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홍 ‘점입가경’
민주당 내홍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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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말로만 떠든다고 이뤄지나

민주통합당의 대선 경선이 막바지를 향해 치달으며 경선룰을 둘러싼 문재인 후보와 비 문재인 후보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등 경선 이후에도 이를 둘러싼 극심한 후유증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대선 후보 선출이후에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후보 단일화 과정이라는 큰 산맥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 내분은 ‘문재인 대 비문재인’ ‘친노 대 비노’ 등으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선후보 경선, ‘文 VS 非文’간 갈등 갈수록 격화
‘대선후보 중심의 선대위 구성’, 제대로 될지 의문
“지도부, 어떤 식으로든 책임져야”, 사퇴론 불거져
안철수와 야권단일화 과정서 내분 재발 가능성 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간 갈등의 시작은 경선 방식의 공정성 문제를 둘러싸고 일찍부터 예고됐다. 김두관·손학규 후보의 경선 복귀 선언으로 일단락되는가 싶더니 ‘문재인·이해찬 담합론’이 불거지면서 사태가 다시 악화되는 양상에 이른 것이다. 심지어 일부 후보는 문 후보를 겨냥해 ‘공직선거법 위반’까지 거론하며 압박을 하기도 했다.

경선룰 갈등

특히 손학규 후보 캠프는 문 후보의 경선대책 총괄본부에서 ’경선대책 총괄본부 공지’라는 제목으로 이메일을 발송했다며 그 내역을 공개, 이해찬 대표와 문 후보 간 담합 의혹을 제기하며 갈등 양상을 드러냈다.

손 후보 측에서 문제제기하는 부분은 해당 이메일이 이해찬 대표를 포함한 김태년 당 대표 비서실장, 정청래 당 선거관리위원회 부위원장 등에게 발송됐다는 것으로, 해당 이메일에는 “선거인단 모집에 바쁘시더라도 모집된 선거인단의 활용성 극대화를 위해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이 담겨있으며 ‘지역위원회별 전화투표독려팀 운영에 관한 지침’을 첨부파일로 송부했다며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첨부파일에는 ▲모바일투표, 투표소투표, 순회투표(대의원) 대상자별 일정 전달 ▲가능하면 모집 활동가 본인이 전화하도록 조치 ▲전화 통화를 통한 성향 분석(우군 : 투표독려, 비우호 : 모집책을 통한 특별관리)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손 후보 측 관계자는 “문 후보 캠프의 내부문서를 당 대표를 비롯한 선관위 부위원장에게 보내는 것은 지도부 및 선관위가 중립성을 잃었다는 것”이라며 “전화투표독려팀 운영 자체도 규정상 불법행위”라고 비난했다.

손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특정후보 선거운동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의혹이 가는 당 지도부의 사과와 선관위의 즉각적 교체, 철저한 진상규명, 그리고 후보 측 대리인이 참여하는 공정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재구성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특정후보 밀어주기’의혹 왜

김두관 후보 캠프도 보도자료를 내고 "전화투표독려팀 운영은 사실상 콜센터를 운영해 지지를 유도한 불법 선거나 다름없다. 이는 공직선거법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이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당선 무효의 중죄에 해당한다"며 당 지도부에 신속한 조치를 요구했다.

물론 이 대표 측과 문 후보 측은 비문주자들이 제기한 담합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문 후보 캠프는 해명자료를 통해 "이번 사건은 선거인단 모집과 투표를 독려하는 과정에서 만든 통상적인 문건을 대상자가 아닌 분들에게 보낸 1회성 실수"라고 설명했고, "이 대표나 김 비서실장, 심지어 문재인 등으로 적시된 이메일 주소의 경우 본인들의 메일 주소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문 후보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이목희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우스갯소리로 만약 협조를 구하려면 안 보이게 하지 그렇게 보내겠냐”며 “실무자가 이 자료를 받아봐야 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지 못한 데서 나온 실수”라고 설명했다.

전화투표 독려팀 운영 의혹과 관련해서는 “독려팀은 없다. 문 후보를 지지하는 간부나 활동하는 분들이 스스로 전화를 걸어 지인들에게 투표를 좀 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잠재된 갈등은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잠재되어 있던 갈등이 촉발됐다. 전국 13개 지역 순회경선 방식으로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지난 9일 대전서 열린 대전ㆍ세종ㆍ충남 경선에서 일부 후보의 지지자들이 지도부를 향해 계란과 물병 등을 집어 던지며 극심한 항의를 하는 등 문재인 후보측과 비 문재인 후보 측의 충돌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문 후보가 이날 세종·대전·충남 경선에서 승리하며 누적 과반 득표율(50.4%)로 다시 올라섰고, 문 후보는 경선 결과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후보들의 지역 연고를 뛰어넘어 지역을 초월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대세론을 굳히자 손, 김 후보 측 지지자들의 반발도 거세졌고, 후보들은 연설에서도 신경전을 펼쳤다.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김 후보는 “패권세력이 담합으로, 불공정 경선으로 당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며 “투표를 다 마치고 이렇게 연설하는 것이 정당한 경선인가”라며 경선룰에 이의를 제기했다.

손 후보는 문 후보를 겨냥해 “이번 대선은 영남 대 영남의 지역구도로는 결코 이길 수 없다”며 “잃어버린 600만표를 다시 찾기 위해서는 중산층, 중부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정 후보는 “민주당은 현재 당원을 홀대하고, 지도부는 신뢰받지 못하고, 서로를 배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우리당의 단결 없이는 쇄신도 불가능하다”며 “우리당은 단결하지 못하고 분열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비문 주자들을 겨냥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중진의원들의 모임에서 “대선 경선은 대선 승리와 정권교체가 목표인 만큼 모든 길은 이 길로 통해야 한다”며 '통합과 쇄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은데 이어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단결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이같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자유 토론을 진행했다. 이해찬 대표는 의총에서 “당헌·당규가 지켜지지 않으면 그 다음부터는 조직이 보존되지도 않고 결론이 맺어지지도 않는다”며 지도부를 중심으로 단결할 것을 호소했다.

이 대표는 또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당선된 후보를 중심으로 선대위를 구성, 신속하게 당 체제를 정비해 본선에 나가야 한다”며 “곧 결정될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갈등과 이견을 해소하고 탕평할 수 있는 선대위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기정 최고위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이 의총 개최 시기를 일방적으로 정한 지도부의 결정에 반발하며 당초 공개 예정이었던 토론이 급히 비공개로 전환되는 불상사가 초래되기도 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서도 “지도부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의원들은 최종 대선 후보가 정해지면 경선 과정의 갈등을 극복하고 대선 승리를 위해 화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을 뿐, 지도부의 사퇴를 직접적으로 촉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도부의 소통부족, 대선에 대한 낙관론, 국민 시각을 의식하지 않은 리더십에 대해 주의를 요구받았다”며 민주당의 파열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곧 확정될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파벌 없는 선대위를 구성해 기필코 승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희망을 본 의총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조경태 의원 등 일부 의원은 “역대 경선에서 당원끼리 싸우고 승복 안 한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막말, 달걀, 물세례가 벌어졌다.”며 “모든 책임은 경선 관리 지도부에 있다”고 책임론을 제기했다.

단일화 과정에서도 내분?

비문주자들도 당 지도부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며 깊은 갈등의 골을 드러냈다. 손학규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유신시대가 아니다. 강압적으로 단결하라고 하고 패권주의적으로 몰고 가면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비판한 뒤 “지금 지도부에 기대하는 바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김두관 후보 측 정진우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당이 단합하지 못하는 현 상황은 모바일 투표 등 경선 규칙 논란을 묵살한 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에서 발생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단합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작금의 사태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우여곡절끝에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결정되더라도 민주당 경선이 끝나면 대선 출마입장을 밝히겠다고 선언한 안 원장과의 단일화라는 숙제가 있기 때문이다.

경선 과정에서 '문(문재인) 대 비문(비문재인)' 구도로 내홍이 격화되면서 비문 진영 인사들은 경선 후 문재인 후보 보다는 안 원장 지지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경선 과정에서 128명의 의원 중 절반 정도가 어느 캠프에도 가담하지 않아 안 원장과의 단일화 과정에서 또다시 내분 가능성도 시사되고 있다.

김낙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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