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이 울산 본사에서 미국 커민스사와 현대커민스엔진유한회사 설립을 위한 계약 서명식을 개최, 엔진 생산 공장을 대구에 설립할 계획이다. 이에 지역상공계에서 울산 대표기업인 현대중공업이 역외 투자를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현대중공업은 입지가 갖춰진 지역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외국기업과 합작 엔진공장 설립
울산의 대표기업인 현대중공업이 세계적인 엔진 전문기업인 미국 커민스(Cummins)사와 손잡고 건설장비용 엔진 시장에 진출, 본격적인 건설장비 세계 시장 확대를 위한 ‘엔진’을 달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울산 본사에서 현대중공업 최병구 사장(건설장비사업본부장)과 김정환 부사장(엔진기계사업본부장) 및 커민스의 리치 프리랜드(Rich Freeland)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합작법인 현대커민스엔진유한회사(Hyundai Cummins Engine Company, 이하 ‘현대커민스’) 설립을 위한 계약서명식을 가졌다.
건설장비용 엔진을 생산하는 현대커민스는 대구시 달성군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23,500평(78,000㎡) 부지 위에 연간 5만대 규모로 설립되며, 오는 2014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대커민스 설립을 위해 현대중공업과 커민스는 각각 50대 50의 비율로 총 6,600만불을 투자하기로 했다.
10년 간 누계기준 4조원 매출 달성할 계획
현대중공업의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굴삭기 등 건설장비 수출이 큰 폭으로 늘면서 핵심부품인 엔진의 안정적인 공급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건설장비 부문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지난해 전년대비 29% 늘어난 37억불의 글로벌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보다 약 14% 증가한 42억불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남미와 중동, 러시아 등 신흥시장 개척과 해외 생산공장 및 부품센터 확대 등을 통해 시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온 데 따른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또한 이번 투자를 통해 현재 세계 1위인 선박용 엔진사업을 건설장비 및 발전기용 고속엔진으로 확대하는 기반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커민스는 본격 양산에 들어가는 2014년 3,200억원을 시작으로 점차 매출을 늘려나가 향후 10년 간 누계기준 4조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또한 오는 2022년에는 직접 고용한 500여 명을 포함해 총 5,300여 명의 직ㆍ간접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돼 지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중공업 최병구 사장은 “현대커민스 설립은 세계 건설장비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기 위한 것”이라며, “오는 2016년까지 건설장비 부문에서 매출 91억불을 달성해 ‘글로벌 톱3’에 진입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미국 커민스사는 지난 1919년 설립돼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건설장비용 고속엔진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2011년 매출 180억불을 기록했다. 미국 인디애나(Indiana)주 콜럼버스(Columbus)시에 본사를 뒀으며, 약 4만 4천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다.
역외투자 논란
그러나 지역상공계에서 이 소식을 알게 되면서 역외 투자 논란이 일고 있다. 울산지역 자동차 관련 업종의 고임금과 노사문제 등을 꺼린 커민스사가 강하게 역외 입지를 요구했고 이를 현대중공업이 받아들였다는 것.
게다가 2014년까지 울산 북구에 이화산업단지(건설중장비 전용공단)를 조성하기로 한 현대중공업이 지역 내 부지를 제쳐두고 거리가 먼 대구에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것은 이 같은 의혹을 더욱 강하게 부추기고 있다. 또한 이 때문에 이화산단 조성 계획마저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수년간 지연된 이화산단 개발계획이 또 다시 늦춰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반면 현대중공업은 갖가지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업이 투자할 때는 지역의 인프라나 지원요건, 세금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입지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시대에 기업이 미국에 가든 유럽에 가든 그것이 문제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그리고는 이어서 “그렇다고 현대중공업이 해외투자를 하는 것도 아니고 국내투자를 하는데, 이를 두고 거시적으로 봐야지 왜곡적 판단을 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대중공업이 부도덕한 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울산에 있는 본사를 타 지역으로 옮기는 것도 아닌데 논란거리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며 “대구에 설립하는 것은 부품공장으로서 건설장비인 엔진을 만드는 공장일 뿐, 조립은 울산에서 하는 만큼 울산의 매출도 늘어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울산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이번 대구 지역 투자 결정에 대해 울산시민들이 다소 아쉬움을 느끼고는 있지만 논란까지 일으키지는 않았다”며 “이번 역외 투자가 울산의 이화산단에 대한 부지 수요와 투자계획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