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확산된 ‘자살 바이러스’를 막아라
사회에 확산된 ‘자살 바이러스’를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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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살공화국’불명예

지난 10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제정한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었다. 그리고 자살 예방의 날부터 1주일은 ‘자살예방주간’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회원국 중 1위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1만5566명으로, 지난 2000년에 자살로 사망한 6444명보다 무려 14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구 10만명당 31.2명이 자살한 것으로, 하루 평균 42.6명이 자살한 꼴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자살자가 많은 이유와 자살을 막을 근본 대책에 대해 살펴봤다.

자살 사망, 10년새 141% 증가…하루 평균 42명  
인구 10만명당 31.2명, OECD 평균 3배 가까이 
‘경제적 빈곤 심화’·‘사회안전망 부족’ 등 원인 꼽혀  
청소년 자살, 경쟁위주 교육에 따른 '과도한 스트레스'

▲사진은 드라마의 한 장면, 본 기사의 내용과 관련없음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자살률이 계속 높아지더니 지난 2010년에는 자살 사망자수가 1만5566명으로 하루 평균 42.6명을 기록했다. 이는 인구 10만명당 31.2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2.6명)의 3배 가까이나 된다.

자살률, OECD회원국 중 1위

OECD 회원국의 자살률은 감소 추세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점점 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한데, ‘자살 공화국’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닐 정도로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OECD회원국 중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무려 8년째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자살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경제적 빈곤의 심화’와 ‘사회안전망 부족’이 그 핵심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빈곤에 따른 자살은 최근 100여일 새 무려 7명이 자살한 영구임대아파트의 경우가 단적인 사례다. 

자살자 중 4명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고, 6명은 자신 또는 세대주가 무직이었다고 밝혀졌다. 이들은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와 민간의 지원마저 보잘 것 없이 지원되어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람들이다.

그리고 한 전문가는 자살자가 서울(24.3명)이나 울산(24.6명)보다 강원(36.8명), 충남(36.9명) 등의 자살률이 높은 것도 소득 격차 등 사회적 박탈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삶에 대한 희망과 원대한 계획으로 가득차야 할 청소년들이 ‘무조건 남을 이겨야 한다’는 경쟁위주의 입시교육에 따른 과도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13명에 달하고 있다. 그리고 과도한 스트레스 말고도 무자비한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의 사회분위기도 자살을 부추기고 있는데, 이는 일종의 ‘사회적 타살’ 성격이 짙다고 한 전문가는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에 익숙한 기성세대들은 이를 소극적으로 대처하기 때문에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자살, 심각

한편 선진국일수록 노인 자살률은 젊은 층 자살률에 비해 줄어드는 추세지만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무려 81.9명으로 OECD평균의 2.6배나 될 정도로 청소년 자살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노인 자살의 원인에는 건강악화나 사회적 단절, 그리고 우울증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경제적 빈곤’이 절대적인 영향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평균보다 3.4배나 높은 48.5%로 조사됐다.

노인들은 급속한 고령화와 핵가족화, 그리고 사회안전망 부재로 인해 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는데, 자녀들이 부모를 모시길 꺼려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고 또 국가도 노인들을 관심있게 돌보지 않음으로 인해 노인 자살률은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  

자살증가의 원인은 개인적이라기보다 ‘사회병리적 현상’에 따른 것이라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그리고 한국자살예방협회(회장 하규섭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살 충동 이유는 10대는 성적과 진학에 대한 고민, 20대부터 50대는 경제적 어려움, 60대 이상은 생활고와 만성 질환이 그 주요 요인으로 밝혀졌다.

한편 언론도 자살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대 의대 연구팀이 지난 2008년에 탤런트 최진실씨의 자살과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이후 60일 동안 부산지역 4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해 또는 자살 시도자가 크게 증가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베르테르 효과(유명인이나 자신이 모델로 삼고 있던 사람 등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의 가장 큰 요인은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인터넷에서 ‘자살’이라는 단어가 쉽게 검색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자살’을 검색하면 화면 상단에는 ‘생명사랑 캠페인’이라는 컨텐츠가 뜨지만, 바로 밑에 ‘지식iN(인)’검색 결과의 첫 번째 게시물은 ‘진짜 자살하고 싶어요’란 제목의 글이다. 그 밑에도 연이어 ‘자살하고 싶어요’, ‘자살생각이 난다’는 글이 줄줄이 달려있다. 이에 자살 검색을 어렵게 해야 한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과 강은영 교수는 자살자들이 자살 관련 정보를 별다른 어려움 없이 접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외국 문헌에는 인터넷 자살사이트의 접근성이 자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면서 “온라인상에서 자살 관련 정보를 접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살방지 대책은 없나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현재 자살시도자가 연간 10만8000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설문조사 결과 성인 6명 가운데 1명은 한 번 이상 자살을 아주 심각하게 고려해봤다고 답했다. 이러한 자살은 한 번 시도하면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데, 1년 안에 다시 시도하는 비율이 16%나 되고 4년 안에 다시 시도하는 경우는 21%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주위에서 자살을 목격하거나 간접 경험을 한 사람은 정상인보다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러한 ‘자살 고위험군’의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대면 상담을 하면서 별도 관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자살자에 대한 관리는 보건복지부 산하의 ‘정신보건센터’가 맡고 있다. 전국 각지에 약180여 곳의 ‘정신보건센터’가 있지만, 한 곳 당 근무 인력은 평균 5명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해 상담하는 인원이 13만 명이므로, 직원 1명 당 무려 2만5000명을 상담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예산도 센터 한 곳 당 1억5000만 원에 불과하므로 예산과 인원의 대대적인 확충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살 예방, 예산과 인원 확충 시급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자살예방에 연간 3000억 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고, 청소년 자살률을 떨어뜨리기 위해 지난 2006년에 ‘자살대책기본법’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또 미국은 지난 2004년부터 8천200만 달러(923억6000여만 원)를 투입해 각 주 별로 학교에서 자살위험도가 높은 청소년을 전문가가 관리하는 ‘청소년 자살 예방 시스템’을 가동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방자치단체들과 경찰서·병원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자살 예방 사업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정부는 지난 2011년에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였는데, 이 법률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5년마다 국가의 자살예방기본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시·도지사는 연도별 시행계획을 만들어 실시한 후 평가해야 하는 등 뒤늦게 자살방지 대책마련에 시급한 모습이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자살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는데 이에 새누리당의 홍일표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당장 이번 정기국회에서 20억원에 불과한 자살예방 예산을 대폭 늘리고,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예방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착수하겠다”며 “박근혜 후보와 함께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반드시 실현시켜 자살의 근본적 원인을 예방하겠다”고 강조했다. 

봉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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