의원들께서 국민들이 여전히 불만이 많다고 하시지만,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3차 예산 당정협의'에서 박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고, 새누리당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대학생 등록금 지원 확대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새누리당은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 측에 희망사다리 장학금 등 관련 예산 6250억원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점진적 확대를 밝히는데 그쳤다.

회동이후 나타날 비박계와의 소통 등 당내화합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 후보 측의 차별화 의지 표현은 더욱 강해졌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회동과 관련 "이 대통령과 박 후보는 보수 정치 세력 내에서의 건전한 경쟁자이다. 이번 회동은 박 후보의 정치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었지 화해 이상이었다고 해석하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MB승계자, 아니다”

김 의원은 한 방송에 출연 ‘두분의 만남으로 박 후보의 차별화 전략 효과가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현직 대통령과 박 후보는 정치 국면도 다르고 지금까지 보여준 정책적인 측면도 상당히 다르다"며 "박 후보가 이 대통령을 만났다고 해서 이명박 대통령의 승계자로 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몽준 의원과 이재오 의원에 대해 "정 전 대표가 회동 때문에 그런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정 의원과 이재오 의원도 노련한 정치인이자 우리 당의 훌륭한 자산이다. 자신들의 정치적인 역량을 빛내기 위해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 등 진보 인사 영입설과 관련해 "다각적인 방향으로 노력으로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으로 밝힌 만한 상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보수대연합을 위해 진보인사 영입을 부정적으로 보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종북 사상에 아주 고착된 분이 아니라면 보수와 진보에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며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갖고 있더라도 새누리당의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함께 할 수 있다"고 외연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소원해진 불교계를 찾은 박 후보의 행보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박 후보는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첫 종교계 예방에 불교를 선택했다. 박 후보는 지난 3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과의 환담을 통해 “불교문화 등 전통문화가 세계의 자랑인 만큼 관심을 갖고 잘 보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와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던 불교계에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박 후보는 이날 "전당대회에서 통합을 말씀드렸는데 불가에서 가장 소중한 덕목으로 '일체심화합'을 꼽고 계시는 만큼 앞으로 통합의 길로 나가는 데 많은 역할을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국민통합이라는 인(因)을 통해 행복이라는 과(果)를 만들어내겠다. 통합이 이뤄지면 국민이 행복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자승 스님은 "말씀 그대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덕담을 건넸다. 배석한 교육원장 현응 스님도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경의를 표하고 어려운 길이더라도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박 후보는 한국 전통문화 및 불교문화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요청에 "우리 문화, 불교문화에 굉장히 관심과 애정이 많다.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 폐허가 된 유적지를 다니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문화재보호기금도 어렵게 만들었다"고 답했다. 또 "세계의 자랑스러운 유산인 만큼 앞으로도 문화와 불교문화 쪽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잘 보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당내 통합은

박 후보는 또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장을 찾아 청년들과의 소통 행보를 진행했다. 박 후보는 이날 50여 분 동안 행사장에 마련된 대·중소기업과 벤처기업 부스 10여 곳을 둘러보면서 취업 상담 중인 대학생들과도 대화를 나눴다.

한양대 총학생회 소속 일부 학생들은 박 후보 방문에 맞춰 '박근혜 후보님 등록금 840만 원 한양대에 오신 것 환영합니다'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는 게 아니라 진짜 반값 등록금을 해 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고, 이에대해 박 후보 측 관계자는 "보통 여당 대선 후보가 대학교에 가면 냉대받는 게 일반적인데 박 후보는 분위기가 좋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당내화합 차원에서 박 후보와 정몽준ㆍ이재오 의원이 조만간 회동할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박 후보와 이들 의원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오픈프라이머리 등 갈등을 노출했다. 심지어 박 후보가 당 경선 후보로 지명된 이후에도 이들 의원은 박 후보를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민통합보다 당내통합이 우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박 후보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으로 비박계의 앙금은 수면하로 내려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정의원은 박 후보와의 회동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시했고, "박 후보가 편리한 일정에 한번 만나야겠다는 생각"이라며 "박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고 저는 당원으로, 박 후보가 열심히 하기 때문에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의 갈등에 대해서도 "생각이 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있지만 앞으로 5년간 국정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중요하지 지나간 일은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이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내가 찾아가고 내가 손 내밀면 화해와 통합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지극히 오만한 독재적 발상"이라며 유대인 학살을 다룬 영화 `뮤직박스'를 봤다면서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아버지를 고발하는 변호사인 딸의 고뇌를 다룬 영화로, 부녀간의 인륜보다 정의가 우선한다는 감명 깊은 영화였다"고 곱지않은 시선을 보여줬다.

김낙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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