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에서 발생하는 잡음으로 하이트진로그룹(회장 박문덕)이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 OB맥주에 맥주시장 1위 자리를 내줬던 하이트진로는 시장점유율 격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시장점유율 격차는 대폭 들어났다. 게다가 최근에는 오너일가가 제기한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까지 패소, 항소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트진로 입장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의 연속인 것이다.
오너일가 증여세 소송에 시장점유율·주가 하락까지…
재판부 “아들들에 증여세 242억·85억 부과처분 적법”
지난해 OB맥주에게 맥주시장 1위를 내준 일은 하이트진로에게 상처가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점유율의 대폭하락’이라는 결과까지 나왔다. 미처 상처가 아물기도 전이다.
점유율 하락
한국주류산업협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맥주시장에서 하이트진로는 45.35%의 점유율을 기록해 1위인 OB맥주(54.65%)와 9.3%p라는 격차를 보였다. 이들의 출고량은 OB맥주가 4886만8200상자, 하이트진로가 4054만6200상자로 832만2000상자 차이가 난다.
지난해 OB맥주는 하이트진로로부터 맥주시장 1위 타이틀을 뺏어왔다. 15년 만의 일이었다. 양사 점유율 격차 또한 미미했다. OB맥주 50.22%, 하이트진로 49.78%로 점유율 차이는 고작 0.44%p였다. 8개월 새 이들의 격차는 ‘소폭(0.44%)’에서 ‘대폭(9.3%)’으로 변화한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경쟁사는 한 브랜드에 집중하는 등의 중점적인 프로모션을 늘려서 단기적으로 점유율이 늘은 것으로 본다”며 “현재 하이트진로는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중이다. 자리를 잡으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언제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최근 하이트와 진로를 합치는 영업통합을 했는데, 아직 영업망을 합친지 오래되지 않았다”며 “다각적인 방법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되는 문제라 시기를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최근 생맥주품질관리 제도를 추진하는 등 단기적인 사업보다는 장기적인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점유율 하락과 함께 계속된 주가 하락도 눈에 띈다. 9월 13일 현재 하이트진로의 주가는 2만3200원이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7천원 가량 떨어졌다. 합병 초에는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상승세를 탔지만, 올 들어 하이트진로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결국 영업(점유율)뿐만 아니라 주가 상으로도 시너지 효과는 발생하지 않은 셈이다.
증여세 소송은 ‘패소’
오너일가의 증여세 소송도 하이트진로의 골칫거리다. 지난달 1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의 아들들(태영·재홍)이 증여세부과처분이 부당하다며 반포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태영씨와 재홍씨가 증여세 242억원, 85억원을 부과 받은 것과 관련, “법인에 대한 증여인 만큼, 법인세를 이미 냈기 때문에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이중과세”라고 낸 소송에 대한 결과였다.
그러나 태영씨와 재홍씨가 해당 증여세를 받은 것이 적법하다는 입장은 다음과 같다. “박 회장의 증여로 삼진이엔지 주식가치가 상승했으므로 이는 증여한 것과 같다”는 것이 반포세무서의 주장. 여기에 최근 재판부에서도 “부과된 증여세는 삼진이엔지 자산가치 증가분에 하이스코트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한 금액에 대해 이뤄졌기 때문에 이중과세가 아니다”라며 반포세무서의 손을 들어줬다.
그렇다면 양측이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해당사건에는 무슨 사정이 얽혀있는 걸까. 시간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태영씨는 삼진이엔지(현 서영이앤티) 지분 73%를 취득했다. 재홍씨는 먼저 27%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삼진이엔지의 자본금 규모는 현재 24억9800만원인 것과 달리, 당시 3억5000만원으로 규모가 비교적 작은 편이었다. 이에 태영씨와 재홍씨가 지분을 확보하는 데 많은 돈이 필요치는 않았을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이들 형제가 삼진이엔지 지분을 100% 보유하고 난 이후인 2008년 2월에는 박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하이스코트 지분 100%를 삼진이엔지에 수증했다. 수증가액은 50억원이었는데, 업계에서는 시가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또 하이스코트가 하이트맥주 지분 9.81%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은 ‘편법 지분승계’에 대한 의혹이 피어나는 데도 일조했다. 박 회장이 아들들에게 하이트맥주 지분을 넘겨주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는 주장이다.
이후 하이트맥주의 분할(하이트홀딩스·하이트맥주), 하이스코트의 분할(하이스코트·삼진인베스트), 하이트맥주와 하이트홀딩스의 주식스와프, 서영이앤티(구 삼진이엔지)의 삼진인베스트 흡수합병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태영·재홍씨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서영이앤티는 하이트홀딩스의 2대주주가 됐다. 공시에 따르면, 7월 5일 기준 서영이앤티의 하이트홀딩스 보유지분은 27.1%다.
반포세무서 및 재판부는 이러한 과정과 관련, 박 회장이 하이스코트의 지분을 삼진이엔지에 넘긴 것이 포괄증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포괄증여란 증여로 볼 수 있는 모든 거래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가리킨다.
한편, 이 같은 재판부의 판결에 태영·재홍씨는 항소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점유율 및 주가 하락 등 회사사정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오너일가의 관심은 상속문제에 치우친 듯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미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