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껏 화려한 보고서만 있었지 성과는 없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전 계열사 최고 경영진들을 중국에 집결시킨 뒤 글로벌 사업 부진과 관련해 강도 높게 질타했다. “CJ그룹의 미래가 달려있는 글로벌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장밋빛 목표나 구호 에 그칠게 아니라 CEO부터 직접 나서라”며 경영진들의 체질 변화를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CJ그룹은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 12~13일 이틀동안 ‘CJ글로벌 컨퍼런스’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회장과 이미경 CJ부회장을 비롯해 이관훈 CJ(주)대표,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 이해선 CJ오쇼핑 대표, 변동식 CJ 헬로비전 대표, 이현우 CJ대한통운 대표, 허민회 CJ푸드빌 대표 , 손관수 CJ GLS 대표 등 그룹 4대 사업군 전 계열사 최고 경영진 및 임원 70여명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컨퍼런스에서 “제2의 CJ 건설을 목표로 중국 사업을 시작한 지 17년이 지났지만 당초 기대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왕 시작했으면 끝장을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어 “글로벌 사업을 이끄는 리더들이 먼저 나서지 않으면 제대로 된 성과가 날 수 없다”며 계열사 CEO들의 인식전환 및 실행력을 주문했다. 특히 “책상앞에 앉아 화려한 보고서만 만들지말고 CEO들이 직접 현장으로 뛰쳐나가 무엇이 문제인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 지 일일이 점검하고 실행하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계열사 최고 경영진들을 강한 톤으로 꾸짖은 데는 이유가 있다. CJ그룹은 1990년대 중반 중국 사업에 나서 △식품&식품서비스 △신유통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바이오 등 그룹의 4대 사업군을 모두 진출시켰다. 그러나 바이오 사업을 제외하면 최근들어 성장세가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이에 각 계열사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통해 중국 사업 재도약의 해법을 찾고 ‘2020년 GREAT CJ’ 달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글로벌 도약은 CJ의 미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며, 그 중심 축인 중국 사업에 대한 인식과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이 회장의 인식이 담겨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2012년을 새 출발(RESTART)의 해로 삼아 CJ그룹이 ‘중국 NO.1 생활문화 창조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실제로 중국 시장은 생산 기지 중심에서 내수형 소비시장으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다. 2020년 중국 내수 시장은 세계 소비의 21%를 점유해 세계 1위 시장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최근 중국 정부 정책에 따라 서비스업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면서 제조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비중이 커졌다.
이 같은 중국 사업 환경의 변화는 CJ그룹에게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이다. CJ그룹은 단순히 상품을 만들어 파는데 머물지 않고 우리의 음식, 영화, 방송, 쇼핑, 유통 문화 등을 세계에 전파한다는 비전 아래 서비스업에 집중해 왔다. 이 회장은 “중국이 세계 제조업의 중심이 떠올랐지만 CJ그룹이 갖고 있는 생활문화산업, 특히 문화 콘텐츠 분야는 최소 10~20년간 중국에서 쉽게 따라오지 못할 사업”이라며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수익을 창출해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