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유엔씨, “SI업체가 MRO사업까지 한다며?”
DK유엔씨, “SI업체가 MRO사업까지 한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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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 MRO 진출 논란

동국제강(회장 장세주)의 계열사 DK유엔씨에 대한 비판여론이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았던 동국제강의 SI 계열사 DK유엔씨가 MRO사업까지 뛰어들었기 때문. MRO사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이러한 동국제강의 결정은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사회적 흐름과 배치되는 행보라는 지적이다. 당시 사업정리, 수익금 환원 등 MRO사업과 선 긋기에 들어갔던 타 대기업들과는 대조적으로, 동국제강이 ‘사업진출’을 결정한 이유는 뭘까.

 

다른 재벌들은 철수하는데…일감 몰아줘 배불리기?
DK유엔씨 “효율적인 운영위해 중복부분 통합한 것”

 

DK유엔씨(구 탑솔정보통신)는 2005년 장세주 회장과 동생 장세욱 유니온스틸 사장 등이 지분 98.95%를 인수해 동국제강의 SI 계열사가 됐다. 이후 무서운 성장세와 함께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계열사로 지목돼왔다.

동일인 측 지분 97%

현재 DK유엔씨의 최대주주는 동국제강으로 51.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뒤를 이어 장 회장과 장 사장이 지분 15%씩을 동일하게 가지고 있으며, 유니온스틸㈜은 14.68%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즉, 동일인 측 지분만 96.58%에 달한다.

이러한 지분구조는 지난해 유상증자 이후 정립됐다. 2005년 인수 당시 장 회장과 장 사장의 지분은 각각 38.9%, 38.7%였는데, 지난해 동국제강이 유상증자에 참여한 뒤 이들 형제의 주식 일부도 매입,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DK유엔씨에 대한 장 회장의 영향력이 감소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동국제강의 지분을 오너일가가 약 27%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얘기가 달라진다. 이중 장 회장이 가지고 있는 지분은 14.93%, 장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10.21%다. DK유엔씨에 대한 이들 형제의 영향력은 사실상 줄어들지 않은 셈인 것이다.

DK유엔씨는 동국제강에 편입된 이후 높은 수준의 내부거래율을 보여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기도 했다.

내부거래율은 ▲2005년 86%(총 매출 155억원, 계열사 거래 133억원)를 기록한 뒤 ▲2006년 76%(387억원, 295억원) ▲2007년 43% (657억원, 283억원) ▲2008년 44%(710억원, 310억원) ▲2009년 48% (609억원, 293억원) ▲2010년 30%(1060억원, 322억원) ▲2011년 45% (국내 총 매출 2009억원, 국내 계열사 거래 901억원) 순으로 변화해왔다. 50%를 넘지는 않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내부거래율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동반성장은 나몰라라?

이런 상황에서 DK유엔씨가 MRO사업까지 진출한 것은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불을 붙이는 격이 됐다. 일부에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까지 침투, 몸집불리기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쓴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MRO사업은 소모성자재 구매를 대행하는 사업을 가리키는데, 쉽게 말하자면 볼펜·복사지와 같은 사무용품부터 각종설비까지 다양한 제품을 구매대행 해주는 것이다. 대기업이 영위하기에는 그 규모가 작다고 할 수 있다.

SI업체로 컴퓨터프로그래밍·시스템통합 및 관리를 맡아온 DK유엔씨는 지난해 11월 MRO사업진출을 선언했다. 이는 2012회계연도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에 ‘상품종합 도매업’이 추가된 것을 통해 확인가능하다. 당시에도 동반성장을 외치는 목소리가 컸는데, 12월에는 공정위가 웅진, STX 등에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대대적인 압박에 나섰다.

이에 삼성은 MRO사업을 접었고, SK는 MRO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불똥이 튀는 것을 피하기 위한 대기업들의 노력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동국제강은 예외였다. ‘동반성장’이 한껏 강조될 때 과감히(?) 중소기업 적합업종 진출을 결정한 만큼, 타 대기업들의 발 빼기가 이어지는 데도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다.

올해 더 증가할까

그렇다면 동국제강은 비판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도 왜 MRO사업을 시작했고,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해 DK유엔씨의 매출은 약 2배가량(1060억원→2009억원), 내부거래물량은 약 3배가량(322억원→901억원) 뛰었다. 지난해 DK유엔씨는 MRO사업을 통해 동국제강으로부터 480억원을 벌어들였다. 매출증가량의 50%를 MRO사업을 통해 거둬들인 셈이다. 또 거래는 수의계약을 통해 이뤄졌다.

올해 역시 MRO사업을 통해 얻을 매출이 높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DK유엔씨가 거래대상을 동국제강뿐만 아니라 유니온스틸㈜, 국제종합기계㈜로까지 늘렸기 때문이다. 공시에 따르면, 2·3분기 제품 및 원자재 납품과 관련해 DK유엔씨가 동국제강으로부터 얻은 매출은 228억32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국제강과의 총 거래액은 301억1900만인데, 그중 MRO사업이 76%를 차지한 것이다.

이 외에도 같은 기간 DK유엔씨의 MRO사업 거래액은 유니온스틸 102억6900만원, 국제종합기계과 58억1700만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양사(유니온스틸-국제종합기계)와의 거래에서도 MRO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총 거래액의 52%, 92%에 달한 것. 즉, 3개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DK유엔씨는 본업인 SI사업보다 MRO사업 매출비중이 높다는 얘기다.

이처럼 DK유엔씨가 성장가도를 달릴수록 오너일가를 비롯, 동국제강그룹은 함박웃음을 지을 것으로 보인다. 매출증대로 외형확대가 가능한데다, 오너일가는 배당금을 통한 현금이익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DK유엔씨의 동일인 측 지분은 96.58%로, 지급되는 배당금 대부분은 그룹 내에서 나눠 갖는다. 지난해 지급된 배당금은 1억514만원이었다.

이와 관련, DK유엔씨 관계자는 “그룹사에서 기자재 같은 것이 중복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부분을 통합해 비용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자 도입한 것이다. 국내 프로세스 혁신을 위해서 였다”며 “사업 확장에 대해서도 1년 이상 논의를 한 뒤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I보다 MRO사업으로 인한 거래액이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한 뒤 “DK유엔씨는 IT서비스업체로, MRO사업은 그룹사 지원차원에서 하는 것일 뿐, 매출규모와 상관없이 IT서비스에 치중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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