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전남 나주에서 ‘제2의 조두순 사건’이 발생하여 대한민국은 큰 충격에 빠졌다. 범인 고종석(23)은 집에서 잠자고 있던 초등학생 A양(7)을 이불째 납치해 성폭행을 한 후 아이의 볼까지 물어뜯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조사에서 고종석은 “평소 어린이가 등장하는 일본 포르노물을 즐겨 봤다”며 “아동 음란물을 보면서 아이와 성관계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처럼 ‘아동 음란물’이 아동 대상 성범죄를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실제로 아동 성범죄자 3명 가운데 1명은 범행 직전 ‘아동 음란물’을 봤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아동 음란물’이 큰 문제로 떠올랐다. 본지에서 이를 살펴봤다.
“범죄자 3명중 1명, 범행 직전 ‘아동 음란물’본다”
아동 음란물 420만편, 손쉽게 다운…단속은 미미
한해 천여건 발생, 하루평균 3명의 아동 성범죄 희생
아동성범죄,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 논란 가열
행정안전부가 최근 국내 주요 웹하드 사이트 10개를 집중 조사한 결과 1분마다 한 건 이상 음란물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1초마다 인터넷에 새로 등장하는 음란사이트는 무려 260개이고, 인터넷 다운로드의 35%는 음란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음란물 유통 실태

또 학계에서는 한해 국내에서 내려받는 ‘아동 음란물’이 무려 420만편이 넘는다는 추정까지 나왔는데, 이는 스마트폰 3000만 시대를 맞아 손쉽게 다운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처럼 음란물은 최근 급증했지만 관련기관의 시정요구나 단속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통신 심의에서 아동 음란물 관련 시정 요구를 내린 사례는 2009년에 52건, 2010년에 93건, 그리고 2012년 상반기에는 31건에 불과하다.
‘아동 음란물’이 아동 성범죄를 부추기는 촉매제라는 우려가 확산되는 요즘, 우리나라는 '아동 음란물'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의 경우 ‘아동 음란물’을 소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상에서 ‘아동 음란물’을 다운받아 보관하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인식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의 음란물 처벌 의지는
미국의 경우 지난해 11월 ‘아동 음란물’을 내려받은 20대 남성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할 정도로 처벌 의지가 매우 강하고, 또 ‘아동 음란물’을 컴퓨터에 내려받기만 해도 통상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아동이나 청소년이 나오는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수출입한 자에 대해 5년 이상의 징역, 배포하거나 전시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그리고 단순 소지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이러한 처벌조항이 적용된 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아동(만12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에게 법원은 실형이 아니라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비율이 지난해에 더 높았다. ‘1심 선고’기준으로 만12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비율은 2010년에는 전체 482명 중 199명으로 41.3%였지만, 지난해에는 468명 중 225명으로 48.1%로 6.8% 높아졌다.
그리고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 유형 중 60%가량을 차지하는 강제추행 사건 역시 집행유예 비율이 9.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들로 인해 '아동 음란물'이 범람하면서 아동 성범죄의 주요 요인이 되었는데, 영국 인터넷 자율규제기구인 인터넷감시재단 ‘IWF(Internet Watch Foundation)’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국이 세계에서 5번째로 ‘아동 음란물’이 많이 유통되는 국가로 조사됐다.
정부, 대책 내놓지만

그리고 2008년에는 조두순이 나영이를 성폭행한 사건, 2010년에는 김길태가 부산에서 여중생을 성폭행한 후 살해한 사건 등 지속적으로 아동 성범죄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매 해마다 약 1000여건 정도의 아동 성범죄가 발생하는데, 지난해에는 13세 미만 어린이에 대한 성범죄가 무려 949건이나 일어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하루 평균 3명의 어린이가 성폭력 범죄에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아동 성범죄’뿐만이 아니라 18세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와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까지 고려한다면 통계를 뽑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우리는 실로 엄청난 성범죄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이에 ‘성범죄에 있어 관용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아동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극단적으로 강화해 선진국과 같이 법정 최고형을 적용하여 사회와 완전히 격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이는 ‘아동 음란물’에 대해 이를 ‘반인륜 범죄’로 규정하여 제작자와 배포자, 그리고 소지자 모두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경찰청은 고종석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소지자도 적극 처벌하기로 하는 ‘성폭력·강력범죄 예방 종합대책’을 지난 3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경찰은 경찰에게 주어진 모든 권한과 역량을 총동원하여 성폭력 범죄 및 강력범죄 예방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또 앞으로 한달동안 방범비상령을 선포하고 특별 방범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그리고 성폭력 사건 발생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정밀 방범진단을 실시하고 서민치안 강화구역(600개소), 성폭력 특별관리구역(95개소)을 바탕으로 자치단체와 협조하고, CCTV와 가로등 등 방범시설 설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동 음란물’에 대해서는 경찰청 직속으로 ‘아동포르노 대책팀’을 설치하여 아동 음란물 제작·배포·소지 사범 및 해외 유입 경로 분석과 수사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할 계획이라고 전해졌다. 덧붙여 사이버 수사대 및 누리캅스 등을 총동원하여 ‘아동 음란물’에 대한 집중단속 및 성인 PC방 등 오프라인상 음란물 상영단속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성숙한 의식전환 필요
우리 사회는 성폭력의 피해자인 여성도 ‘무언가 원인을 제공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더구나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들이 술을 마신 상태를 ‘심신미약’이라 해서 감형하고, 초범이라고 감형하고, 노인이라고 감형하고, 피해자의 부모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해서 감형하고, 우리 사회의 성범죄에 대한 관대한 처벌 등이 ‘아동 성범죄’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한 전문가는 지적했다.
또 성범죄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조사를 받을 때에는 남성 수사관에게 성적 수치심과 모욕을 느낄 정도로 비문명적 수사를 받는 사례가 항상 문제시 되어왔고, 성범죄는 친고죄(범죄의 피해자 기타 법률이 정한 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할 수 있는 범죄)이므로 피해자에게 ‘좋은게 좋다는 식’의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나 심지어 피해자의 신상이 피의자에게 전달되어져서 2중 3중의 고통과 불안에 떨어야 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아동 성범죄’의 심각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범죄자의 인권 보호나 피해자의 인권 보호, 공익의 우선순위나 중요도 조차도 판단하지 못하는 미숙한 사회이므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봉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